대구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연패한 SK가 홈인 인천으로 돌아와 선발 송은범의 호투와 박재상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3차전에서 승리하며 반격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선취점의 기회를 잡은 것은 삼성이었습니다. 1회초부터 4회초까지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습니다. 하지만 2회초에는 1사 후 신명철의 병살타로 흐름을 끊더니 3회초에는 1사 만루에서 채태인과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중심 타선이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4회초에는 본헤드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날렸습니다. 무사 1, 2루에서 신명철이 2구에 희생 번트를 시도하다 방망이를 뒤로 뺐지만 리드가 깊었던 2루 주자 박석민이 포수 정상호의 2루 견제구에 걸리자 3루로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된 것입니다. 벤치에서 희생 번트 지시가 나왔을 때는 비슷한 공이면 번트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명철의 잘못도 있지만 리드가 지나치게 깊어 횡사한 박석민의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 4회 말 원아웃 상황 SK 박재상이 솔로포를 날린 후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2사 후 진갑용의 안타에 2루 주자 강봉규가 홈에서 아웃된 것은 좌익수 박재상의 호송구 때문입니다. 강봉규가 발이 느린 주자가 아니고 2사 후였기에 홈을 파고든 것은 당연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재상의 원 바운드 홈 송구는 정확히 포수 정상호의 미트에 들어와 강봉규를 아웃시켰습니다. 2차전 8회초 2사 1, 2루에서 최동수의 안타에 중견수 이영욱이 2루 주자 최정을 아웃시킨 홈 송구를 연상시키는 멋진 장면이자 국내 프로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시리즈다운 수준 높은 수비입니다. 송은범은 수비진의 도움에 힘입어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SK의 한국시리즈 첫 승이자 양 팀 통틀어 첫 선발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호수비 직후 4회말 1사 후에 타석에 들어선 박재상은 저마노의 2구인 높은 실투를 받아쳐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호수비가 호타로 연결된다’는 야구 속설이 정확히 들어맞는 장면으로 4회말 1사까지 안타는커녕 출루조차 하지 못하며 삼성 선발 저마노에 눌리던 SK의 저조한 공격 흐름을 일신하는 홈런이었으며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처음으로 선취점을 뽑는 순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홈런 타구는 박재상의 송구에 홈에서 횡사한 좌익수 강봉규의 머리 위를 살짝 넘어갔습니다.

5회말에는 최동수가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좌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자신이 지난 10월 8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말 대타 솔로 홈런으로 수립한 포스트 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SK의 타선 침묵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선발 기용된 최동수가 이만수 감독 대행의 기대에 부응한 것입니다.

▲ 5회말 SK 공격 1사에서 6번 최동수가 좌중월1점 홈런을 치고 홈인해 이만수 대행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차전까지 삼성이 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발 투수가 선취점을 내주지 않는 가운데 타선이 선취점을 얻으면 불펜을 조기 가동해 틀어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3차전은 선발 저마노가 커브를 앞세워 호투하다 2개의 실투로 실점하는 바람에 대기하고 있던 차우찬을 비롯한 필승 계투조를 투입할 수 없었습니다. 투수진의 호투로 매 경기 2점에 그친 삼성의 빈곤한 공격력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1득점에 그치고 패하면서 타선의 빈곤한 집중력이 류중일 감독에게 고민을 안기게 되었습니다.

승리한 SK 역시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3차전까지 SK가 득점권에서 적시타로 얻은 점수는 단 1점에 불과합니다. 정근우와 박재상의 테이블 세터진이 살아나고 있지만 박정권과 안치용의 중심 타선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SK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계투진이 포스트 시즌 경기가 누적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것 역시 불안 요인입니다. 정우람은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오늘 3차전에 등판해 아웃 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몸에 맞는 공과 안타를 내줘 1실점했습니다. 정우람을 구원한 엄정욱도 등판하자마자 적시타를 허용하고 9회초에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등 안정감이 부족했습니다. 엄정욱은 투구 직전 오른팔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는데 혹시 팔꿈치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우승하기 위해서는 불펜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선발 투수의 긴 이닝 소화와 타선의 폭발을 통해 불펜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2점을 뽑는 팀이 승리하는 ‘2점 시리즈’가 된 한국시리즈는 SK의 3차전 승리로 잠실에서의 5차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야간 경기를 치르고 내일 4차전을 낮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는 양 팀 모두 부담스럽겠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낮 경기 경험이 없으며 오늘 아쉽게 패한 삼성의 부담이 약간 더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SK 김광현과 삼성 윤성환이 맞대결하는 4차전은 타격전 양상으로 흐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