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과 관련해 사실상 구글측의 입장과 동일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초기 구글의 갑질을 막겠다며 적극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던 국민의힘이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한다.

23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국민의힘 박성중)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심사보류' 됐다. 국민의힘 측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디지털콘텐츠사업자들은 법안에 반대한다 ▲구글이 입장을 선회할 것 같으니 상황을 지켜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할 수 있다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를 해야하느냐 등의 주장을 개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여야 간 일정정도 합의를 이룬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발의안만이라도 의결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측은 전반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의결을 할 수 없다며 심사보류를 결정했다고 한다. 허 의원 법안은 구글·애플 등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에만 앱을 등록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측 주장은 사실상 구글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게임·앱 비즈니스 개발총괄은 국내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구글이 앱 개발사들에게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인앱결제 강제 방침 등 수수료 정책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구글플레이를 안 쓰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가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구글플레이와 결제시스템 덕분이라고 했다.

구글 측은 최근 과방위 소속 의원실을 돌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 방침에서 절반가량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앱수수료 논란이 제기된 이후 구글의 경쟁사인 애플이 중소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앱스토어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측이 '구글이 입장을 선회할 것 같다'는 주장을 편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갑질 방지법'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중복규제 우려로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에서 규제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앱 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전기통신역무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부처 간 규제권한 다툼으로 비춰지고 동시에 정무위, 과방위 등 국회 상임위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과방위에서 '공정위 권한'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주장들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 사태 초기 국민의힘측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취지와는 크게 상반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성중, 조명희, 허은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구글 갑질 방지법'이 과방위에 상정됐다. 각 법안의 제안 이유는 모두 구글·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앱마켓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이들 앱 마켓사업자들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인앱결제를 강제하며, 앱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금액에 대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취하고 있음"(박성중 의원)

"구글의 정책에 대하여 ‘특정결제방식을 강요하고, 그 결제금액에서 과도한 비율의 수수료를 책정함으로써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콘텐츠 업체들은 플랫폼 수수료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상당수 앱·콘텐츠의 소비자 가격이 20∼30% 가량 인상을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임"(조명희 의원)

"2개 앱 마켓사업자(구글·애플)가 시장을 독과점하여 우월적 지위에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면서, 모바일콘텐츠 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불합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있음"(허은아 의원)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아이콘

지난해 국민의힘은 이 같은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으나 돌연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졸속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태도를 뒤바꿨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가(USTR)가 방통위 등 한국 정부에 '통상문제 불이익'까지 거론하며 구글 갑질 방지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방침 시점을 올해 10월로 미루면서 입법 논의가 지연돼 왔다. 통상 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마련되는데 6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시민단체, 통신‧미디어‧법률‧경제 전문가, 국내외 기업, 연구기관, 정부 등 총 3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는 지난 5일 방통위에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23일 조승래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315개 앱 사업자 가운데 37.8%가 앱 마켓으로부터 앱 등록거부, 심사지연, 삭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앱 등록 심사지연이 88.2%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44.5%가 앱 등록거부, 33.6%가 앱 삭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 개발사는 등록을 거부한 앱 마켓 사업자를 구글 플레이스토어(65.5%), 애플 앱스토어(58.0%), 원스토어(1.7%) 순으로 꼽았다. 또한 설명 없이 앱 등록을 거부한 경우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17.9%, 애플 앱스토어 8.7%에 달했다.

최근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30% 수수료 부과 정책이 시행되면, 올해 비게임분야 수수료는 최소 885억원에서 최대 1568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구글은 기존에 게임 앱에만 부과하던 결제 수수료 30%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앱 구매와 결제 등 앱 관련 모든 결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인앱결제' 시스템의 확대적용으로 기존에는 게임 앱을 제외한 일반앱에 10%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해왔다. 국내 모바일콘텐츠 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국내에서 사실상 앱마켓시장 독점적 지위를 지닌 구글이 '앱 통행세'로 불리는 수수료를 크게 인상할 경우 개발사업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입장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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