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조선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이 KBS·MBC에 비해 '야당 우호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외부기관 분석이 나왔다. 채널A의 경우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이 선정적이고 공격적인 발화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TV조선·채널A는 매년 1월 31일까지 시사·보도프로그램의 공정성·공적책임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에 두 종편사는 지난달 29일 자사 홈페이지에 시사·보도프로그램 공정성 관련 진단결과를 게재했다. TV조선은 한국미디어경영학회와 한국방송학회에, 채널A는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한국언론법학회에 연구를 의뢰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TV조선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을 KBS, MBC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TV조선의 공정성을 진단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TV조선 뉴스가 아이템 선정, 앵커 브릿지 멘트, 기자 리포트, 인터뷰이 발언, 앵커 브리핑 등에서 전반적으로 야당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인 반면 KBS·MBC는 여당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미디어경영학회는 언론의 이 같은 성향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결론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뉴스,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방송사가 자사의 입장을 가질 수 있다. 미국에서도 이미 1987년 공정성 원칙을 폐기하기도 했다"며 "갈등 사안을 다루는 경우 방송사가 완전한 불편부당성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미디어경영학회는 "언론은 감시견으로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정부 및 집권 여당, 권력자에 대한 냉철한 비판은 필수적"이라며 "이는 보수 혹은 진보라는 매체의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언론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특히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에서 통상적으로 집권 3~4년차에는 권력남용 및 권력자들의 비리가 중요 이슈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마스크 대란과 정부방역의 미흡한 조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재판 ▲추미애-윤석열 갈등 ▲박원순·오거돈 시장 성추행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여당에 비판적인 뉴스가 많은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TV조선 '뉴스9' 16일 앵커브리핑 방송화면 갈무리

한국방송학회는 TV조선 뉴스·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1000명) 응답과 전문가(20명)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TV조선의 공적책임·공정성을 진단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TV조선의 뉴스·시사프로그램이 국민화합에 이바지한다'는 항목(평균 2.98점)을 제외한 모든 공적책임 항목에서 평균값 3점 이상(5점 만점)의 평가를 내렸다. 공정성 평가에서는 모든 항목의 평균값이 평균 3점대로 나왔다. 전반적으로 공정성을 충실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수준도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방송학회는 전문가들이 시청자 응답보다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반 응답자들이 전문가 응답자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분석결과에 TV조선이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송학회는 "일반 수용자보다 전문가 응답자들이 낮게 평가 한 항목들은,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공정성 부분에서 사회의 주요 쟁점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공하는가의 문제 그리고 공적책임 부분에서 국민화합과 조화로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가에 관한 문항들"이라며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특히 공정성의 경우 거의 모든 항목에 걸쳐 전문가 응답자들이 더욱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방송학회는 "일반 응답자들은 자발적으로 TV조선을 시청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TV조선에 대한 채널 충성도와 시청 만족도가 형성되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일반 시청자들의 평가조차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간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TV조선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고 짚었다.

채널A <뉴스 Top 10>, <김진의 돌직구쇼>

한국언론법학회는 채널A 시사프로그램 <뉴스 Top 10>과 <김진의 돌직구 쇼>를 내용분석한 결과, 선정적인 진행자·패널 발언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주된 원인은 진행자와 패널의 선정적 발언이다. 언론법학회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 기법과 화행(언어행위)양태 분석결과를 보면, 비록 초기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비해 진전이 있다는 부분적인 성과도 확인했지만, 여전히 공정하고 합리적인 발화보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발화행위와 설득전략이 더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언론법학회는 "두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패널은 모두 주장과 공격에 기초한 설득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특히 진행자는 대상에 대한 공격적 설득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담 대상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에서 진행자의 발화행위가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적 발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론법학회는 "두 프로그램 모두에서 발견된 프로파간다 기법의 활용 사례는 모두 494건으로 전체 시퀀스가 613개임을 감안하면 대략 시퀀스 한 개당 0.81개의 프로파간다 기법이 활용되었다"며 "적어도 지난 수년 간 뚜렷한 감소를 보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또 언론법학회는 "발화양태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적절한 논거의 부족, 사실과 주장의 혼돈을 야기하는 사실적 단정, 의도개입적 강조, 판단적 주장 등 화행 양태가 600여건 내외"라며 "특정 맥락이나 상황에서 잠재적 왜곡과 변형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행자와 패널 모두 신중하게 활용하거나 최대한 활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채널A 뉴스에 대해 ▲정보의 신뢰성이 96.1%로 매우 높음 ▲뉴스 주제가 비교적 다양 ▲리포트 당 취재원 수가 평균 3.7명으로 매우 고무적 ▲심층·맥락 보도의 증가 등 대체로 긍정 평가를 내렸다. 미디어정책학회는 "이번 분석결과는 <텔리비전 뉴스의 품질>에서 제시한 2018년 뉴스 피로프트의 분석 결과보다 공익성 실현을 위한 뉴스 보도의 다양성, 정확성, 심층성 전반에서 개선된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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