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부작으로 만들어진 <버디버디>가 2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인공 유이 때문에 드라마를 봤지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점이 많은 드라마여서 끝까지 다 보게 되었지요.

마지막 회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존 리(이용우)가 성미수(유이) 대신 민해령(이다희)를 선택했고, 성미수도 그것을 쿨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이지요. 보통의 러브라인이면 주인공의 라이벌이 포기하고 주인공 커플이 잘 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주인공이 포기하고 라이벌이 잘 되게 하는 특이한 러브라인이 발생했네요. 오늘은 그 반전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미수, 그녀는 착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성미수는 착하디착해 어찌 보면 미련해 보일 정도입니다. 미수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은 존리 한 사람뿐입니다. 한낱 시골소녀의 인생을, 헛고생할 뻔했던 미수를 이끌어준 건 바로 존리였습니다. 그는 단순한 미수의 코치가 아니었지요.

조언자이자 오빠, 코치이자 친구이며, 미수의 유일한 남자였어요. 물론 미수에게는 준기(한승현)와, 공숙이(유인나) 그리고 가족들이 항상 함께했지만, 미수에게 존리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던 그러한 존재였던 거예요.

그렇지만 미수는 결과적으로 자신보다 민해령이 더 존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물론 해령의 방법이 잘못되긴 했지만, 해령의 존리에 대한 애착이 자신의 애착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마지막 회에서 미수는 내색은 안 했지만 존리가 결국 자신이 아닌 해령을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슬퍼하였습니다. 하지만 미수는 그러한 존리를 이해합니다. 어쨌거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을 쌓아왔던 건 미수가 아닌 해령이었으니까요.

결국 미수는 마음을 접고 이 둘을 이어줍니다. 만약 미수가 마음을 조금만 잘못먹었다면 존리의 마음을 돌려놓고 해령에게는 존리에 대해서 말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에요. 하지만 미수는 해령에게 존리에 대해서 알려주고 존리의 연락처를 줍니다. 그리고 직접 존리와 민해령의 마음을 설득해서 서로의 오해를 풀 수 있게 다리를 놔주고 자신은 골프로 돌아갑니다.

물론 미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다리를 놔주고 돌아오는 길에 홀로 택시에서 아쉬움과 서운함의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존리도 야속하고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그녀 자신도 안타깝습니다. 그들을 이어준 다음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는 미수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미수는 그냥 쿨하게 잊기로 결심합니다. 잘한 일이었고, 자신보다는 해령이에게 존리가 더 필요했으니까요.

존리가 해령을 선택한 이유

존리는 미수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단순히 코치와 선수의 사이라고 보기에는 미수를 너무나 아껴왔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존리는 해령을 선택했습니다. 왜 존리는 그러한 결정을 내렸을까요?

존리는 해령이를 해령의 어머니 민세화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해령이가 가장 힘들어하던 시기에 만났고, 해령이와 서로를 의지하면서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고아로 자라 가족하나 없는 존리에게 해령은 가족이자 동시에 베스트프렌드였습니다.

해령 역시 존리에 대해 그렇게 느껴왔습니다. 가족에 대한 증오심을 가졌던 해령이 유일하게 의지했던 사람이 존리였습니다. 그래서 존리에 대한 집착이 그렇게 컸던 것이지요. 존리가 성미수를 좋아하는 것을 이해해주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이 못된 행동이라고 해도, 해령은 너무나 오랜 시간 존리 하나만 의지하고 살아왔던 것이지요.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러한 관계까지 이른 것입니다.

존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미수와 즐거운 시간, 힘든 시간 함께 보내기도 했지만, 자신 역시 미수보다는 해령이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실제로 해령이와 더 인간적인 교감을 더 나눴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든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생각해보면 미수랑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울적하고 힘들었을 때 시간을 같이 보낸 건 미수가 아니라 해령이거든요. 해령이와의 정이 미수와의 정보다 더 컸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겠지요.

또 한 가지는 해령이와 미수를 잘 알기 때문이에요. 해령이는 외강내유 타입입니다. 겉으로는 똑 부러지고 강해보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묻어둔 게 많아서 실제로는 굉장히 약하고 마음이 여린 캐릭터이지요.

물론 최근에 엄마(오현경)와도 친해지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니아저씨" 최동관 (박성웅)이 있기는 하지만 존리에 대한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존리가 자신을 버리고 미수를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해령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정말 해령에게는 존리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반면 미수는 마음에 여유가 있는 상황입니다. 미수도 상처 받고 마음은 아프겠지만 해령이 만큼 와르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수도 약한 점을 보이고 또한 슬픔의 눈물을 흘렸지만 해령이와는 다른 상황입니다. 미수는 항상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고, 또한 준기가 옆에서 "미수바라기"처럼 미수만을 바라봤습니다. 존리도 그 점을 직접 경험했구요.

존리가 미수의 인생에서 남자로서 사라진다면 일단 미수도 상처를 입겠지만 미수는 극복할만한 힘도 있고 마음의 여유도 있는 것이지요. 이 점을 알고 있는 존리는 미수에게 자신의 해령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또 한번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렸겠지요.

착한 드라마로 끝난 러브라인

다소 시시할 수 있지만 이 장면이 훈훈했습니다. 미수와 존리와 연결해주는 게 더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미수가 양보하는 것이 더 훈훈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 미수가 양보함으로써 해령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존리나 해령이 마음이 아프지 않게, 자신 혼자만 아프고 끝났거든요.

그런 미수가 짠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수에게는 여러 가지 희망이 있습니다. 옆에서 미수만 지켜보던 준기도 좀 짠했는데 생각해보면 미수에겐 존리말고도 준기라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요. 해령의 꿈을 이루어주고 자신은 홀가분하게 최고 골퍼 성미수라는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멋진 일이 아니었나하고 생각이 드네요.

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참 착한 드라마에 걸맞은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디버디>는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휴먼드라마"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가 깨끗합니다. 동시에 따뜻한 가족애가 드라마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한없이 지원해주는 미수의 가족, 의사소통이 부족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가 결국 다시 연합하게 되는 해령의 가족이 중심이 되어 가족끼리 연합했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 연합하지 못 했을 때는 얼마나 처참할 수 있는지 드라마를 통해서 잘 보여준 것 같네요.

또한 요즘 드라마들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불륜이 없고, 폭력도 없으며, 노출마저 없었다는 점에서 요즘 보기 힘든 신선한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때문에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였습니다.

케이블 시청률로는 약 1% 정도 나왔다는데 공중파에서 방송되었으면 약 10~15% 정도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이 정도면 중박은 칠 수 있었던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도 뭔가 착한 드라마의 표본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랜만에 끝까지 본 드라마지만 끝날 때까지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는 오랜만이네요. 다시 한 번 출연자들 스태프의 노력과 특히 배우들의 명연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그들이 더 많은 드라마 주역들로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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