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오빠’들은> <‘또다른 변양균’ 줄줄이 나오나> <신씨, 진짜애인 따로 있다?>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 <다채로운 남성편력…“잠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

어느 신문의 제목인지는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신정아 사건’을 다룬 최근 신문기사들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신정아’라는 한 ‘젊은 여자’가 주도적으로 고위공직자, 문화계 인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선영 위원 “‘신정아의 남자들’은 사적영역…공직자 비리가 중심돼야”

18일 오전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유선영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이번 사건에서 언론은 ‘신정아의 남자들’이라는 핵심 프레임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누드사진으로 불거졌지만 언론은 처음부터 젠더차별적 의식을 가지고 요부 사냥하듯이 사건을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 한국언론재단 유선영 연구위원이 '신정아 사건의 보도프레임과 누드사진의 반전효과'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민언련 김언경 모니터부장. ⓒ한국언론재단
유 위원은 “신정아를 비호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위인설관을 하며, 국가예산을 오용한 공직자들, 정치인들, 지도급 인사들의 비리와 부정, 은밀한 거래, 추한 권력 남용에 비판여력을 쏟아야 했음에도 언론은 시종일관 ‘신정아’에 몰두했다”며 “신정아를 사건의 중심에 두고 나머지 비호세력인 남자들을 주변에 두는 보도 프레임을 견지했다”고 분석했다.

신씨에 대한 사적인 정보와 공직자들에 대한 공적인 정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학력위조→정치스캔들→섹스스캔들…변양균, 요부에 걸려든 피해자로 둔갑

그렇다면 언론은 왜 변양균이 아닌 신정아에 몰두했을까.

유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신정아 사건’은 학력위조와 정치스캔들, 그리고 섹스스캔들이라는 세 가지 프레임 속에서 보도됐다.

학력위조에서 시작된 보도는 정치스캔들로 옮겨갔지만 신씨를 단순 수혜자로 설정한 정치스캔들 프레임은 이내 약화되고, 대신 신씨가 가해자 또는 주도자가 되는 섹스스캔들 프레임 강도가 높아졌다.

“신씨와의 관계를 부인하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배후세력으로 드러난 것을 시작으로 그녀와 관계된 다수의 남성들은 거의 전부 그녀의 성공을 위해 이용당한 존재로 그려지거나 그러한 뉘앙스를 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보도의 정점에 누드사진 보도가 있다. 누드 사진은 변 실장과의 관계도 ‘대가를 바란 육체관계’일 수 있다는 의심을 설득력있게 전파했고 변 실장은 연인을 위해 직권남용까지 한 남자에서 순간 ‘요부에게 걸려든 순진한 피해자’로 뒤바뀌었다.”(유 위원의 발제문에서 발췌)

유 위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이 권력과 공생하는 관계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면서 “언론은 신정아를 악녀, 요부로 몰면서 현재의 권력질서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고 정리했다.

그는 “국민이 정작 알아야 하고 알고 싶었던 것은 공직자로서, 혹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고위 인사들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자신의 지위와 세력을 남용한 비리”라고 강조했다.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관음과 호기심의 대상에서 악한 몸으로”

토론자로 나선 여성주의저널 <일다> 조이여울 편집장은 젊은 여성의 몸에 대한 언론의 이중적 관점을 비판했다.

그는 “언론이 한편으로는 여성의 몸을 관음의 대상, 호기심의 대상으로 이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몸이 남성의 출세를 가로막고 이런 사건을 일으킨 화근이 됐다는 식으로 공개처형을 했다”고 지적했다.

조이여울 편집장은 “아직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문화일보나 다른 언론사 사이트들도 오십보백보라고 본다”면서 “독자들이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아버리면 그만큼 치명적인 결과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과 유선영 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김학웅 변호사,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상담교육팀장,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조이여울 여성주의저널 ‘일다’ 편집장,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경래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 안창현 한겨레 시민편집인실 기자,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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