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리턴 매치가 된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이지만 감독이 모두 교체되었다는 점 이외에 선수 구성에 있어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SK에서는 해결사 김재현이 은퇴했고 하위 타선과 유격수 수비를 책임지던 나주환이 입대했으며 조동화와 글로버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광현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닙니다. 박희수와 윤희상이 새로 가세했지만 작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반면 삼성은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이 완전히 부활했다는 점에서 전력이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작년과는 정반대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SK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9경기를 치르며 투수진 운영을 뜻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 대구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은 삼성과 SK의 전력 및 상황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습니다. 삼성은 중반 이후 탄탄한 계투진을 투입해 SK 타선을 압도하며 완승했습니다.

▲ 4회말 2사 1, 2루의 찬스에서 삼성 신명철이 SK 선발투수 고효준을 상태로 2타점 2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선발 요원 차우찬까지 불펜으로 전환시킨 상태라 SK는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선발 매티스에게 선취점을 뽑아내 삼성의 필승 계투진의 투입을 조기에 차단해야 했지만 1회초부터 4회초까지 매 이닝 득점권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입니다. 특히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며 ‘미스터 옥토버’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던 박정권이 1회초 2사 2루와 3회초 2사 1, 2루 득점권 기회에서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 범타로 물러나며 이닝을 종료시킨 것이 아쉽습니다.

4이닝 연속 득점권 기회를 무산시킨 SK가 첫 번째 득점권 위기였던 4회말에 2실점한 것이 결승점이 되었는데 1사 1, 2루에서 선발 고효준이 채태인을 삼진으로 처리하자 신명철까지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고효준에 많은 이닝 소화를 기대하지 않았으며 선취점을 내줄 경우 삼성의 필승 계투진을 감안해 역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몸을 풀고 있던 고든을 신명철을 상대로 투입시켰어야 했습니다. 신명철이 2타점 2루타를 터뜨린 후에야 투입된 고든은 1.1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했는데 더 이상 길게 끌고 가지 않은 것은 이만수 감독 대행이 1차전보다는 2차전 이후를 바라본 운영으로 해석됩니다.

삼성의 필승 계투진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차우찬, 안지만, 오승환으로 이어진 필승 계투진은 5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빼앗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볼넷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20여 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해 변화구보다는 직구 위주로 투구하며 SK 타선을 힘으로 찍어 눌렀습니다. 투수진의 면면이 막강해도 이를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능력인데 류중일 감독은 초보 감독답지 않게 승리 투수 요건은 무시하며 4회말 선취 득점 이후 차우찬을 조기에 등판시켜 승리를 굳혔습니다.

▲ 5회초 삼성의 두번째 투수 차우찬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이블 세터진이 부진하자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는 테이블 세터진의 역할을 대신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최형우는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는데 2개의 안타가 모두 외야를 가르는 완전한 2루타가 아니라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에 의해 만든 2루타라는 점에서 돋보였습니다.

SK는 2차전에서도 패배할 경우 작년의 삼성과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를 조기에 마감하는 치욕을 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발로 예고된 윤희상이 부진할 경우 오늘 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박희수, 정대현, 정우람의 필승 계투진을 조기에 가동할 것입니다. SK의 관건은 투수력보다는 타력에 있습니다. 삼성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지 못하면 1차전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필승 계투진에 묶이며 어려운 경기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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