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승수 칼럼] <뉴스타파>가 조선일보 대주주이자 코리아나 호텔 대표인 방용훈 사장과 관련된 수상한 해외자금에 대해 보도를 했다. 필자도 <뉴스타파> 취재진과 함께 이 사안을 지난 몇 달간 조사해 왔다.

확인된 팩트는 이렇다.

1999년부터 2002년 사이에 317만 달러가 넘는 수상한 자금이 일본에서 캐나다 밴쿠버의 CIBC(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 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 계좌로 송금됐다. 이 부분은 송금자료를 입수하여 확인한 것이다.

입금된 캐나다 밴쿠버의 CIBC 계좌는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의 처형과 장모 명의의 계좌였다. 바로 2016년 9월 학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미란씨(방용훈 사장의 배우자)의 언니와 어머니 명의의 계좌다.

뉴스타파 '조선일보 일가의 수상한 해외 자금' 캡처

그렇다면 이 계좌로 송금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방용훈 사장은 고 이미란 씨 사후에, 그 돈이 ‘자신의 장남(방성오)를 위해 맡겨놓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캐나다 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과 국내에서 제기한 형사고소건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이 계좌로 거액을 보낸 송금인은 방용훈 사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계좌로 거액을 송금한 사람들은 방용훈씨가 아니었다. 차명으로 송금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송금을 했을까?

작은 액수의 송금은 빼고, 큰 액수의 돈을 일본에서 캐나다 계좌로 송금한 송금인은 3명이었다. 한명은 ‘백진훈(BAEK JINHOON)’이고, 다른 두 명은 ‘마사오 하쿠(MASAO HAKU)’와 ‘JR. Choi’로 되어 있었다.

추적해보니, 우선 백진훈은 당시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이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도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을 지낸 ‘조선일보 맨’이었다.

그리고 그는 2004년 일본 참의원으로 당선되어 3선을 했다. 지금도 일본 참의원이다. 일본에서는 ‘하쿠 신쿤’으로 통한다. 그런데 그가 2002년에 캐나다 계좌로 송금한 돈이 무려 120만 달러에 달한다.

당시 일본 외환거래법에 따르더라도, 이 정도 거액이면 신고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백진훈이 방용훈 사장의 처형과 장모에게 송금을 한 명목을 뭘로 신고했을까? 이 부분은 앞으로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더 문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났느냐?는 것이다.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그 돈이 백진훈 개인의 돈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진훈이 120만 달러의 개인돈을 방용훈 사장의 처형과 장모에게 송금할 이유가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 가능성은 삭제한다.

둘째, 그 돈이 조선일보(회사든 방씨일가든) 또는 ‘조선일보 일본지사’와 관련해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비자금을 방용훈 사장측에 송금한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당연히 심각한 문제이다. 불법ㆍ탈세와 연관된 자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 돈이 방용훈 사장이 개인적으로 백진훈에게 맡겨놓은 돈일 가능성이다. 그랬다고 하더라도 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당시 외환관리제도상 방용훈 사장이 120만 달러를 합법적으로 일본으로 반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합법적인 자금이라면, 굳이 백진훈에게 차명으로 맡겼다가 차명으로 송금하게 할 이유가 없다.

결국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백진훈이 캐나다 계좌로 송금한 120만 달러는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라면, 방용훈 사장 등 관련자들이 해명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납득할만한 해명은 없다.

이런 의심은 백진훈 외에 캐나다 계좌로 송금한 다른 송금인들을 보면 더 커진다. ‘마사오 하쿠’는 아직 못 찾았지만, ‘JR. Choi’는 방용훈 사장의 절친인 ‘최중락’이라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그가 캐나다 계좌로 송금한 돈도 56만 달러가 넘는 거액이다.

최중락 역시 방용훈 사장과 아무리 절친이라고 해도 자기 돈 56만 달러를 방용훈의 처형과 장모에게 송금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최중락이 송금한 돈의 출처도 의심스럽다.

140만 달러를 송금했으나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마사오 하쿠’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인지도 문제이지만, 송금한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문제이다.

이런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수상한 자금이 대규모로 조성, 운용되어 왔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드러난 것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청 등의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최근 해외탈세 추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국세청 등이 이런 사안을 조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해외탈세 건에 대해 조사할 수 있겠는가?

조선일보 방씨 일가 앞에서 국가공권력이 더 이상 무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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