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내부가 직무재설계안으로 소란스럽다. 양승동 사장이 앞서 밝힌 계획대로라면 직무재설계안 1단계는 1분기 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는 지난달 28일 직무재설계의 주무부서인 혁신추진부를 상대로 7시간 동안 토론회를 가졌다. 각 구역의 중앙위원, 지부장들은 직무재설계 초안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토론 내용은 5일 KBS본부가 발행한 노보에 실렸다.

혁신추진부는 토론회에서 “KBS가 2010년부터 10년 간 직원 수는 500명가량 약 10% 줄어든 반면 조직 규모는 커졌다”며 “회사가 부서를 지나치게 세분화해서 인력 운영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해 마련된 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KBS아트홀에서 열린 토론회 (사진=언론노조KBS본부 노보)

직무재설계 초안에 따르면 편성국은 편성전략과 편성국을 합병하고, 편성 1·2부를 통합한다. 편성조사부는 축소하며 디지털미디어국은 제작부로 이관된다. R국제방송부와 TV국제방송부를 축소·감축하며 브랜드기획부는 축소한다. 1, 2TV MD는 교대제로 전환한다.

편성 1, 2부를 통합할 경우 긴급 재난재해 발생 시 동시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혁신추진부는 “1, 2TV는 채널 성격도, 의사결정 내용과 방법도 다르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디지털미디어국이 이관될 경우 발생할 수입 상실 우려에 대해서는 “TV와 디지털을 접목하는 조직체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영역을 제작 쪽으로 이관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가 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 2TV MD들의 실질적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지적에 동의하고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시사교양 1, 2구역은 ▲충분한 현장 경험을 갖춘 연출자 양성 어려움 ▲훈련된 외주제작사 발굴 어려움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 심화 등을 토로했다. 특히 인원 감축으로 인한 외주제작 확대와 내부인력의 '프로듀서' 기능 전환은 근시안적인 대안이라며 ‘디렉터’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혁신추진부는 “제작을 모두 외주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닌 외주를 좀 더 추가해 인력을 효율화하자는 말”이라며 “지금 같은 구조면 높은 인건비 때문에 낮은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능구역은 제작능력 상실로 인한 외부 연출 의존 가능성과 외주제작 시 지적재산권 확보에 불리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드라마구역은 현 75명에서 제작 인력 22명을 감축하면 대하드라마 제작이 어렵다며 대안을 요구했다. 혁신추진부는 “구체적 숫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방식으로 계산한 부분이 있었다”며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라디오구역의 경우 라디오 편성기획국을 폐지하고, 2R과 2FM을 통합하며, 3R, 한민족 방송의 ‘외부제작 확대’안이 초안에 담겼다. 라디오 편성기획국 폐지에 대해 혁신추진부는 “타사는 2개 채널을 4~50명이 운영하는 반면 우리는 90~200명의 피디가 6개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집중할 수 있는 채널에 우리의 인력을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라디오 채널 폐지는 방송통신위원회 허가사항 위반이라는 지적에 혁신추진부는 “방통위 허가 부분까지 고려했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영상제작구역은 영상제작3(중계)이 축소될 경우 재난·국가 행사 시 대응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중계영상팀 인력 감축 30% 안의 근거를 물었다. 혁신추진부는 “영상제작국과 숫자에 대한 면밀한 논의를 다시 해보겠다”며 재난 대응력에 대해 “원안에 담긴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효율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구역은 ‘취재기자를 70명까지 줄이는 안’과 시니어 활용 방안을 물었고 혁신추진부는 “숫자는 목표 정원으로 최대한 공통 직군 업무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시사기획 창> 폐지 논란에 “폐지하자는 제안이 아니다”라며 “유사 프로그램 중복편성 문제가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취재구역은 디지털부서 축소안에 대해 질문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보도본부 디지털저널리즘팀은 성명을 통해 “재설계안대로 (기자) 팀장 1명, 데이터분석가 2명, 개발자 2명의 더 작은 조직이 돼 디지털뉴스제작부에서 통합뉴스룸 직속팀으로 축소된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데이터저널리즘 기자는 존재하지 않는, 자체 취재 기능은 없어지는 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혁신추진부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도본부에서 24시간 뉴스로 방향성을 잡았기에 그 방향성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뉴미디어아카이브구역은 디지털서비스운영부와 뉴스시스템개발부 폐지안이 제시된 데 대해 디지털서비스가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스포츠구역은 스포츠콘텐츠제작부 폐지안이 담긴 이유를 물었고 혁신추진부는 “지금까지 KBS가 많은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앞으로는 어렵지 않겠냐”고 답했다. 제작기술1구역은 KBS홀 대관 폐지안에 대해 지적했고, 2구역은 라디오기술국 삭제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방송인프라구역은 국고송신소 교대자 비정규직 전환을 반대했고, 수신기술지원부, 방송인증센터, 송신시설부 폐지를 지적했다. 성평등센터 인원축소는 부당하다는 지적에 혁신추진부는 “젠더 감수성 이슈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고려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혁신추진부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런 안을 제시하게 돼서 죄송스럽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이 정도가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면서 간격을 좁혀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직무재설계안은 수정 중이며 노사간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해 7월 경영혁신 5대 과제 중 하나로 ‘직무재설계를 통한 인건비 비중 낮추기’를 제시했으며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직무재설계 과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초안이 나왔고 연말부터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추후 임원전략회의를 통해 1단계로 실행할 내용을 결정하고 1분기 내에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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