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자신을 의심하는 말을 한없이 늘어놓다가 결국엔 ‘아니면 말고’ 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 강호동 하차설 이후 특정 신문이 나영석 PD를 겨냥한 믿거나 말거나 식의 기사를 써내고 있다. 나영석 PD는 어지간한 예능인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이니 다른 매체에서도 이게 웬일이냐는 식으로 후속취재 없는 받아쓰기 기사를 내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몇 차례 하차 확정, 진짜 1박2일 위기 등의 타이틀로 나영석 PD의 하차와 종편행을 도매금으로 묶어서 세일했던 보도들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더 이상 강호동이 없는 1박2일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다섯 명과 제작진들의 일치단결로 아주 훌륭한 위기돌파 능력을 보여주었다. 예능보다는 다큐에 더 가까운 유홍준 교수와의 경주 문화답사는 의외로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 흔들림 없는 1박2일의 행보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강호동의 부재에 일요예능 1위 자리를 노리는 기존 지상파 예능 제작진들의 실망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예능PD들을 스카우트해간 종편 쪽이 가장 심할 것이다.

경주문화유산답사라는 아이템은 도저히 예능이 될 수 없었다. 아무리 1박2일이라도 경주문화유산답사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나영석 PD에 대해서 냉소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강호동도 없이 이 딱딱한 아이템으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거라 예상한 사람은 솔직히 몇 안 될 것이다. 그런데 1박2일은 해냈다. 이경규가 말한 것처럼 ‘리얼버라이어티의 궁극은 다큐다’가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1박2일 팬이야 다행한 일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만족할 결과지만 1박2일이 위기에 깊이 빠지기만을 고대하던 쪽에서는 하늘이 무너질 일이다. 강호동도 없이 고리타분한 아이템으로 여전히 독보적 예능 1위 자리를 지켜내는 1박2일의 위세에 절망감마저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절망은 시기와 질투로 변하는 것이 소인배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또 다시 나영석 PD 하차를 기정사실인 양 보도했다. 그 전에 또 한 언론은 유홍준 교수의 반말이 불쾌하지 않냐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것도 잘 통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불온한 흔들기는 요즘 시청자를 깔보는 얄팍한 수작에 불과하다.

어차피 예능의 메인매치는 주말저녁예능에 벌어진다. 토요일의 무한도전, 일요일의 1박2일의 양대산맥이 버티고 있어 기존 지상파는 물론이고 예능편성에 목숨을 건 종편으로서는 난공불락의 1박2일은 자신들의 숨통을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불안이 엉뚱한 1박2일 흔들기로 표출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애초에 강호동의 종편 이적설도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사실이라면 일요예능의 대세를 흔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런 시도가 정작 강호동이 종편은 물론이고 연예계를 잠시라도 떠나게 해버린 악수가 되고 말았다.

강호동 없는 예능은 절대 상상불가라고 생각했지만 1박2일은 아니 강호동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모두가 별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다. 특히 걱정이었던 1박2일은 강호동 없이도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강호동에게는 씁쓸한 일이겠지만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세상의 빈자라는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서 채워지기 마련이다. 설혹 나영석 PD가 1박2일에서 진짜로 빠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1박2일은 혹은 또 다른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스타의 존재감은 크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강호동 없는 1박2일이 잘 굴러가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위기에도 똘똘 뭉쳐 잘 해가는 1박2일을 흔드는 주범이 종편일지 아니면 단지 특종에 목마른 과욕일지는 모르겠지만 1박2일을 흔들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국민예능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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