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단식농성을 기획한 송경동 시인이 “국가인권위원장도 조속히 해결돼야 할 국가폭력 문제였다고 하는데 왜 문제가 풀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시민사회 모임 ‘리멤버 희망버스 단식단’을 기획했다. 일곱 명이 시작한 단식단에서 다섯 명이 실신했으며 두 명은 김 지도위원이 권고한 끝에 지난 7일 48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부산에서 시작된 34일간의 도보 행진이 7일 청와대 앞에서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1981년 한진중공업 용접공으로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경찰 고문을 당하고 회사에서 해고됐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가 2009년·2020년 두 차례 김 위원의 복직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그는 36년째 복직을 외치고 있다. 암 투병 중인 김 위원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34일간의 도보 행진을 7일 청와대 앞에서 마쳤다.

송 시인은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48일까지 단식을 했던 정홍형 씨와 김우 씨도 김 위원의 권유와 부탁에 의해 녹색병원으로 와 있다”며 “무척 안 좋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 앞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 천막 하나, 바람막이할 비닐 한 장 못 치는 상태에서 단식을 해야 됐기 때문에 훨씬 힘들었다”고 말했다. 단식 30일이 경과하자 60여 개 보건의료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긴급호소문을 발표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46일차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왼쪽)이 5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시인은 5일 시민사회 대표단과 함께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난 뒤 농성을 벌이다 끌려나와 실신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송 시인은 수액마저 거부한 채 단식을 이어갔다. 송 시인은 “송경용 신부와 김호규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이 전체 노동시민사회 종교인단체 대표자로 공식면담을 갔고 전 그 자리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소금과 효소까지 끊겠다. 국회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송 시인은 단식 46일 차였다.

그는 “지난 1월 19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고 22일 이낙연 여당 당 대표를 만나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해결이 안 됐다"면서 "정부나 청와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저희가 요청한 건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사측과의 원만한 교섭 중재 등이었는데 진행이 안 됐고, 오히려 시민사회 대표단을 강제로 연행하듯 끌어냈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 측이 사측에 요구한 건 세 가지다. 회사가 부당해고 사실을 공식 인정하는 사과와 복직, 2009년 민주화위원회의 복직 권고 이후 ‘임금 정산 및 퇴직금’ 지급이다. 송 시인은 “(김 지도위원의 사례는) 명백한 국가폭력에 의한 부당해고였다. 노조 대의원으로서 대의원대회에 다녀와 18줄짜리 수기를 적어 동료 조합원에게 나눠준 게 다인데 그해에 대공분실에 3번 연행됐다. 온몸이 피딱지가 될 정도 고문을 하면서 영장도 없었다. 이를 빌미로 사측은 경찰 조사 등을 받는 과정에 결근했다는 까닭으로 부당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송 시인은 “국가와 한 기업이 36년 동안 한 인간의 삶을 짓밟고 왜곡하고 또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배제해왔다. 김진숙 지도위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까지 남아있는 노동배제와 인권탄압”이라며 “김 지도위원의 투쟁은 역사와 현실을 바꿔 보자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중 측은 복직이 아닌 ‘재취업’과 위로금 8000만 원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송 시인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와 국회 환노위 부산 시의회조차도 명백한 부당해고이기 때문에 재입사·재취업, 위로금이 아닌 정당한 복직과 부당해고 기간에 준하는 최소한의 임금산정을 통해 회사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이를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사측이 아니다. 한진중공업에는 주주가 한 명도 없고, 전체 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라며 "산업은행장은 대통령이 정부가 임명해준 사람으로 권고를 수용하면 되는데 ‘업무상 배임’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어 문제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질타했다.

34일 도보 행진의 종착지가 청와대인 이유에 대해 송 시인은 “한진중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장으로 이는 국책은행을 관리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다. 우리는 시혜를 바란 게 아니라 정부가 관리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달라는 것이다. 끝끝내 어떤 답도 못 들은 상태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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