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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승리호’ 일상의 궤적을 바꾼 기폭제, 그리고 인정 욕구[미디어비평]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21.02.05 17:04

[미디어스=박정환] ‘승리호’의 배경은 사실 참신한 설정이 아니다.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을 변주했기 때문. 지구가 인간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으로 변질되자 인공으로 만들어진 우주 거주지인 엘리시움에 기득권자들이 거주하게 된 것처럼, ‘승리호’에서도 지구는 황폐화된 반면 선택받은 사람들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스페이스 콜로니에 거주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넷플릭스)

지구가 인간이 거주하기에 마땅치 않은 장소로 전락한다는 내러티브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도 나타난다. 산드라 블록의 ‘그래비티’ 식으로 지구로 귀환해야 진정한 ‘홈 커밍’이 가능하다고 믿어온, ‘지구가 곧 인류의 안식처’라는 플롯은 ‘엘리시움’과 마찬가지로 ‘승리호’에서는 그다지 용인되지 않는다.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등이 연기하는 승리호 탑승자들은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로 근근이 삶을 영위한다. 이들이 인간형 살상무기 도로시를 만나면서 삶의 궤적에 변화가 생긴다는 설정이 ‘승리호’ 전개에서 중요한 골자다. 

도로시라는 낯선 이방인이 적대나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일상을 뒤바꿔놓는 기폭제로 작용한단 설정은 ‘아저씨’와 사뭇 흡사하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저씨’의 원빈이 어린 김새론을 만나 삶의 궤적이 바뀌는 것처럼 ‘승리호’의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등은 도로시를 만나면서 일상의 궤적이 탈바꿈된다. 도로시를 만나기 이전엔 일개 우주 노동자에 불과했지만, 도로시를 만난 이후부턴 주인공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일상에서 벗어난 모험이 이들을 기다린다.

‘승리호’의 또 다른 특징은 ‘인정 욕구’가 돋보인단 점이다. ‘승리호’는 한국영화인지 외화인지 혼동스러울 만큼 외국인 배우 출연 비중이 많기에 자막을 수시로 읽어야 한다. 영화는 이 많은 외국인 가운데서 ‘승리호’에 탑승한 한국인 승무원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서사 진행에서 어떻게 입지를 다지고 이끄는가에 천착한다. 그래서 이들 ‘승리호’ 승무원들이 지구인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바라보게 만드는 ‘인정 욕구’가 두드러진다. 후반부 ‘승리호’ 승무원들이 우주 노동자들에게 협력을 구하고, 이들의 리더가 되는 장면은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영화 <승리호> 스틸 이미지(사진제공=넷플릭스)

‘승리호’는 제작 당시부터 스크린을 겨냥하고 시각적인 효과에 집중해 만든 영화다. 영화 초반 승리호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주 쓰레기를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장면과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승리호’가 브라운관 수준이 아니라 넓은 스크린으로 감상해야만 시각적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란 걸 보여준다.

주연을 담당한 한국 배우들과 달리, 외국 배우들의 연기는 일부 서사 진행에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 하나, ‘승리호’에 반전이 있지만 영화를 많이 접해본 기민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의 반전이다.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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