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에서 선후배 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 자체가 선후배 관계와 나이를 엄격하게 따지는 사회인 데다가 연예계 쪽은 그런 게 더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며칠 전 티아라와 모세의 트위터를 통해서 인사 논란이 벌어져 티아라가 엄청나게 비난을 들으며 결과적으로 티아라의 효민과 은정은 트위터를 통해서 사과를 하는 일이 벌어졌지요. 공교롭게도 그 후 카라의 구하라가 나이 많고 키 큰 후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과연 그 후배가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었습니다.

갑작스레 가요계에 "선후배 관계"와 "인사"문제가 논란이 되며 과연 어느 정도가 지나친 것이고 어느 정도가 괜찮은 것인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좋은 모범을 제시한 그러한 한 연예인에 대해서 적어보고 싶네요.

인사, 많이 해서 나쁠 건 없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선배나 후배가 옵니다. 인사를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음악 방송에 출연자가 많이 나오면 한 30~50명 정도가 나오고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한 10~15번 정도가 나온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이번 뮤직뱅크에서도 그룹을 포함해서 약 17번의 무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만약 이번 뮤직뱅크에서 모든 출연자에게 인사를 한 번씩 했다면 총 17번을 했을 것입니다.

인사 17번 하는 게 그렇게 허리에 무리가 가고 힘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규율을 따지는 연예계라지만 후배에게 절을 하는 인사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꼭 90도로 굽혀라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정중하게, 즉 건성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서 "안녕하세요, XX입니다"라고 하는 게 그렇게까지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인사 잘하는 사람을 절대 싫어하지 않습니다. 물론 건성으로 하는 후배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인사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만약 인사를 잘해서 선배가 좋게 봐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득이 되겠습니까? 연예계만큼 인맥이 중요한 곳도 없습니다. 돈 들여서 같이 밥 먹고 선물해가며 만드는 게 인맥입니다. 그러한 인맥을 진심어린 인사 한마디로 좋은 인상을 주어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이익입니까? 공짜로 선배에게 인정받고, 그 선배가 다른 선배에게 "야, 쟤 참 인사 잘해, 잘 챙겨주자"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인사 하나에 거저 생기는 유익이지요.

정말 몸이 아파서 부득이하게 인사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인사하는 거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애매하게 상황 따져가며 계산하지 말고 그냥 동료 가수를 보면 깔끔하게 인사 한번 하는 겁니다. 계산해가며 똑똑한 척하다 괜히 연예계에서 눈 밖에 나고 그게 퍼져나가며 생기는 손실보다는 아주 적은 에너지를 들여서 인사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똑똑한 일이니까요.

마음 넓은 선배가 진정한 선배다

선후배 문화 중에서 가끔 잘못된 게 있다고 느끼는 건 "선배는 하늘이다"라는 선배들의 고정관념입니다. 먼저 다가가는 선배는 "실없는 선배"이고 우스운 선배이며, "체면이 있는데 어떻게 먼저 내가 다가가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체면을 지키는 것"과 "권위주의"는 엄연히 다릅니다.

물론 후배가 지나가는데 먼저 허겁지겁 달려가서 "아이고~ 후배님"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거나 혹시 마주칠 상황이 되었을 때 "인사해야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니가 먼저 해야지"라는 눈길을 주는 게 아니라, 따스한 눈빛으로 미소를 건네주거나 아니면 상황이 적절할 때 먼저 인사를 해준다면 그 후배도 다가오기 쉽게 느껴질 것이고 오히려 자기가 먼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직장생활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상사가 나보다 어릴 때입니다. 미국에서는 직장에서도 선후배 관념이 별로 없고 나이에 상관없이 다 이름을 부르는 문화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겠지만 한국에서는 나이는 많은데 후배인 경우가 참 애매한 경우이지요.

그럴 경우 먼저 나이 어린 선배가 다가온다면 나이가 많은 후배도 조금 마음이 편해지면서 더 다가오기 쉬울 것입니다. 벌써 "나이가 많기에 굽혀야 한다는" 약간의 자존심을 나이 어린 선배가 살려준 것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도 건넸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반응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상황이 적절하다면 그 자리에서 주의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배는 엄연히 그 사회의 룰을 지키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뒤끝은 없는 방법이고, 만약 진짜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도 지켜보고 있기에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예를 들어 모세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차라리 깔끔하게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넘어가는 것이 모세에게도 티아라에게도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모세는 엄연히 선배일 뿐만 아니라 나이마저 티아라 멤버들보다 많으니까요.

그러면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어떠할까요? 대체로 선배가 그렇게 다가가면 자신의 태도를 고치겠지만, 구하라와 니콜이 경험한 것처럼 그냥 "그 사람은 저렇구나" 하고 묻어두거나 "뭔 사정이 있겠지"라고 넘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자존심을 지켜야 돼" 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이 인사를 미리 해도 무시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어디서 한 번 크게 혼나고 당하게 되어 있으며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 것입니다.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건 모세와 구하라가 했던 그러한 방법입니다. 한참 지난 일을 다시 꺼내서 공개하거나, 아니면 애매모호하게 단서를 던져놓고, "그 후배 나쁘다"라고 이야기한다면 벌써 인터넷 공간에서 그 후배는 난도질을 당할 테니까요. 물론 그러한 후배는 명백히 잘못이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이미지도 깎인다는 점도 생각해봐야겠네요.

폴더 현중, 김현중이 보여준 선후배 관계에서의 좋은 예

엠카와 뮤직뱅크에서 김현중이 보여준 태도는 정말 멋있고 후배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엠카에 미료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김현중의 모습이 비춰졌는데요.

사실 브아걸과 김현중은 묘한 선후배 관계라고도 할 수 있지요. "브아걸"이라는 그룹으로서는 김현중이 선배이지만, 미료와 제아는 각자 허니패밀리와 솔로앨범으로 활동한 적이 있기에 어찌 보면 김현중이 후배입니다. 물론 김현중은 가인을 제외한 브아걸 멤버들보다 5살이나 어리구요.

어쨌거나 김현중은 먼저 90도로 인사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선배건 후배건 상관없이 그냥 깔끔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뮤직뱅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뮤직뱅크>에 참가한 김현중은 사실 그 자리에서는 높은 선배 쪽에 속합니다. 참가자 중에 김현중보다 선배인 사람은 조PD, 클로버의 은지원, 성시경, 휘성, 이바디의 호란 정도로 한 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브아걸과의 관계는 미리 말했구요.

뮤뱅에서는 김민지가 떠나는 무대라 앵콜무대도 없었고 인사하는 장면도 많이 볼 수 없었지만, 뒤에서 누군가에게 또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것이 기사화된 글에 읽어보니 김현중은 유키스나, 2PM 이러한 후배들에게도 인사를 잘하는 그러한 멋있는 선배였던 것이지요. 그들에게도 90도 인사를 하더라구요.

이러한 선배가 인사 받기만을 바라는 선배보다 더 멋있는 선배가 아닐까요? 예전에 선예가 팬들과 동료가수들에게 "폴더인사"를 한다고 해서 "폴더 선예"라고 알려졌는데, 김현중도 알고 보니 "폴더 현중"이었군요.

선후배 관계라는 게 정말 잘 이루어지면 가장 아름다운 관계가 될 수 있지만, 위아래만 나누려고 한다면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관계입니다. 선배건 후배건 서로 배려하면서 멋지게 이끌어주고 한마디씩 인사를 더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흔히 황금률이라고 하는 법칙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대우 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에게 대우해주면 상대방도 자신에게 그렇게 대해줄 것이니까요. 가요계든 어디든 선후배 관계가 지나친 예의와 권위만 앞세우는 관계가 아닌, 서로 이끌어주고 지지해주는 선후배 관계가 되었으면 하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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