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선일보가 KBS 이사회에 수신료 조정안이 상정된 날부터 매일 KBS 관련 기사를 지면에 싣고 있다. 지난달 28일 5면 <KBS “부동산 사업하게 法바꿔달라” 국회 압박>, 29일 사설 <정권 나팔수 KBS, 방만 경영하며 국민에 ‘수신료 더 내라니’>, 1일 사설 <“억대 연봉이 60%” 野의원 글에 KBS “46.4% 차지” 공식 반박문>, 2일 <KBS 아나운서의 ‘내맘대로 뉴스’ 정부·북한 비판 기사 수십 건 빼> 등이다.

조선일보는 1월 28일부터 수신료 관련 보도를 매일 지면에 싣고 있다.

특히 KBS 입장문을 비판한 지난 1일 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코로나로 허덕이는 국민에게서 수신료를 더 받아내 KBS 무보직 억대 연봉자들에게 주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나”라며 수신료 현실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조선일보는 일본 공영방송 NHK와 KBS를 비교했다. 일본 NHK가 올해 “2023년부터 수신료를 10% 인하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관리직 30%를 감원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 37%에서 25%로 낮추는 계획을 추가로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NHK가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수신료를 각각 7%와 2.5%씩 낮췄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NHK는 KBS처럼 정권 나팔수를 하지도 않는다”며 “시청료 인상이 아니라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 통합해 강제징수하는 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이러한 비판에 빠진 사실이 있다. NHK는 월 수신료를 2.5% 낮춰도 월 13,000원(연 157,000원)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수신료는 2500원이다. 약 5.2배가 차이 난다. KBS 수신료 산정안 월 3840원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조선일보는 NHK의 수신료 인하에 대한 배경 설명도 하지 않았다. 김민지 나고야대 대학원 국제언어문화연구과 박사가 지난 1월 <신문과 방송>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NHK의 수신료 인하 배경에는 막대한 이월 잉여금이 있다. NHK의 이월 잉여금은 2015년 약 7,548억 원(800억 엔)에서 2019년 약 1조 3,677억 원(1,280억 엔)까지 불어났다. 이에 따라 이월 잉여금을 시청자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총무성의 전문가회의에서 수신료 인하를 위한 재원으로 이월 잉여금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NHK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인터넷 동시 전송의 허가 조건으로 총무성이 제안한 수신료 인하 등 몇 가지 개혁을 이미 시행했다. 2019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두 번에 걸쳐 수신료를 4.5% 내렸다. 2019년에는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되는 10월에 수신료를 동결하는 방식으로 2% 내렸다. 2020년 10월에 다시 2.5%를 내려 NNHK 수신료는 공중파만 계약할 경우 월 13,000원(1,225엔), 위성방송을 함께 계약할 경우 약 2만 3,000원(2,170엔)이 됐다.

지난해 8월 NHK는 2021년~2023년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수신료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가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혀 지난 1월 13일 ‘2023년에 수신료를 인하하겠다’는 안을 포함해 경영계획안을 의결했다. 지난 1일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NHK의 3년치 계획안에 따르면 NHK는 수신료 인하로 발생하는 공백을 지출 축소, 비용 절감, 방송센터 건설 계획 수정, 경영 노력을 통한 잉여금 적립제도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관련링크)

지난해 9월 28일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가 발표한 '미디어 정책 보고서' 일부 발췌

또한 NHK는 KBS와 달리 재원 대부분이 수신료로 이뤄져 있다. NHK 재원의 96%가 수신료, 기타 공적재원은 4%로 광고는 받지 않는다. 반면 KBS 총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은 45% 선이다. 나머지는 광고와 협찬 등 상업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양승동 KBS사장은 지난달 27일 KBS이사회에 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하며 “수신료가 1981년부터 계속 동결된 가운데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광고수입이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KBS는 구조적인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수신료 문제를 말씀드리게 돼서 송구스런 마음”이라면서 “코로나19는 공적 영역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기존의 공적책무와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지금이 수신료 조정안을 제출할 계제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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