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tvN이 ‘철인왕후’ 역사 왜곡, ‘여신강림’에서 무리한 중국 관련 PPL로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설민석이 하차했음에도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논란이 재연됐다.

논란의 단초는 지난달 30일에 방송된 ‘벌거벗은 세계사’ 4회가 제공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항석 교수가 중세 유럽의 흑사병에 대해 강연했는데, 방송 이후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해당 강연의 오류를 지적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박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강의 전반에 깃들인 중세에 대한 편견은 또 어떠한가? 그리고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고?(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하였죠)”라고 비판했다.

단 4회 방영에 ‘벌거벗은 세계사’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이은 논란은 제작진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지적된다.

첫 번째는 역사를 다루는 교양프로그램를 제작하면서 왜 전공 외 분야의 강연자를 섭외하는가 하는 문제다.

2010년 설민석이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학위논문 제목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 연구’였다. 세계사를 전공한 게 아니라 한국사를 전공한 것.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한국사를 전공한 설민석에게 세계사 강연을 주문했다가 이집트 및 일본 역사 등 여러 부문에서 논란을 초래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이번에 야기된 논란도 마찬가지다. 팩트 오류로 사달이 난 것은, 관련 분야를 전공한 사학자에게 강연을 의뢰하지 않은 제작진의 잘못이 크다.

두 번째로는 녹화 후 팩트체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박흥식 교수는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름과 같이 지적했다.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 그럴려면 이름은 왜 넣겠다고 했는지.”

설민석의 강연 방영 후 논란을 호되게 겪었음에도, 또 다시 방송 내용 오류를 공개적으로 지적 받을 정도면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의 검증 시스템에 하자가 크단 의미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관련 연이은 잡음에 대해 차분히 숙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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