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 자회사 노동조합이 '자회사 임원 공모제' 도입을 촉구,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임원 선임을 거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자회사 임원 임명도 지역사 사장 임명처럼 공모를 받아 진행해달라는 요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자회사협의회, 미디어발전협의회, 방송자회사협의회 등은 28일 방문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27일 MBC 본사 앞에서 동일한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20일 박성제 MBC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박 사장은 이를 거절하고 인사결과로 평가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지역 MBC는 임원 공모제와 노사 동수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가동한 바 있다.

28일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열린 '자회사 임원 공모제 도입 촉구 집회’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최장원 언론노조 방송자회사협의회 의장은 “임원의 자격을 최소한이라도 검증할 수 있는 자회사 임원 공모제는 회사를 위해서도 직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MBC, KBS, SBS뿐 아니라 본사에서 자회사에 임원을 내리 꽂는 모든 자회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방문진은 실질적인 인사권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임원선임을 거부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본·자회사 상생협의체도 상시화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두식 MBC자회사협의회 의장은 “지역계열사 임원은 공모제로 뽑고 자회사는 임명하는게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고 MBC도 민주화됐지만 자회사는 아직까지 임원들이 적폐시절 보직자들을 기용하는 등 상당히 불합리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꼭 자회사 임원 공모제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는 전국언론노조 11대 위원장·부위원장 후보자들에게 MBC 자회사 임원 공모제 실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오정훈·송현준 후보조는 “모·자회사 노동조합 간 상생협의체 논의를 통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논의하고 화합과 연대의 정신으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산별 공동협약 체결까지 바라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두 가지 모두 어려운 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현·전대식 후보조는 “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차별당하고 온갖 경영 리스크를 전가하는 관행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임원 공모제를 통해 검증된 인물을 선임하자는 동지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나아가 임원 추천제를 통해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고, 노동이사제 등을 통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문진의 MBC 자회사 임원선임 논의는 2월로 연기됐다. 당초 지역사 사장과 자회사 임원선임은 비슷한 시기로 예정됐지만, 방문진 일정상 관련 보고를 한 번에 다루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회사 임원선임 건은 다음 이사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차기 이사회는 2월 9일에 열린다.

MBC 자회사의 경우 이번에 11명의 신규 임원이 선임된다. MBC C&I는 사장과 이사 3명을 선임한다. MBC아카데미가 C&I로 합병하면서 이사 1명이 추가됐다. MBC플러스는 이사 2명을 선임한다. 원래 이사 3명을 뽑아야 하지만 올해 1명을 감원했다. MBC아트는 사장 1명에 이사 1명을, MBC플레이비는 사장 1명, 이사 1명을 선임한다. iMBC는 이사 한 명만 선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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