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조범현 감독이 자진사퇴라는 이름으로 퇴단했습니다. 해태 시절의 영광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스타 선동열이 감독으로 영입되며 기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여기에 이순철까지 수석코치로 함께한다는 사실은 해태 타이거즈의 활약을 기대하게 합니다.

선동열이 이순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전설의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16연패로 기억되는 최악의 상황과 올 시즌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던 조범현은 그렇게 역사의 인물로 사라졌습니다.

김종모 수석 코치의 불명예 퇴단, 조범현 감독의 불신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조범현 감독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하기 시작한 것은 16연패를 당한 시점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골수 타이거즈 팬들은 2009년 한국 시리즈 우승 시점부터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승 4일 후 조범현 전 감독이 당시 수석코치였던 김종모 수석코치와 김봉근 투수코치, 이광우 재활코치, 이재주 선수 등을 해고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범현 전 감독에게는 새롭게 3년 재계약을 맺게 해주었던 우승이었지만, 그를 보필하며 우승을 시킨 김종모 수석코치는 불명예 퇴단을 당한 억울한 우승이었습니다. 해태에서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던 골수 해태맨이었던 김종모의 불명예 퇴단은 골수팬들의 원성의 시작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조범현의 우승을 도왔던 이들이 갑작스럽게 해고당하며 우승 팀으로서 전력은 사라지고 무기력한 모습의 기아만이 남았다는 점이 조범현 퇴진을 외친 주된 이유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혹자들은 기아라는 이름으로 첫 우승을 한 조범현 감독을 팬들이 내친 것은 지역적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격을 위한 공격만 할뿐 정작 자신들이 지지하는(지지하는지도 알 수 없는) 팀들이 벌인 일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황당한 비난을 위한 비난만 하는 이들은 씁쓸할 뿐입니다.

2009년 기아의 우승은 그동안 해태와 기아를 이어오던 타이거즈 피가 흐르는 이들의 마지막 작품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범현 감독 스스로 해태의 틀을 버리고 기아의 모습을 갖추겠다며, 김종모 수석코치를 우승 후 곧바로 내치며 자신만의 팀을 꾸려 얻은 성적이 진정 조범현 감독을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조범현 감독의 전략이나 작전지시,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 선수단 장악력 등 감독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에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확신을 한 것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비판은 정당하다고 확신합니다.

올 시즌 이범호가 영입되지 않았다면 전반기 1위라는 기록 자체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감독의 전략과 기존 선수들의 활약이 아닌 외부 영입을 통한 반짝 성공은 그의 부재와 함께 몰락에 가까운 성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2011년 기아 타이거즈는 이범호로 인해 웃고, 그로 인해 울었던 한 해였습니다.

프로야구 전설의 복귀, 팬들은 흥분하고 있다

시즌 내내 조범현 감독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는 이제 기아 타이거즈에서 물러났고 타이거즈의 상징인 선동열이 새로운 감독으로 내정되었습니다. 한국 야구의 전설이기도 한 그가 고향 팀으로 돌아온다는 선택만으로도 내년 시즌 팬들의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선동렬 감독 ⓒ연합뉴스
해태에서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고 있는 '전설 선동열'은 전통적 라이벌인 삼성에서 코치와 감독을 했던 존재였습니다. 삼성의 막강한 자금력과 김응룡 감독의 영향력은 프로야구 전설이자 해태의 상징이었던 선동열이 해태가 아닌, 삼성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해태 선수시절 6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살아있는 전설이 과거 선수 생활을 했던 팀에 감독으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들을 얻어냈습니다. 프랜차이즈 선수가 감동으로 성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성장했던 팀을 다시 영광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행 성공은 예고되고 있습니다.

더욱 선동열 호에 대해 기대하게 되는 것은 과거 해태 시절의 강한 정신력을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9회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그가 밝힌 이 정신력이 해태가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문이 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이었고, 기아가 다시 명문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절실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팬들과 이미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팬들이 답답해하고 분해했던 것은 무기력함으로 일관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더라도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패배를 해야 하는데 응원하는 이들마저 무기력하게 만드는 기아의 모습은 최악이었으니 말입니다. 준PO에서 보여준 기아의 모습은 팬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도록 만들었고 기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신력부터 개선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선동열의 감독 취임과 그가 내세운 '정신력 야구'는 그래서 반갑습니다.

선동열과 함께 수석코치로 복귀하는 이순철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삼성 시절에는 한대화라는 동료와 함께 우승을 차지했던 선동열은 기아 감독으로 내정되면서 가장 먼저 해태 동기생인 이순철을 수석코치로 내정했습니다.

선동열과 이순철, 전설들의 만남이 반갑다

85년 선동열과 해태 입단 동기인 이순철은 입단 첫 해 3할 4리의 타율과 31개의 도루로 신인왕을 받으며, 해태 왕조의 중심에 있던 선수였습니다. 선동열과 함께 해태의 6번 우승에 기여했던 스타 선수가 고향 팀에서 함께 고향 팀을 이끈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꿈과 같은 일이지만 팬들에게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설의 투수였던 선동열의 감독 복귀는 마운드의 높이가 향상될 수밖에 없음을 상징합니다. 삼성의 대단한 마운드를 만든 이가 선동열이었고, 그런 능력은 기아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가 선택한 수석코치들입니다.

▲ `2009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었던 왕년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선동열, 장재근, 이순철. ⓒ연합뉴스
삼성 감독시절 그를 보필하며 삼성 전성기를 이끈 존재는 자신과 함께 해태 왕조를 만들었던 한대화 현 한화 감독이었습니다. 선동열과 한대화, 그리고 이순철은 명가 해태를 이끈 핵심 선수들이었고 이들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여전히 궁합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선동열이 투수 조련과 운영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수석코치가 당대 최고의 야수 선수들이었다는 점은 공수의 조율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많은 이들은 선동열이 재미없는 지키는 야구를 한다고 하지만 결코 무조건 수동적인 야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강한 마운드를 발판으로 공격 야구를 지향하는 모습은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한대화 감독이 수석 코치로 있었던 시절 삼성은 공수의 조화로 두 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런 영광을 이순철 수석 코치와 함께하겠다는 선동열 신인 감독의 포부는 그래서 반갑습니다.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어느 팀과 견줘도 대단한 기아가 이런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던 것은 선수 장악력과 전략의 부재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동열과 이순철 모두 감독과 수석 코치로 내정된 이후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은 하나입니다.

해태 시절의 강인한 정신력을 선수들에게 주입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해태 시절 최고의 모습으로 전설이 되었던 선동열과 이순철의 기아 입성은 팬들의 행복만이 아닌 기아가 야구 명가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아의 선택은 조금 늦었지만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동열과 함께 기아를 이끌 이순철 수석코치는 투수 출신인 감독을 대신해 타격과 수비, 작전수행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줄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삼성시절 선동열과 한대화가 삼성을 최고의 팀으로 성장시킨 만큼 기아에서의 선동열과 이순철은 전 감독에 의해 거세당한 타이거즈 정신을 다시 심어 강팀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 타이거즈 정신을 되살린다

삼성은 완성 단계의 팀을 파란피가 흐르는 류중일을 선택하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두산 역시 위기의 팀을 다시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두산 출신 김진욱을 감독으로 선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아는 프랜차이즈 영웅인 선동열을 선임함으로서 2012 시즌 과거 영광을 함께 했던 선수들이 감독으로서도 얼마나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지 검증받게 되었습니다.

▲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진 '2008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3루 관중석에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응원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선동렬 감독은 기아의 전신인 전 해태 투수. ⓒ연합뉴스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 제도에서 지역을 상징하는 인물이 감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팬과 팀에 대한 유대 관계가 단단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새로운 구장 건립을 시작한 기아로서는 선동열을 통해 전통적인 명가 재건에 나섰습니다. 감독 하나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완벽하게 다른 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독 교체는 중요합니다.

아직 선수단과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벤치의 핵심인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의 "해태 시절의 정신력을 복원하겠다“는 공통된 의견은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요구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복귀는 환영받을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지더라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타이거즈 정신만 돌아온다면 성적과 크게 관계없이 팬들은 그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기아가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을 '정신력'으로 꼽은 그들의 일성은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선동열 신임감독이 이순철 해설가를 수석 코치로 선임했다는 것은 공수에서 완벽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음을 엿봐야 할 것입니다. LG에서 감독까지 했던 이순철이 입단 동기였던 선동열을 도와 수석코치 자리를 수락한 이유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탓입니다. 그런 그들의 의욕을 팬들은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동열만이 아닌 이순철까지 하나가 되는 이번 개혁은 기아의 2012년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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