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재인은 분명 벅찬 상대를 만났다. 뿌리깊은나무보다 한 주 늦게 시작한 것도 악재라면 악재다. 그렇지만 제빵왕 김탁구 신화를 일군 드림팀인 만큼 영광의 재인도 쉽사리 주저앉을 거라고는 볼 수 없다. 게다가 1회 분위기가 김탁구 판박이로 가는 것 아닐까 하는 실망감이 있어 뿌리깊은나무로 쏠리는 관심을 되돌리기에 버거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한석규, 장혁, 신세경의 3톱과 비교할 때 박민영, 천정명, 이장우 라인이 무게감이 덜한 것도 약점이 된다.
그러나 시쳇말로 가방끈 길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닌 만큼 객관적인 비교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영광의 재인에게 영 승산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 희망은 역시나 스타 작가와 PD에게 있다. 거기에 하나의 희망 요소가 더해졌는데, 그것은 바로 천정명의 변화다. 1회만 해도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2회 박민영과 제대로 부대끼면서 우려를 씻어내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발음의 문제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표정과 대사에서 영광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고 있다.
졸지에 부모와 기억을 잃고 살아온 이 명랑하고 착한 재인에게 갑자기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17년 전에 봉인됐던 모든 인연들이 느닷없이 찾아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재인이 잃었던 것들을 되찾게 하기 위한 판타지 요소까지 더해졌다. 노숙자를 정성껏 돌봐준 재인은 뜻밖에 세 가지 소원을 모두 이뤄주겠다는 꿈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노숙자는 자신의 행색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걸이를 재인에게 주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재인의 소원 세 가지는 가족을 찾는 것, 나이팅게일처럼 훌륭한 간호사가 되는 것 그리고 진실한 사랑을 만나는 것이다. 가장 먼저 가족을 찾고 싶다고 했지만 그것보다 빨리 다가온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17년 전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던 엄마가 깨어나게 된다니 세 가지 소원 중 이미 둘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간호사가 되느냐 아니면 빼앗긴 거대상사를 되찾아 기업가가 되느냐는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는 이미 방향이 다 정해졌고 어떻게 진행이 되고 결말까지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전개의 끝에 새드엔딩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것도 해피엔딩에 목매는 한국적 분위기에는 호재다. 서재명과 아들 서인우의 못된 짓에 적당히 분노하면서 그에 맞서 조금씩 성공과 복수를 만들어가는 재인과 영광을 보면서 쾌감을 즐기는 정도가 시청자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식상한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거둘 수는 없다. 그것이 작가, PD와 배우들이 내는 힘인지 아니면 신데렐라보다 강한 캔디의 힘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 이유를 알아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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