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브아걸이 1위를 했습니다. 너무나 늦었고 너무나 오래 걸렸습니다. 도대체 왜 그녀들이 3주씩이나 걸려서 1위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정확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1위를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네요.

물론 브아걸의 4집 활동을 1위 했느냐 안 했느냐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박성광의 유행어대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기에, 1등을 못하면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사회이기에 매주 아쉽게 생각했지요.

단지 1위 때문에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너무나 멋진 활동

한국에서 특히 그룹은 1위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위를 하면 그 앨범은 성공적인 것이고, 1위를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요. 브아걸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할 수가 있는데 바로 3집인 아브라카다브라가 대박이 났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브아걸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시작을 했을지도 몰라요. 뭘 해도 일단 아브라카다브라와 비교될 것이 뻔하니까요. 예를 들어 이번에도 1위를 한 번도 못하고 앨범활동을 마쳤다면, "역시 지난 앨범보다 못하네" 이런 평가를 들을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자면 아브라카다브라가 성적 면에서는 식스센스를 앞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브아걸의 4집 식스센스가 3집 아브라카다브라보다 못한 앨범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브아걸 4집은 1,2집과 3집을 섞어놓은 듯한 브아걸 앨범 중에 가장 완성도 높은 앨범입니다. 1집과 2집의 가창력을 가져왔고, 3집의 카리스마와 섹시미 그리고 퍼포먼스를 가져왔지요.

1, 2집의 장점과 3집의 장점을 살린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이번 앨범활동은 확실히 타그룹과 차원을 달리하는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인터넷 댓글에서 볼 수 있었던 글들 중에는 "브아걸 다음에 걸그룹이 하는 거보면 학예회 같다"라는 말을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식스센스 무대가 그랬습니다. 굉장히 많은 안무들을 소화하면서도 라이브는 완벽했습니다. 너무 라이브를 고집한 나머지 멤버들 목에 무리가 가는 현상이 있었는데도 라이브를 고집했고, 돌고래 소리는 당분간 내지 말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격주로라도 하려는 열정을 보여주었지요.

3집에서 퍼포먼스에 치중하다 보니 "가창력이 약하다"라는 선입견을 확실히 깨버린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것이지요. 만약 1위를 못하고 물러났으면 이러한 브아걸의 노력이 많이 묻혔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참 힘들게 가는 브아걸의 1위 정복

항상 브아걸을 보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남들은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1위를 참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브아걸 자체가 그렇다기보다는 뭔가 1등하고는 참 안 맞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타이밍이다 이런 것도 참 안 맞아서 고생한 적이 많았고, 1위도 억울하게 날린 적이 많아서 브아걸 본인들도 "2등 가수"라는 타이틀이 싫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 1위 정복기도 사실 만만치 않았어요. 너무나 힘들게 1위를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지요. <뮤직뱅크>는 컴백 첫 주 때는 방송에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말들이 많더군요.

이번 <인기가요>에서도 브아걸의 난항은 계속되었습니다. 지난주 브아걸은 웬만한 음악차트 등에서 모든 음원을 올킬하였고 음원이 60%나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1위를 하지 못하는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중파만큼 파급력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음악방송 중 하나인 <엠카>에서도 희한한 일은 계속되었는데요.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그날은 또 엠넷에서 드림콘서트를 촬영한다고 해서 엠카를 결방시켰습니다. 결국 1위를 했어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지요.

브아걸이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1위를 할 수 있는 환경마저 참 애매하기 짝이 없었지요. "식스센스"가 대중적으로 아브라카다브처럼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노래는 아니라는 내부적인 요인과 여러 가지 방송사와의 문제에서 이루어진 악재들을 이겨내야 했지요. 이해할 수 없는 집계 방식의 문제도 있었구요.

팬들과 밀당하는 브아걸의 능력

이것도 능력이라고 봐야하는지요? 브아걸은 팬들의 마음 졸이게 하는 데 선수입니다. 이 브아걸이라는 그룹은 컴백할 때마다 팬들의 마음을 항상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습니다. 2집 때는 하필 원더걸스의 텔미랑 같이 컴백해서 (본인들도 계속 이야기하는) 2집은 날아갔고, 3집도 소녀시대, 2NE1 등의 쟁쟁한 걸그룹들과 함께 컴백해서 팬들을 간 졸이게 만든 게 바로 브아걸이라고 볼 수 있지요.

가인도 아브라 시절에 그래서 "2등 가수"라는 징크스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녀도 "밀당녀"의 대표답게 팬들과 밀당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엠카에서는 억울하게 1위를 빼앗겨, 뮤직뱅크에서는 2PM에게 1위를 내줘, 인기가요에서도 마찬가지.

게다가 가인이 활동 접을 주에는 2AM과 소녀시대가 컴백하는 그러한 일이 있었기에, 가인 솔로 활동에는 팬들도 1위를 포기한 일이 있었는데 맨 마지막 방송에서 1위를 거머쥐는 초능력적인 밀당의 기술을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었다 놨지요.

이번 음반 활동이 3주째로 접어들고 소녀시대, 아이유, 원더걸스 등이 컴백한다고 하자, 일부 팬들사이에서도 "마음을 편하게 갖자"라는 말들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이번에도 "힘들겠다"라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많은 후보들을 이기고 1위를 차지해서 풀이 죽어있던 팬들을 완전 살아나게 했지요. 가인은 아무래도 "모태밀당"의 기질을 가지고 있고 언니들도 가인과 오래 살아서 그러한 경향이 심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시판 등을 보면 정말 많은 댓글들이 브아걸을 축하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1위가 정당한 적은 없었다" / "1위 할 그룹이 받았다" / "도대체 왜 이제야 받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등 다들 브아걸의 1위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브아걸 멤버들도 마음을 많이 졸였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1위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고, 특히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 준비한 앨범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든 음원차트를 올킬하고도 1위를 받지 못해 "아브라보다 못하다" 내지 "4집 앨범은 실패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오히려 라이브는 3집 때보다 더 미친듯이 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나르샤도 말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고 눈물 많기로 알려진 제아는 아예 우느라고 앵콜송도 못 불렀지요. 방송이 끝나고 조권이 브아걸 멤버들과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그때까지도 제아는 우느라고 입을 가리고 휴지로 입을 막는 일이 있었지요. 그 와중에 가인은 절정의 시크함을 자랑하며 "으이구 언니들..."하는 표정을 보여줬구요.

브아걸은 "1위 달성"이라는 정말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최고의 라이브를 보여주었던 브아걸이 달성하지 못한 딱 하나가 1위였는데 이제 했으니, 마음 편히 그냥 무대를 즐겼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남은 앨범활동에도 계속 미친 듯한 라이브를 보여줘 후배 걸그룹의 본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왜 그녀들이 진정한 성인돌인지 계속 입증했으면 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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