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불후의 명곡2>에서는 '노래하는 음유시인 故 김광석 특집’편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해리라는 커다란 벽에 가려져 있던 강민경이 드디어 <불후의 명곡>에서 두 번 우승한 알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강민경은 21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김광석 무대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감정몰입이 되어 노래하다가 본인도 울컥하고 보는 시청자들도 감동받는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감정을 파워삼아서 그녀는 강력한 3연승을 달린 홍경민을 저지한 신용재와 강력한 우승후보인 알리를 제치고 결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강민경은 얼굴만이 예쁜 가수가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가수라는 것을 재증명한 셈이지요.

그런데 요즘 불후의 명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홍경민입니다. 물론 2기부터 함께해오며 이제는 터줏대감이 된 허각도 있고, 예쁜 강민경도 있으며, 디바 알리도 있지만 홍경민이야말로 <불후의 명곡2> 시즌3의 진정한 감초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순서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우승, 포맷 좀 바꾸면 안 되나?

이번 홍경민 무대를 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낀 게 바로 이 점입니다. <불후의 명곡2>는 매 출연자가 다음 출연자와 경합을 벌이며 올라와야 하는 서바이벌 방식인데요. 이 방식은 첫 번째로 출연하는 출연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방법입니다. 사람의 특성상 나중에 본 무대가 가장 마음에 남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무대는 신선한 맛이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마치 일곱 가지 음식을 먹는다면 첫 번째 음식의 맛은 많이 잊혀진다고 할까요?

이번 홍경민의 무대 같은 경우도 신용재하고 붙을 때쯤이면 벌써 허각의 무대도 봤고, 임정희의 무대도 봤으며, 바로 앞의 신용재의 무대도 본 상태입니다.무대가 하나하나 더해질수록 그만큼 기억도 그 만큼 잊혀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무대가 아주 미치도록 좋든지 아니면 팬덤이나 인지도가 높아서 모든 출연자들을 압도적으로 누를 수준이 아니라면, 첫 번째 가수가 우승하는 건 거의 힘들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 출연자들도 첫 번째 무대에 오르는 것을 꺼리고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차라리 이럴 바에는 그냥 매 무대마다 점수를 매겨서 나중에 점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하든지, 아니면 모든 이들의 무대가 끝난 후에 모두의 여운이 조금 가신 뒤에 점수를 계산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의 방법을 추천해보는데 바로 그 무대에 감동을 받았을 때마다 채점하는 방식은 모두에게 공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가수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오직 그 가수의 무대만 놓고 평가하는 거니까요.

관록이 느껴지는 홍경민의 노래 실력

현재 출연자들 중에 홍경민은 가장 고참입니다. 경력만이 아니라 나이도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서 훨씬 많죠. 나이로는 바로 다음이 임정희인데 임정희도 80년대 생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홍경민의 무대에서는 다른 출연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연륜이 느껴집니다.

물론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다고 해서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요. 어떤 가수들은 20년이 지나도 실력이 그대로이고 솔직히 현재 아이돌보다도 실력이 부족한 가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홍경민은 그러한 과는 아니지요. 방송에서 김구라와 문희준이 "흔들린 우정"을 언급한 것처럼 많이들 "흔들린 우정"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많지만, 락 발라드 스타일의 곡은 상당히 많으며 곡도 좋고 가창력도 훌륭합니다.

<불후의 명곡>에서는 홍경민의 실력과 재주, 가창력을 매번 볼 수 있습니다. 스타일도 다양하고 악기도 여러 가지를 소화하는 등 매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한 번은 아무도 도전하지 못할 법한 정말 초등학교 시절이나 써봤던 멜로디언을 가지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번 주에는 기타와 함께 하모니카를 불면서 김광석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단순히 노래만이 아니라 악기 연주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김광석을 재연한 홍경민의 무대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본인이 했던 사랑의 감정을 완벽하게 전달한 홍경민의 무대는 여러 관객들을 울리는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김광석의 노래는 "지금 세대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홍경민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확실히 감성과 관련해서는 연륜이 있는 홍경민이 다른 가수들보다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본인이 말한 대로 승수와는 관계없이 김광석이 전해줬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고 했을 때는 존경하는 선배에 대한 예의와 애정도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구요. 아무래도 김광석을 보고 알고 자란 그이기에 더 그러한 감정이 강했을 수 있겠네요.

아마 홍경민이 뒤쪽으로 가고 강민경이 눈물을 보이지만 않았다면 이번 주에는 홍경민이 우승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홍경민은 뛰어난 가창력뿐만이 아니라 무대마다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청중과도 같이 즐기는 식으로 유도하기도 하면서, 어떨 때는 감동을 주며 울리기도 하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진 훌륭한 가수이지요.

무대에서는 가수 홍경민, 무대 밖에서는 예능인 홍경민

이렇게 무대에서는 진지하고 노래에 열중하는 가수이긴 하지만 무대만 내려오면 홍경민은 편안한 친구로서 180도 달라집니다. 대기실의 홍경민과 노래하는 가수 홍경민은 상당히 많이 다르지요.

이번 <불후의 명곡2>의 대기실도 나빴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재미 있었고, 김구라가 아이돌들과 잘 어울려 노는 그러한 분위기였기도 했지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더 업그레이드 된 건 김구라의 천적 문희준이 가세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요소가 존재하는데 바로 홍경민이라는 존재입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어느 정도 이야기도 잘 통하는 홍경민은 김구라, 문희준과 함께 제대로 된 MC조합을 이루어내며 개그를 받쳐내고 있습니다. 사실 홍경민의 입담은 이미 "서세원의 토크박스" 등을 통해서 잘 알려진 바 있지요. 예전에 김구라가 주로 혼자 주도해나갔다면 이제는 "우경민, 좌희준"을 놓고 대기실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또한 홍경민은 중견가수로서 개그맨인 김구라가 놓칠 만한 부분을 잘 끌어냄으로 인해서 단순히 개그만 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실에서의 분석 등을 업그레이드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문희준과의 토크 경쟁이 붙어서 서로 경쟁하는 모습도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불후의 명곡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홍경민은 참 겸손한 가수입니다. 막말로 홍경민 주변에 있는 가수들은 홍경민의 눈에 애송이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실력이야 있을지 모르지만 깊이나 경력, 연륜은 홍경민을 따라갈 수가 없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만한 스펙과 실력이 되는 홍경민이 <불후의 명곡2>에서 한참 어린 후배들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홍경민은 그런 걸 개의치 않습니다. 그저 무대에 서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멋진 선배이지요.

또한 후배들한테 지거나 밀려도 전혀 기분 나쁜 기색이 없이 후배들을 세워주고,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자신은 그냥 그들을 "보조해준다"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홍경민은 정말 겸손하면서도 모범이 될 만한 선배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불후의 명곡2>의 터줏대감은 이제 허각이 되었고, MC는 신동엽이고, 대기실 주인은 김구라이긴 합니다만, 홍경민은 모두와 어우러지며 프로그램의 무게를 실어주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알리와 신용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소속사의 컨셉 때문에 인지도를 많이 쌓지 못한 임정희, 그리고 초짜 신인이라고 (실력이 아니라 경력이) 볼 수 있는 허각과 남우현, 이제 막 이해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는 강민경의 중심에 인지도도 많고, 경력이 있는 홍경민이 가세해주니 프로그램이 더 안정된 느낌이 듭니다.

한때는 정말 한국을 뒤흔들었던 가수였고 실력도 있는 홍경민이 이제는 후배들과 무대에서는 훌륭한 가창력으로, 그리고 대기실에서는 편안한 형이자 김구라의 밥으로 함께함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주고 있습니다.

만약 <불후의 명곡2>가 더 화제가 되었다면 홍경민도 제대로 다시 부활할 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네요. 정말 만능엔터테이너가 무엇인지, 멋진 선배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홍경민이 참 고맙기도 하고 멋있기도 합니다. 계속 그러한 모습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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