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4시간 30분에 달하는 연장 접전 끝에 10회초 정상호의 좌월 솔로 홈런에 힘입은 SK가 7:6으로 승리했습니다. 양 팀이 각각 6명의 투수를 쏟아 붓는 총력전 끝에 SK가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롯데는 1번 전준우, 2번 김주찬, 3번 손아섭을 배치하던 페넌트 레이스에서의 타순과 달리 오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번 김주찬, 2번 손아섭, 3번 전준우로 타순을 변경했습니다. 1회말 김주찬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시작해 4회말까지 세 번에 걸쳐 상위 타순이 돌아올 때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롯데 양승호 감독의 타순 변경은 적중한 듯 보였습니다.

▲ 8회말 2사 2루에서 롯데 이대호가 동점 안타를 때리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대호의 부진이 롯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대호는 6:5로 뒤진 8회말 2사 2루에서 천적 정대현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기록했지만 그 외에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4회말과 6회말 2사 1, 2루 기회에서 모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습니다. 이대호는 5타수 1안타 1삼진 1볼넷(고의 사구)을 기록했는데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4번의 타석에서 1개의 삼진을 제외하고 세 개의 타구가 모두 유격수 땅볼에 그친 것은 이대호가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일관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대호가 국내 최고 타자인 이유는 단순히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일관하는 거포이기 때문이 아니라 0.357로 페넌트 레이스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쥔 기록이 입증하듯 상황에 따라 밀고 당기는 타격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줄 아는 영리한 타자라는 점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일관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장타를 터뜨려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롯데는 1회말과 9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모두 병살타로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초반에 김광현을 강판시키며 SK의 계투진을 조기에 끌어낼 수 있었던 1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의 강민호의 병살타도 아쉬웠지만 6:6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에서 4타수 3안타로 분전하던 손아섭이 병살타로 물러나 기회를 날린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9회말 손아섭의 타석에 앞서 무사 1, 3루에서 대타 손용석이 투수 땅볼에 그치며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무사 1, 3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용석이 타점을 얻지 못해 후속 타자들은 중압감을 안은 채 타석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회 뒤에 위기, 위기 뒤에 기회’라는 야구 속설이 입증하듯 롯데가 9회말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키자마자 준플레이오프에서 16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정상호가 역전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SK의 승리로 귀결되었습니다.

▲ 연장 10회초 무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SK 정상호가 역전 솔로홈런을 친 후 SK 선수들이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SK의 승인은 오늘도 불펜 투수진의 호투에 있습니다. 선발 김광현이 3.2이닝 만에 4실점하며 강판되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4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이영욱이 이대호를 범타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등 이전까지 타오르던 롯데 타선을 1.2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9회말 6:6 1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끝내기 위기에 등판한 정우람은 손아섭을 초구에 병살타로 처리하며 사직 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 8천여 관중들의 깊은 한숨을 자아냈고 1점 앞선 10회말에는 전준우, 이대호, 홍성흔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중심 타선을 깔끔히 삼자 범퇴 처리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마무리 엄정욱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마찬가지로 불안했지만 이만수 감독 대행이 마지막 카드로 아껴둔 정우람이 승리를 이끈 것입니다.

극적으로 승리했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SK답지 못한 플레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2개의 실책을 범한 것은 수비가 견고한 SK답지 않았습니다. 수비가 취약한 롯데에 오히려 실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1회초 2사 후 2루타로 출루한 최정의 견제사는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였습니다. 7회초 4:4 동점의 균형을 깨뜨린 2점 홈런의 주인공 안치용을 수비 강화를 위해 7회말부터 임훈으로 교체한 이만수 감독 대행의 기용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3이닝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롯데 타선의 힘을 감안하면 타격감 좋은 안치용이 필요한 순간이 다시 올 수도 있었으니 너무나 성급한 교체였습니다. 결국 SK는 7회말과 8회말 연속 실점해 동점이 되었는데 만일 SK가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패배했다면 안치용의 성급한 교체는 악수로 남을 뻔 했습니다.

롯데는 총력전이었던 1차전에서 선발 투수와 불펜 모두 취약점을 드러내 남은 시리즈 운용에 적신호가 들어왔습니다. 만일 내일 2차전에서도 SK에 패배한다면 롯데는 인천에서 올 시즌을 마감할지도 모릅니다. 지난 3년간 포스트 시즌에서 롯데가 한 번 패하면 반드시 연패에 빠져들며 시리즈에서 탈락했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롯데에게는 심리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롯데가 상처투성이인 1차전 패배를 딛고 2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원점으로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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