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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종영, 밤 버리고 낮을 택한 아이들의 속시원한 단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1.20 14:05

[미디어스=이정희]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혼자 있어.

태양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절대 틀릴 리 없는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어.
나는 궁금해져.
지금은 낮일까 밤일까...

지난해 11월 30일 tvN 드라마 <낮과 밤>은 이 모호한, 문학적이고 상징적인 문구로 서막을 열었다. 28년 전 온통 불바다가 된 하얀 밤 마을. 사람들이 죽고, 서로 죽이며 마을 전체가 몰살로 이어지는 상황, 살아남은 한 소년이 독백처럼 저 문구를 되뇐다. 

연쇄살인사건으로 소환된 하얀 밤 마을 사건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낮과 밤’이란 상징적인 문구가 결국 드러낸 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실험체로 쓰인 아이들의 해리성 인격장애, 즉 괴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이다. 그 시작은 28년 전 하얀 밤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28살의 젊은 사회사업가 손민호(최진호 분)가 일군 하얀 밤 마을, 성공적인 재건사회사업으로 언론에 조명되었던 집단 공동체였다. 

하지만 그건 드러난 일면에 불과했다. 그 내부에서는 조현희와 공일도(김창완 분) 등 맹목적인 신념을 지닌 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와 군의 지원을 받은 국가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진시황의 염원이었던, 부와 권력으로도 닿을 수 없었던 '불사영생'의 공식을 완성하는 것으로 그를 위해 하얀 밤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실험체가 되어 희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하룻밤의 화재와 마을 주민들의 몰살로 수면 아래로 사라진 듯 보였다. 28년 후 6건의 의문의 사망사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때까지는. 

수수께끼 같은 암호가 적힌 살인 예고가 이지욱 기자(윤경호 분)에게 전달되고, 그 예고에 맞춰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살인이라지만 미소를 띠며 스스로 옥상에서 떨어지고 물에 뛰어들고 차로 뛰어들어 죽음을 자처한 상황, 과연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무엇일까?

그 수사에 연쇄은행강도 수사를 맡았던 도정우를 팀장으로 한 서울경찰청 특수팀이 뛰어든다. 또한 그들의 수사를 돕기 위해 FBI 출신 범죄심리전문가 제이미 레이튼(이청아 분)이 합류한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 오정환(김태우 분)까지 나서 독려인지 협박인지 모를 압력을 행사한다. 오정환만이 아니다. 이제는 내로라하는 사회사업가로 유력층이 된 손민호까지 정보관리부장 이택조(백지원 분)와 내통하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백야재단이 된, 하얀 밤 마을의 주도 세력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드라마는 이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28년 전 하얀 밤 마을의 배후 세력으로 '백야재단'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28년 전 마무리하지 못한 '영생불사' 프로젝트를 당시 연구원이었던 조현희와 공일도를 앞세워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도정우가 범인으로 쫓기는 6건의 살인 사건을 계기로 당시 하얀밤 마을에서 사라졌던 4명의 생존 아동들이 나타난다. 도정우, 제이미 그리고 세 번째 아이였던 문재웅(윤선우 분), 거기에 대통령 비서실장 오정환의 심복으로 움직이는 네 번째 아이 김민재(유하준 분)까지. 

이들은 모두 하얀 밤 마을에서 실험 대상이 되었던 아이들이다. 그 실험 과정에서 남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동시에 그 실험의 부작용으로 '해리성 인격장애'를 지니게 되었다. 그들의 해리성 인격장애는 세 번째 아이에 의해 6건의 자살과 같은 연쇄살인을 낳았고, 그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도정우는 자신을 내던진다. 

도정우가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그 자신이, 아니 그에게 가해진 실험 부작용으로 그의 내면에서 튀어나온 '괴물'이 28년 전 하얀 밤 마을 몰살 사건을 벌인 주범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세 번째 아이를 찾고, 오랫동안 제이미 박사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뇌수술까지 받게 한 도정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막고자 한다. 

그렇게 괴물이 된 아이들이 자신을, 또 다른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백야재단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세울 때, 그들의 맞은편에서 오정환을 비롯한 인사들은 거침없이 실험의 성공을 위해 아이들을 조달하는 데 전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이들을 희생하는 실험이 ‘인류를 위한 일’이라는 몰가치적 신념을 가진 공일도와 도정우와 제이미의 생모 조현희가 있다. 

도정우와 아이들의 결자해지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16회, 실험을 막고자 하는 도정우를 비롯한 아이들과, 여전히 지적 탐욕과 영생에의 욕심에 눈이 먼 무리의 마지막 일전이 치러진다. 특히 28년 만에 자식을 보고서도 반가움 대신 그들의 혈청을 탐하는 도정우의 생모 조현희와, 경찰에 잡혀와서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공일도의 모습은 아우슈비츠에서 생체실험을 한 과학자들을 연상케 한다. 

자식의 혈청을 탐하는 생모 앞에서 결국 '낮'이었던 도정우의 선한 의지를 ‘괴물’ 도정우가 먹어버린다. 28년 전 그날처럼 모두를 파멸로 이끌려는 상황, 동생 제이미와 공혜원의 간절한 목소리는 도정우를 '낮'으로 되돌리고 몰살의 비극은 재연되지 않는다. 그리고 28년 전 그날부터 괴물의 원죄로 시달린 도정우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어머니 조현희와 함께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폭발의 현장에 남는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

생체실험으로 염력을 비롯해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지닌 주인공. 그가 맞서 싸우는 권력과 부를 넘어선 ‘영생불사’를 탐하는 이들. 무엇보다 아이들의 혈청을 기반으로 하여 100세가 넘어서도 자신을 숨긴 채 젊은 비서관으로 살아왔던 오정환이나, 아들의 혈청으로 늙지 않는 조현희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악행이 또 다른 괴물이 된 세 번째 아이의 살인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 신선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그런 악의 무리를 그들의 머리꼭대기에서 갖가지 능력을 발휘하여 시원하게 파헤치고 단죄하는 과정은 16부작을 정주행한 시청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더구나 죄의 대가를 기꺼이 치르고자 하는 세 번째 아이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불 속에 남은 도정우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죽은 줄 알았지만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처럼 되살아온 도정우. 시즌 2를 향한 히어로의 재등장인 듯하지만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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