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노래는 모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일기장처럼 시간 지난 후에 더 아프고 또한 아련하다. 그 자신 스스로 너무 큰 상처를 감당하지 못해 세상을 등졌지만 김광석은 혼자 가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등에 짊어졌을 것 같다. 그래서 김광석의 노래는 단지 부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치유하는 경험을 준다. 그런 노래들로 경연을 한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형식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었어도 가수들은 경연의 의미보다는 한결 같이 헌정의 의미를 드러냈다는 점은 참 다행이었다.
소설가 한수산은 “성이여, 사랑이여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고 했지만 시대와 세대에 따라 그 상처도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 20대가 대부분인 불후의 명곡2 가수들이 김광석의 아픔을 제대로 표현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젊은 가수들의 김광석에 대한 마음은 진실한 만큼 객석에도 잘 전해졌다. 첫 번째로 노래한 홍경민이 기타와 하모니카로 상당히 김광석 시대의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결국 강민경은 그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가사도 틀렸고, 당황한 나머지 음정까지 흔들리게 됐다. 그런데 그 실수에 대해서 생전 절친이었던 박학기가 흥미로운 비화를 전해주었다. 김광석도 강민경이 틀렸던 부분과 같은 곳에서 가사를 자주 틀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학기는 깜짝 놀랐다고 했는데, 그것이 단순히 실수한 후배를 격려하기 위한 말은 아닐 것이다. 마치 김광석의 영혼이 놀러온 듯한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물원으로 대중가요를 부르기 전 김광석은 주로 민중가요를 불렀다. 물론 대중가수로 이름을 알리고도 그의 음반에는 ‘광야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담아 자신의 노래가 출발한 지점을 기억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또한 음반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이 산하에’ ‘녹두꽃’ 등의 노래들 또한 김광석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들이다. 민중가요라는 부분을 살짝 가리고 그저 음악만으로 대해도 김광석의 서정성 넘치는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들이 불후의 명곡2에는 모두 빠졌다. 그래서 조금은 섭섭했다.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하다면 5년 전 KBS 스페셜로 방영된 ‘가객 김광석, 10년 만의 초대’를 찾아보면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