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20조원의 통신대기업, 그러나 2009년 이후 ‘자살’, ‘돌연사’ 발생자만 무려 19명.
“사랑합니다 고객님”, 그러나 직원퇴출프로그램(CP, C-Player :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 시행.
‘올레(olleh)’(고객감동 경영, 역발상 경영, 소통경영, 미래지향적 경영) 표방, 그러나 50대 여성 노동자를 사직시키기 위해 전봇대에 오르게 하는 기업.

▲ ⓒMBC 'PD수첩'

KT 이야기다. 겉으로 “고객을 위해”라며 ‘do do do’를 이야기했지만 KT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및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do’라는 광고문구 그대로 KT는 직원퇴출프로그램을 시행해왔고 지금도 시행중이라고 한다.

지난 11일 MBC시사프로그램 <PD수첩> ‘사랑합니다 KT’ 편은 3명의 KT 직원의 죽음을 조명했다.

최영수 씨. 퇴근길 그는 집이 아닌 시외 고속도로로 길을 잡았다. 가드레일 박기를 수차례,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21m 높이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최 씨의 어머니는 “작년 1월부터 명예퇴직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회사에 다녀오겠다고 나간 날”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영업부로 옮기게 된 최 씨였고 상품판매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배우자 이 씨도 인근 저수지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박민수 씨. 지난 7월 서울시 은평구에서도 업무전환 이후 명예퇴직 압박을 받았던 박 씨가 회사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년 동안 기술직으로 일했던 박 씨에게 KT는 상품 홍보 판매 일을 시켰다. 박 씨의 동료는 “출근하면 기계만 가지고 싸우던 사람이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박 씨가 사장으로부터 표창장까지 받은 우수사원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무능한 사람으로 몰렸다고 했다.

▲ ⓒMBC 'PD수첩'

이 모두 KT의 직원퇴출프로그램(CP, C-Player :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 시행으로 벌어진 불행이다. ‘114 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등이 주요 대상자로 이들은 ‘상품판매팀’으로 업무전환, 그 후 ‘서면경고’, ‘경고조치’, ‘징계처리’, ‘타 본부 제임’ 등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명예퇴직 종용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4월 밝혀진 <KT 모 본부장이 영업국장에게 보낸 지시사항>을 보더라도 “상품판매전담 직원에 대한 관리 최종 목표는 ‘퇴출’”이라며 ‘근무태만’, ‘업무 불성실’ 등에 대한 복무와 채증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명시돼있기도 하다. 권영국 변호사는 "연 매출 20조원, 당기순이익 2조를 벌어들이는 KT로서 합법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없으니 ‘비인간적’ CP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원퇴출프로그램 대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식 씨.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이 씨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39세. 가족들에 따르면 2009년 KT에서 5992명을 해고하면서 이 씨 부서 인원이 8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8명이 하던 일을 4명이 하게 돼 노동 강도가 늘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지만 KT 측은 “인원이 줄은 건 맞지만 일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의 메신저 닉네임은 ‘39세에 명예퇴직’. 이 씨는 퇴출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이 심했다는 게 지인들의 증언이다.

KT, “인력퇴출 시행된 바 없음” VS 반기룡, “내가 시행한 사람이다”

그러나 KT는 여전히 직원퇴출프로그램 시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PD수첩> 제작진의 질의에 대한 KT의 서면응답이다.

“특정 직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 차원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은 없음”
“일부에서 제기한 문건은 특정지사가 과거 2007년 이전에 자체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경각심 고취차원에서 만들었다고 하였으나 시행되지는 않았음”

“믿을 수 없다”는 CP시행자 반기룡 씨. KT 중간관리자로 퇴출 대상자에게 직접 사퇴를 종용했던 반 씨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반기룡 씨는 “퇴출인력이 여기 발표가 돼 있잖아요. 전사 목표가 550명이고 충북지사 퇴출 대상이 20명. 본사가 한 일이 아니면 어떻게 전사 목표까지 다 알아요?”라고 반문했다. ‘아이디어일 뿐, 시행되지 않았다’는 KT 주장에도 반 씨는 “내가 시행한 사람 중 한 명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 역시 당시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다 결국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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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반기룡 씨의 양심선언 기자회견 뒤편에는 퇴출대상자로 해고된 김옥희 씨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었다.

김옥희 씨는 KT에 114안내직원으로 입사했으나 업무전환으로 인해 6m 높이 전봇대에 올라가 전화와 메가페스 개통하는 일을 담당해야했다.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던 김 씨는 계속되는 명예퇴직 종용과 폭언에 시달렸지만 “아이들을 졸업시켜야한다”는 일념으로 견뎠다고 한다. “정년 때까지도 아니다. 아이들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면서 매달렸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울릉도 강제발령과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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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19명 사망, 그러나 책임지고 해결해야하는 자리에는 낙하산 인사

<PD수첩>은 KT의 이 같은 일이 1998년 IMF에 따른 공기업민영화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당시 해외 사모펀드(투기자본)이 유입(48.52%) 되면서 ‘통신비 인하’ 등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향상이나 노동환경보다는 ‘고배당’에만 관심을 갖게 됐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데 전력을 쏟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KT는 당기 순이익 5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지난 2009년에는 94.2%의 배당이 이뤄졌다. 물론 해외 투기자본에 48.52%가 흘러나갔다. 문제는 책임을 져야할 경영진들이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면서 시정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란 점이다.

<PD수첩>은 ‘사랑합니다 KT’ 편을 마치면서 “KT는 이제라도 인력퇴출 프로그램의 실체를 밝히고 기업과 구성원의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자주 사용하는 ‘상생’이다.

고 최영석 씨의 KT 동료는 <PD수첩> 인터뷰에서 “KT라는 게 (재해 등) 증언을 했다든가 그런 사람들 보면 끝까지 고달픔을 주는 그런 조직이에요”라고 했다. 그리고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KT가 타 기업에 비해 사망률이 4배 많다고 지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또 다시) 죽거나 자살하거나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것이 곧 “사랑합니다 고객님” KT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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