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선발 고든의 무실점 호투와 5번 타자로 기용된 안치용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1패 뒤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겨 놓게 되었습니다.

2회초 무사 1, 3루와 4회초 무사 1, 2루 기회를 타선이 무산시켰지만 고든이 기아에 실점하지 않아 SK는 대등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고든은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 7월부터 8월까지는 호조였지만 9월 이후 상대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며 포스트 시즌에서의 선발 등판에 의문 부호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직구가 위력을 발휘하며 5.1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 SK 선발투수 고든 ⓒ연합뉴스
SK의 불펜진은 박희수, 정대현, 정우람, 엄정욱이 이어 던지며 단 1실점도 하지 않는 합작 완봉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1차전에서 9회초 1사 후 등판해 차일목에게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던 마무리 엄정욱은 오늘 9회초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2사 후 김상현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으나 안치홍을 삼진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습니다.

6회말 1사 1루에서 장타력을 지닌 기아의 타자들을 승부하기 위해 등판한 박희수는 나지완과 이범호를 모두 풀 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박희수는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포스트 시즌인데 나이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연일 호투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등판했는데 만일 김성근 감독이 여전히 SK의 사령탑이었다면 힘 있는 우타자 2명을 상대시키기 위해 좌완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렸을지 가정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 6회초 1사 만루 SK 지명타자 안치용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타의 주인공 안치용 역시 포스트 시즌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SK로 트레이드된 작년 한국 시리즈 엔트리에는 포함되었지만 교체 멤버로만 2경기 출장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프로 10년 차 안치용의 포스트 시즌 선발 출장은 오늘이 처음인데 이를 기념하듯 적시타를 터뜨리며 2차전까지 자신을 선발 출장시키지 않았던 이만수 감독 대행에게 시위했습니다. 2009년 기아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이 페넌트 레이스와 한국 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작년 중반 SK로 트레이드된 안치용이 올 시즌 후반기와 준플레이오프의 주역이 된 것을 보며 우타자 기근에 시달리는 LG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기아는 2회초 무사 1, 3루의 위기를 넘긴 뒤 맞이한 2회말 무사 1, 2루의 선취 득점 기회를 안치홍의 희생 번트 실패 병살타로 무산시켰습니다. 2회말 선두 타자 최희섭이 포수 정상호의 실책으로 출루하는 등 안타 없이 두 명의 주자가 출루해 무사에 만든 기회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7회말에도 1사 1, 2루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SK의 세 번째 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대타 신종길이 초구에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 다시 득점에 실패했는데 김원섭이 나지완을 대신해 선발 출장하면서 정대현을 상대할 만한 좌타자 대타 요원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하면서 기아는 최희섭의 타격감 저하를 우려했지만 공교롭게도 2차전 이후에는 최희섭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나머지 타자들의 타격 부진이 연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득점권에서 적시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데 1차전에는 2개, 2차전에는 1개에 그치더니 오늘 3차전에는 전무했습니다. SK의 강력한 필승 계투진이 올라오기 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선발 투수를 공략해 득점하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아이지만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아는 공격의 활로를 열기 위해 테이블 세터의 부활이 시급합니다. 김선빈이 2차전까지의 부진으로 하위 타순으로 내려갔지만 살아나지 못했고 1번 타자로 고정되는 이용규도 오늘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습니다. 기아는 발 빠른 테이블 세터가 출루하고 장타력을 지닌 중심 타선이 타점을 얻으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인데 테이블 세터가 출루하지 못하니 중심 타선에서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의욕이 떨어진 상황에서 범타로 물러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아 조범현 감독의 투수 교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6회초 1사 1, 2루에 투입된 좌완 심동섭은 박정권을 상대로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는데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무한 신인급의 심동섭에게는 0:0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자칫 선취점을 내줄 수도 있는 득점권 위기에서의 첫 등판이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1사 만루가 된 뒤 심동섭을 구원한 유동훈은 안치용에게 2타점 결승타를 허용했는데 안치용이 우타자이고 유동훈이 사이드암 투수이니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노리려는 계산이었지만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페넌트 레이스에서 안치용의 사이드암 투수 상대 타율이 0.286로 나쁘지 않았으며 이후 김진우가 3.1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기록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심동섭과 유동훈을 올리지 말고 1사 1, 2루 박정권 타석에서 김진우를 등판시켰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내일 4차전의 선발로는 기아는 윤석민, SK는 윤희상이 예고되었습니다. 2패에 몰린 기아는 에이스 윤석민의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초강수를 띄운 셈입니다. 2승에 선착한 SK가 윤희상을 올린 것은 윤석민의 4차전 등판을 예견한 것으로 초반에 윤희상이 무너질 경우에는 박희수, 정우람, 정대현의 필승 계투진을 아끼며 5차전에 선발 김광현과 필승 계투진을 모두 쏟아 붓겠다는 계산입니다. 만일 윤희상이 호투하고 SK 타선이 3일밖에 쉬지 못한 윤석민 공략에 성공할 경우 필승 계투진을 조기에 투입해 4차전으로 준플레이오프를 마무리 짓고 3일의 휴식을 취한 뒤 10월 16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와 대결하려는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4차전에서 기아가 승리해 2승 2패가 된다 해도 10월 14일 문학에서 열리는 5차전은 SK에 유리하므로 준플레이오프의 전체 향방은 SK로 다소 기울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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