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의정 활동 가운데 해마다 주민들의 이목을 끄는 이슈가 있다면 그건 단연 해외연수와 관련한 것일 것이다.

지난 9월23일부터 28일까지 4박6일간 옥천군의회 8명 중 7명의 의원들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연수하고 돌아왔다. 이중 한 명은 해외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한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애초 동남아 연수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장 동남아에 가서 의원들이 무엇을 배워 오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에다 또 관광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 아니냐며 대부분 비판적인 반응이었다.

▲ 군의회가 발행한 해외연수보고서
옥천군의회 안효익 의원은 10일 옥천신문 인터넷 사이트 여론광장에 이번 해외연수에 대한 개요와 각 의원들이 분야별로 작성한 연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수보고서에 따르면 의원들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에 옥천군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잘 되게 하기 위한 옥천군 농산물 특판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현지 한인회와 접촉, 수출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와 함께 이들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기농업 논, 수경재배 등 친환경농업 현황을 둘러보고 견학을 했다는 것이 주요 일정이었다.

물론 시내 시찰이나 유적지 탐방 등의 일정도 포함돼 있다.

군의회는 연수보고서에서, ‘우리군 농산물 수출시장 확대 등 최근 우리군이 역점을 두고 있는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조사를 위해 동남아의 여러 시설들을 견학하였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들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향후 의원의 발전적인 의정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다른 나라의 의회 운영과 환경·도시주택정책 현장을 둘러보며 국제적 안목을 키웠고, 농산물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 우리 농가에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은 물론 옥천군의 이미지를 새롭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맞는 말일 것이다. 연수보고서에서 밝힌대로 의원들은 4박6일이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세 개 국가를 방문, 과일 위주인 옥천군 농산물 수출길을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수립됐고, 의원들이 사전에 많은 점을 공부하고 갔다는 점도 강조했다.

때문에 안효익 의원은 언론에서 해외연수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그동안 있었던 해외연수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주민들의 비판적인 여론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고, 해외연수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만 끼고 보면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논란이지만 관광성 해외연수는 이제 안된다는 것이 주민들 대다수의 의견이자 바람이다.

그런데도 군의회 해외연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것이 관광성 해외연수라는 말이었다.

▲ 옥천신문 만평 ⓒ옥천신문
지난 5대 군의회에서는 2006년 필리핀, 2007년 베트남, 캄보디아로 연수를 갔다 왔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난 후 새로 구성된 6대 의원들은 일본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배우러 갔다 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시 동남아 연수를 갔다 왔고, 역시 관광성 연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군의원들의 해외연수지가 동남아나 일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시사점이다. 그것은 해외연수비 예산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올해 역시 1인당 연수비로 책정된 180만원(이중 자부담은 15만원)에 맞춰 연수지를 짜고, 이를 쓰지 않으면 반납해야 한다는 나름의 필요성이 가까운 동남아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닌가?

군의원들이 예산에 맞춰 해외연수 계획을 수립하다보니 군의회 해외연수 무용론이 등장하고 예산낭비니 하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해외연수 추진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연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고장의 현안을 해결하고, 장기발전계획을 세우기 위해 목적을 가지고 연수를 계획하고 그에 걸맞는 일정을 짜야 한다는 주민들이 바람에도 어긋난다.

할 말은 또 있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던 ‘옛날식 해외연수’는 없다. 일단 국외연수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일정이나 장소 등을 정하면서도 목적을 가지고 간다는 설명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연수보고서 한 번 제출하는 것으로 끝내버린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 고장을 발전시키는 정책에 어떤 식으로 접목하고 응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채 해외연수의 에너지를 사장시켜 버린다면 그것은 주민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관광성 해외연수’에 다름아닌 것이 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를 갔더니 재래시장이 아직 경쟁력이 있더라, 인도네시아나 싱가포르의 친환경농업 현장이 굉장하더라 정도의 감탄사로 끝내버릴 것이라면 그냥 구경하고 온 것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라북도의회나 안산시의회, 청주시의회 등 일부 의회에서는 사전에 해외연수를 잘 갔다오기 위한 연구와 토론, 사후 연수보고회와 토론회를 열어 주민들과 토론도 하고 정책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해외연수는 의원들에게 무척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해외연수는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하지 말자는 얘기다. 좀 더 연구하고 토론하고 결과물들을 실질적으로 꾸려서 우리 고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얘기다.

옥천의 희망을 꾸려나가자는 ‘옥천희망마당’에서는 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진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오한흥 전 대표가 군의회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외연수 진행하되 관광만 다녀오지 말고 내실있게, 돈 좀 잘 쓰자는 말이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