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누구에게나 불편하다. 파업에 임하는 사람들이나 이를 대처해야 하는 회사 쪽 사람들이나 파업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 일거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교통 수단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이 하는 파업은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노사를 넘어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까지도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 지회가 1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삼화고속 버스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불편함이 얼마나 큰지 오롯이 체감할 수는 없지만, 이 버스를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큰 불편함을 느낄 거라 짐작된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삼화고속지회 노조가 10일 오전 5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20개 노선 242대 버스의 운행이 중단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삼화고속 버스정류장 모습. ⓒ연합뉴스
그래서 궁금했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삼화고속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삼화고속 노조 파업 관련 뉴스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언론이 내는 목소리는 참으로 한결 같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매체를 구분할 것 없이 일제히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시민들의 볼멘 목소리, 불평, 불편함만이 그득한 언론 보도에서는 삼화고속 노조가 왜 총파업을 돌입했는지 찾을 수 없다. 총파업으로 인해 불평을 토하는 시민들의 반응만을 상세히 담은 보도에서는 현재 삼화고속 노사가 각각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또한 상세히 찾을 수 없다.

<경향신문>보도에 따르면, 현재 삼화고속 구성원들의 시급은 4727원이다. 노조는 회사를 향해 시급을 973원(20.6%) 인상해 5천700원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하루 21시간 근무하고 있는 업무 환경을 18시간으로 감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시급 165원(3.5%) 인상을 주장하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참, 삼화고속의 임금은 10년째 동결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삼화고속은 1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폐쇄를 신고했다.

2011년 최저임금(4320원)을 살짝, 아주 살짝 웃도는 수준의 시급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9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하루 21시간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업무 환경을 18시간으로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들이 시민들의 불편함을 알면서도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참으로 소박하다. 한 편으로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노조 파업이 무조건 정당하다’고 보도하는 언론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최소한 언론이라면 사안을 보도할 때 보도가 주는 영향력을 고려해 더욱 신중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무조건 시민들의 불편함만을 쫓을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사안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특히 파업 보도는 더욱 그렇다. 유성기업 노조 파업에 대해 일부 보수 신문이 붙인 ‘귀족노조’ 프레임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대통령의 연설문에까지 들어갔고, 그 날로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연봉7천만원 받는 귀족노조의 밥그릇 싸움”으로 폄하되지 않았나.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삼화고속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오늘 밤에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코멘트가 담긴 방송3사의 리포트가 이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내일 치 보도는 안 봐도 뻔하다.

현재 트위터를 중심으로 삼화고속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응원 글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이 전하지 않은 진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파업을 누리꾼들 스스로 나서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파업의 진실을 전하는 누리꾼들이 웬만한 기자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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