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드디어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00호 골을 기록했다. 한동안 골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지만, 리즈를 상대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손흥민과 케인이 오늘 경기에서도 합작골을 만들어내며 100호 골의 가치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리즈는 올 시즌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리즈이지만 하부 리그로 추락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 리즈가 공격력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성공했고, 입성하자마자 파격적인 공격 축구로 7승까지 올리며 중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경기에서도 리즈의 공격은 토트넘 선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히딩크 시절 대한민국 대표팀처럼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 모두 공격하고 수비하는 방식이 리즈의 현재 스타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과거 네덜란드가 추구하고 완성했던 전술이다.

체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이 전술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문제도 많다. 시종일관 꾸준한 체력을 바탕으로 전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가 나오거나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토트넘에서 통산 100호골을 작성한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리즈의 문제는 실수가 나오고는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문제가 가중되면 실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리즈 경기는 화끈하다. 많은 골을 넣고 내주는 식의 경기는 모 아니면 도 식이다. 공격 일변도라는 점에서 토트넘에게는 더욱 좋은 상대이기도 했다.

초반 분위기는 리즈의 몫이었다.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며 슛을 과감하게 쏟아내는 리즈는 흥미로웠다. 토트넘으로서는 이런 리즈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리즈의 실수는 다른 경기와 달리, 빨리 찾아왔다.

시즌 내내 이런 체력을 앞세운 전술은 악명 높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중심으로 이어진 박싱데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체력적 한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체력을 앞세운 전술에서 체력에 문제가 생기면 실책이 나오기 시작한다.

의외로 많은 기회가 경기 초반부터 토트넘에게 주어졌다. 전반 17분 아일링이 케인의 압박에 다급하게 걷어내는 과정에서 베르바인에게 향했고, 그대로 슛으로 연결되었다. 베르바인이 보다 정확한 슛을 쏠 줄 알았다면 골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끌어안은 최고의 공격 콤비 [AP=연합뉴스]

첫 골은 골키퍼 멜리에가 백패스를 받자 손흥민이 압박해 들어왔다. 당황한 골키퍼가 급하게 차냈고, 이 공이 윙크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빠르게 전방에 있던 베르바인에 연결했다. 리즈 알리오스키가 압박하며 수비를 하다 PK를 내주고 말았다.

알리오스키는 페널티 박스 밖에서 태클을 했지만, 베르바인은 안쪽에 있었다. 그렇게 주어진 PK 골 찬스를 케인이 가운데에 강력한 슛을 성공시키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토트넘에서 100호 골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손흥민이 찰 법도 했지만, 모든 PK는 케인의 몫이었다.

이 골로 케인은 올 시즌 10-10을 기록했다. 케인으로서는 첫 기록이다. 골을 많이 넣지만 도움이 극단적으로 적었던 그는 올 시즌 완벽한 변신을 하며 도움 기록을 쌓았고, 그렇게 대망의 10-10 기록도 완성하게 되었다. 이런 기록을 달성하자마자 전반 43분 도움을 추가했다.

골을 몰고 오던 케인을 보고 손흥민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비수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케인의 패스가 이어졌고, 두 명의 수비수를 깨고 침투한 손흥민은 원바운드 발리슛으로 역사적인 토트넘 100호골을 기록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100번째 골이다.

손흥민의 100호 골을 축하한 토트넘 구단 [토트넘 구단 트위터 캡처]

토트넘 역사상 17명만 가지고 있는 기록을 손흥민이 작성했다. 주 공격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기록은 더욱 대단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올 시즌 더욱 정교한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원샷 원킬이라는 말이 이제는 당연하게 보일 정도로 슛 횟수는 줄어들고 골은 늘어났다.

전반 43분 골도 너무 편안하게 넣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골이 아니다. 수비수가 존재하고, 케인의 패스가 바운드가 된 상황에서 바로 골로 연결하는 것이 쉬울 수가 없다. 정확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슛을 쏴야 하는 고난도의 공격을 너무나 손쉽게 완성한 손흥민은 분명 최고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코너킥으로 추가 골을 만들어냈다. 킥력이 워낙 좋다 보니 코너킥을 전담하는 손흥민의 이 킥은 아름다웠다. 우측 코너에서 찬 공은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수비수들 사이에 있던 알더베이럴트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헤더로 추가골을 완성해냈다.

니어 포스트 골은 골키퍼가 잡아내기 무척이나 어렵다. 가까운 곳에서 나오는 골이라는 점에서 반사신경이 탁월하거나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즈 수비수들을 농락이라도 하듯, 피해 가며 알더베이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코너킥은 그렇게 토트넘의 세 번째 골이 되었다.

대단한 코너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올 시즌 절정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음은 이 코너킥이 증명해주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MOM에 선정되었다.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오늘 경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손흥민이 아닌 케인을 교체했다는 점이다.

분명 손흥민도 많이 지쳐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을 빼면 실점을 하는 징크스가 생기기 시작하자, 지친 손흥민을 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칫 손흥민을 빼자마자 수비 위주로 선수들이 돌아서면 실점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킹오브더매치'에 오른 손흥민 [EPL 홈페이지 캡처]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00호 골을 넣었다. 그리고 시즌 12호 골로 살라의 13호 골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라섰다. 살라가 PK골을 전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손흥민은 오직 필드골로만 12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더 위대하게 다가온다.

도움 역시 리그에서 5개를 기록했다. 이제 리그의 절반을 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10-10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추세로 보면 손흥민은 처음으로 20골 이상을 기록할 수도 있어 보인다. 리그에서 20골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월드 스타로서 위상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손흥민. 그의 대활약으로 인해 토트넘은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경기 전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라멜라와 로 셀소, 그리고 레길론까지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해 코로나19 확진으로(레길론 제외)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도 거둔 승리였다.

문제는 파티 후 이 선수들이 훈련에 참가하고 경기에서도 뛰었다는 점이다. 잠복기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토트넘 선수들에게 의외의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용맹했던 리즈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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