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tvN이 역사 강사에게 전문성을 넘어선 교양 프로그램을 맡겼다가 크게 체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야기다. 애당초 설민석은 세계사를 전공한 강사가 아니었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방영 2회부터 큰 비판에 직면했다. 세계사에서 정설로 통하는 역사와는 다른 강의를 방송해 고고학 전문가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3회 강의 또한 히로히토의 실제 발언과는 다른 내용을 강의한 바람에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의 검증 능력은 또 한 번 도마위에 올랐다. 녹화를 마친 4회분 분량은 설민석의 하차로 더이상 송출하지 못하게 됐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방영 3회 직후 휴방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은 설민석의 전문성 결여와 함께 논문 표절 문제가 가장 크다.

tvN 교양프로그램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설민석은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를 작성함에 있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설민석이 하차했다 해도 프로그램 제작진 역시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 설민석의 전공인 한국사의 범주에서 벗어나 세계사 강의를 맡긴 건 tvN의 패착이다. 강의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는 검증 시스템도 촘촘하지 못했다.

예로 스파르타쿠스가 일으킨 난을 실질적으로 진압한 이는 크라수스지만 설민석은 폼페이우스라고 강의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알렉산더가 지었다는 가짜 지식을 설파하기도 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설민석이 지적받을 만한 역사적 오류는 이외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작진이 주제별 자문위원을 늘리는 등의 검증 방안은 갖고 있었다지만, 자문은 방송 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렇지만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자문위원이 있었음에도 방송 직후 강의 내용을 ‘팩트체크’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논문 표절 인정으로 설민석은 방송가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지만 tvN은 30일 유튜브에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3회 하이라이트 방영분을 6개로 나눠 업로드했다. 설민석이 논문 표절 사태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건 29일. 하루 뒤 tvN은 설민석의 강의를 유튜브에 업로드, 3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챙겼다.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

tvN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는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논란이 다가 아니다. ‘철인왕후’는 방영되자마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700여 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역사 왜곡을 지적하는 청원이 올라오는 ‘문제적 드라마’로 등극했다.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 비하 논란이 터지는 등 방영되자마자 시청자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극 중 순원왕후를 안티에이징에 혈안이 된 인물처럼 묘사하질 않나, 중전이 철종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중전과 궁녀가 함께 겸상하는 무리한 설정 등으로 조선왕조 궁중 예법과는 거리가 먼 극중 묘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희화화를 도모하고 싶었다면 실존 인물이 아니라 가상의 설정이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철인왕후’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언론에서 ['철인왕후', 좋아도 좋아할 수 없는 '계륵같은 드라마'], [웃자고 보는 걸, 왜 ‘엄근진’이냐고? 믿지 못할 역사, 웃지 못할 방송] 같은 비판 기사를 쏟아내며 날선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tvN은 직시해야 한다.

Mnet의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 피해자 보상 지연, MAMA 논란이 수그러들자마자 이번엔 tvN이 CJ ENM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