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장 11회말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SK 이호준이 끝내기 안타를 친 후 이만수 감독대행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외의 투수전으로 2:2로 맞선 채 맞이한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이호준의 끝내기 중전 안타로 SK가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SK가 기아를 압도하며 9회 정규 이닝으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타선의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연장전으로 이어졌습니다.

SK가 낙승할 수도 있었지만 접전으로 흐르게 된 것은 숱한 기회에서 최정이 부진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최정은 1회말 무사 1, 2루, 5회말 1사 3루, 7회말 1사 2루, 9회말 1사 1, 2루, 11회말 1사 2, 3루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나 팀을 어려움에 빠뜨렸습니다. 만일 최정이 1사에 주자가 3루에 있었던 5회말과 11회말에 희생 플라이만 기록했어도 SK는 비교적 쉽게 승리했을 것입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정은 도합 10타수 무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는데 어제 1차전 7회말 번트 실패 병살타 등으로 침묵한 것에 대한 정신적 부담이 오늘 경기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일 7회말 1사 2루에서 최정의 중전 안타성 타구가 유격수 김선빈의 호수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최정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부활할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투수 옆을 스치며 빠지는 최정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김선빈이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시프트라기보다 마운드에 있는 손영민이 언더 핸드 투수라 발 빠른 2루 주자 정근우의 3루 도루를 막기 위해 2루 베이스 근처에 있었던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SK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발 송은범이 기대 이상으로 호투하며 6회초까지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1홈런 포함 6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했는데 투구 수 부담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했습니다. 박희수, 정대현,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SK의 불펜은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투수 모두 이틀 연속 등판으로 내일 하루 휴식을 취하지만 SK의 3차전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3차전에서도 등판해 1, 2차전과 같은 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늘 경기의 또 다른 수훈갑은 7회말 동점 홈런과 11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출루해 역전 득점의 주인공이 된 안치용입니다. 7회말 대타로 나와 동점 홈런을 터뜨린 것에 대해서는 이만수 감독 대행의 대타 기용 적중이 훌륭했다고 인정하기보다 왜 타격감이 좋은 안치용을 선발 출장시키지 않고 대타로 활용했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할 듯합니다. 안치용은 어제 경기에서도 7회말 대타로 기용되었는데 기아 선발 윤석민이 정면 승부를 꺼릴 정도로 위협적이었습니다. 오늘까지 안치용은 2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3볼넷을 기록 중이니 이만수 감독 대행이 정상적으로 팀을 운영한다면 3차전에서는 중심 타선으로 선발 출장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 7회말 무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SK 안치용이 동점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선발 로페즈는 구위는 위력적이지 않았지만 제구력을 바탕으로 6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하지만 기아 타선이 2회초, 3회초, 7회초 세 번의 선두 타자 출루에서 1점도 얻지 못해 로페즈의 어깨를 무겁게 했습니다. 만일 기아가 9회 정규 이닝으로 승리했다면 로페즈의 호투는 빛났겠지만 연장전으로 흘러가며 SK에 비해 취약한 불펜 싸움으로 흐르는 바람에 기아에 불리해졌습니다.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기아의 한기주는 사실상 선발에 맞먹는 4이닝 동안 72개를 투구하며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11회초 투구 수가 50개에 육박하며 제구가 되지 않아 선두 타자 안치용에게 볼넷을 내주며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이때가 한기주를 교체하고 구원 투수를 등판시키는 적기였습니다. 하지만 김진우는 아직 신뢰하기 어려우며 좌완 심동섭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기에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를 비롯해 불펜이 취약한 기아의 고민은 3차전 이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기아가 2점에 묶인 것은 2번 타자 김선빈의 부진에 기인합니다. 1번 타자 이용규는 멀티 히트를 기록했으나 김선빈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습니다. 테이블 세터진이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자 기아의 중심 타선은 장타를 노리는 큰 스윙으로 오히려 쉽게 아웃 카운트를 헌납했습니다. 기아의 유일한 적시타가 1회초 2사 2루에서 터진 나지완의 우전 적시타인데 이 타석에서만큼은 주자가 득점권에 있어 가볍게 스윙했지만 이후 스윙이 커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 부진했던 최희섭이 홈런 포함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것은 기아의 입장에서는 다행입니다.

선발이 취약한 SK와 불펜이 취약한 기아, 그리고 두 팀 모두 타선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1승 1패로 맞서고 있는 준플레이오프는 최소한 4차전 이후의 장기전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기다리고 있는 2위 롯데에 유리한 흐름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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