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팀에 왜 중요한지를 윤석민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타선에도 불구하고 그는 8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SK의 홈구장에서 그들을 압박해나갔습니다. 9회 터진 차일목의 짜릿한 만루 홈런으로 경기는 완벽하게 기아로 넘어갔지만 윤석민이 없었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기아, 준PO 1차전 승리로 가을 전설을 예고했다

▲ 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SK와 KIA의 준PO 1차전 9회말 KIA 선발투수 윤석민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민이 왜 뛰어난 선수인지는 오늘 한 경기만 봐도 충분했습니다. 두 팀 모두에게 절실했던 첫 승. 위기의 순간을 넘기며 겨우 얻은 기회에서 그들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고 그렇게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벌였습니다. 윤석민과 김광현이라는 에이스 대결이 주는 흥미로움은 준PO 1차전을 화끈하게 만들었고 야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승부로 다가왔습니다.

시작과 함께 기아는 선취점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용규가 볼넷을 얻고 돌아온 이범호의 2루타가 터지며 첫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홈에서 태그아웃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번트 실패로 이용규 대신 김선빈이 루상에 주자로 있었던 것도 득점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였을 듯합니다.

SK 역시 시작과 함께 선두 타자인 정근우가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지만 기아의 1회와는 달리, 박재상 타격에 치고 달리기 작전을 걸었지만 2루에서 아웃이 되면서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이후 윤석민에게 완벽하게 막히며 좀처럼 SK다운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선발 투수들에 의해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두 팀은 그러나 기아가 3회 잡은 기회에서 김선빈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첫 득점에 성공하며 0의 행렬은 멈추게 되었습니다.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기아로서는 좀 더 많은 점수를 낼 수도 있었던 만큼 아쉽기만 한 3회였습니다. 차일목이 유격수 강습 안타로 노아웃에 기회를 만들었지만, 박기남이 번트 실패를 하고 이용규가 볼넷을 얻으며 기회를 잡아 김선빈의 희생 플라이까지 이어졌지만 주루 플레이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이용규라면 충분히 3루로 진루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루에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지요.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런 압박은 나지완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왔을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기아는 4회에도 김상현과 안치홍이 연속 안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믿었던 최희섭이 병살로 물러난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이후 8회까지 모든 이닝을 3자 범퇴로 물러나며 윤석민의 어깨를 무겁게 했습니다. 3, 4회 흔들리던 김광현을 몰아붙여 대량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 단순히 윤석민을 돕는 것만이 아니라 SK의 기를 확실하게 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기아는 이런 아쉬운 상황이라도 만들었지만 SK는 윤석민에게 완벽하게 밀리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안치홍의 실책들이 위기를 만들고 2사 후 볼넷 등으로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곧바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윤석민의 노련함은 든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SK에게 아쉬운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7회 시작과 함께 선두 타자였던 박재상이 윤석민을 상대로 1회 선두 타자 안타를 쳤던 정근우에 이어 오늘 경기 두 번째 안타로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작전보다는 공격 야구를 선호하던 이만수 감독 대행마저 3번 최정에게 번트를 시킬 정도로 1점이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번트에 능하지 않은 최정의 시도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들어온 3루수 박기남의 호수비에 막혀 병살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최정과 3, 4m 정도 밖에는 차이가 안 날 정도로 홈으로 달려들던 박기남은 자신의 앞으로 온 번트 타구를 지체 없이 2루로 던졌고, 자연스럽게 5-3으로 이어지는 병살로 이어지며 위기를 제거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민의 노련한 피칭 역시 한 몫 했습니다. 번트에 능하지 못한 최정을 상대로 몸쪽 바짝 붙인 빠른 공은 번트를 댈 엄두도 못 내던 최정의 방망이를 맞췄고 자의가 아닌 윤석민에 의해 번트가 된 타구는 최악의 병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윤석민과 차일목의 작전은 주요했습니다.

▲ 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SK와 KIA의 준PO 1차전 9회초 2사 주자만루 상황에서 KIA 차일목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SK가 7회 동점을 올렸다면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연장전으로 진행되며 불펜이 강한 SK가 첫 승을 가져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7회 공격은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는 윤석민이 아니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에이스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투구수까지 조절하며 SK를 압박한 윤석민에게 한결 편안함을 준 것은 기아의 마지막 공격이 펼쳐진 9회였습니다. 윤석민이라도 한 순간 방심하는 사이 역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9회 기아의 공격은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범호가 정우람에게 볼넷을 얻으며 기아는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2이닝을 무실점을 잘 막았던 정우람을 대신 해 9회에만 SK는 4명의 투수를 올렸습니다. 박희수를 상대로 나지완은 3루 강습 안타를 만들어냈고 무사 1, 2루 기회에서 김상현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다시 한 번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습니다.

첫 승이 간절했던 SK는 곧바로 박희수를 대신해 마무리 역할을 해왔던 엄정욱을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최희섭로 내야 땅볼을 만들어 홈에서 아웃시키며 투아웃을 만들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오늘 경기의 또 다른 히어로인 차일목이 2스트라이크 1볼로 몰린 상황에서 엄정욱의 빠른 승부가 승리를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가운데 몰린 직구는 그대로 펜스 밖으로 날아가며 포스트시즌 10번째 만루 홈런의 주인공을 차일목에게 안겨주며 경기는 그 상황에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5-0 상황에서 9회 말 대타로 나선 최동수가 윤석민을 상대로 초구 홈런을 친 상황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만루 홈런만 아니었다면 동점이었을 상황이니 말입니다. 물론 1-0 상황이었다면 좀 더 신중한 투구를 했을 것이고 쉽게 홈런도 내주지 않았을 테니 무의미한 가정이되겠지요.

안치홍이 오늘 경기에서만 유사한 문제로 다시 실책을 범하며 정근우를 1루로 내보내고 박재상마저 볼넷으로 내보내며 갑자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윤석민은 최정을 가볍게 2루 플라이로 잡고 마지막 타자가 된 안치용을 삼진으로 잡으며 중요했던 원정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윤석민은 9이닝 완투를 하면서 109개의 투구로 3안타, 3사사구, 4삼진, 1실점으로 귀중한 첫 승을 올렸습니다. 불펜이 약한 기아를 생각하면 그의 완투는 일요일 경기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함으로서 1승 이상의 효과를 보여준 완투 경기가 되었습니다.

윤석민과 맞대결을 벌인 김광현은 4와 2/3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져 4안타, 3사사구, 1실점으로 승패와 관계없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아쉬웠습니다. 투구 수 조절에 실패하며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SK 마운드에 다섯 명의 투수를 올렸다는 것은 다음 경기마저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 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SK와 KIA의 준PO 1차전에서 KIA가 5:1로 우승을 한 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가 비록 윤석민의 완벽한 투구와 차일목의 극적인 만루 홈런으로 기분 좋은 1승을 먼저 가져가기는 했지만 불안함은 여전합니다. 중심 타선인 나지완, 김상현, 최희섭이 좀처럼 자신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상에서 돌아와 지명타자로 나선 이범호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 것과는 달리, 이들이 무서운 존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기아에게는 불안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SK로서는 기아의 에이스인 윤석민에게 완벽하게 묶인 타선이 2차전부터 살아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타선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믿었던 불펜이 흔들리며 완패를 당했다는 사실 역시 불안함으로 다가오고 있기에, 2차전에 전력을 다해 이기는 것만이 준PO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9일 2차전에 기아는 로페즈를 SK는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비록 로페즈가 전반기에 비해 아쉬움을 많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송은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가 초반 득점에 성공한다면 원정 2연승을 가져갈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부진했던 로페즈가 최소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만 준다면 기아로서는 손쉽게 준PO의 승자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과연 SK의 반격이 시작될지 아니면 기아의 완승으로 끝날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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