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구단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 ‘쌍둥이마당’(이하 ‘쌍마’)이 폐쇄되었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선임 발표 이후 9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7일 밤 12시 경부터 약 32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시즌 중 LG의 경기가 극적인 결과를 낳았을 때 접속자의 폭주로 홈페이지 전체가 접속 불가능한 상황은 발생한 적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홈페이지의 다른 기능은 멀쩡히 수행되지만 쌍마만 접속 불가능한 상황은 발생한 전례가 없기에 의도적인 폐쇄임이 분명합니다. 설령 접속자가 폭주해 접속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하루가 넘도록 방치된 적은 없었기에 LG 프런트의 의도적인 조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쌍마가 폐쇄된 것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과거 실패를 반복했던 야수 출신의 초보 감독이 임명된 사실에 대해 LG팬들의 분노가 게시판에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임명 과정에 있어 프런트와 몇몇 인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되어 불투명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지난 8월 SK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인 용틀임마당을 폐쇄한 뒤 김성근 감독의 해임 및 이만수 감독 대행의 선임 수순을 밟을 때 7개 구단의 프런트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즉 LG 프런트는 SK 프런트의 만행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입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해도 불만의 목소리는 잠시일 뿐 곧 잦아들 것이며 어제부터 개막된 포스트 시즌에 눈과 귀가 쏠릴 것이라 판단한 모양입니다. 참으로 못된 것만 골라 배우는 LG 프런트입니다.

하지만 LG 프런트는 왜 LG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는지, 왜 첫 단추를 잘못 꿰었는지를 9년 전의 사건에서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듯합니다. LG는 2002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LG의 야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성근 감독을 해임한 것이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첫 단추였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의 해임은 대다수 LG팬들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LG 프런트와 프런트에 영합하는 극소수 팬들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LG가 매년 몰락을 거듭하며 9년 연속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는 원인을 ‘김성근의 저주’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2002년 김성근 감독의 불합리한 해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2004년 이상훈의 트레이드, 유지현의 은퇴 역시 LG 프런트가 야수 출신의 초보 감독을 하수인으로 앞세워 자행한 만행이라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를 잃은 LG는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중심이 없는 팀’, ‘팀워크가 없는 팀’, ‘모래알 팀’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LG 선수들이 현재까지 성적도 부진하며 단합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프런트가 팀의 주축 선수들을 내친 전례로부터 비롯된 후유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사진 : 현재 폐쇄 중인 LG 트윈스 홈페이지 게시판 쌍둥이마당(이하 '쌍마'). 김기태 감독 선임 과정에서 팬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LG 프런트는 '쌍마'를 폐쇄했습니다

작년 연말 임명된 LG 백순길 단장은 ‘블로거 및 팬들의 의견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백순길 단장이 그간 블로거 및 팬들의 의견을 들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도 없으며 LG 구단에서도 그와 같은 자리에 대해 공지한 바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공약마냥 지켜지지 않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 것입니다. 평소 팬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기존의 공식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쌍마마저 폐쇄한 것은 작년 연말 자신의 발언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입니다.

김기태 신임 감독은 취임 인터뷰에서 ‘권위의식을 버리고 가족 같은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LG 프런트는 고압적인 자세로 팬들의 입을 틀어막고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비판은 수용하며 개선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팬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공식 의사소통 통로마저 걸어 잠근 것입니다. 덕분에 신임 감독은 프런트와 팬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을 활용해 절묘한 시기에 쌍마를 폐쇄한 것에 대해 LG 프런트의 업무가 재개되는 월요일부터는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도 있으나 일부에서는 차제에 완전히 폐쇄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박종훈 감독 사퇴와 김기태 감독 선임, 그리고 쌍마 폐쇄라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SK 프런트의 만행을 벤치마킹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관련 보도는 여전히 활발한 가운데 인기 구단 LG의 홈페이지 게시판 폐쇄에 대해서는 언론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 또한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미 LG 프런트가 손을 썼음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쌍마 폐쇄가 일시적인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전례를 만든 만큼 LG 프런트가 팬들이 항의할 때마다 자의적으로 언제든지 쌍마를 폐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기에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쌍마 폐쇄는 막장으로 치닫는 LG 프런트의 마지막 조치가 아니라 단지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신규 팬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넓혀 가던 SK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충성심을 버리지 않았던 골수 팬들 중심의 LG는 상황이 다릅니다. 게다가 쌍마는 일정한 비용을 구단에 지불하고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실명 게시판이었습니다.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한 LG팬들은 집단행동을 준비 중입니다. 단순히 신임 감독 인선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라는 부진한 성적과 함께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구단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LG 프런트는 작금의 사태가 단지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판단할지도 모릅니다. LG 프런트가 무시로 일관하다보면 지친 LG팬들이 언젠가 집단행동을 포기하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은 결코 LG 프런트의 승전기념일은 아닐 것입니다. 잠실야구장에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사라져 관중석이 텅텅 비고 1루 레드석마저 원정 팀 팬들에 의해 점령당한 뒤 LG 프런트가 후회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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