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긴 하지만 기대했던 대로 브아걸이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하지 못했군요. 그래도 다른 가수들이 아닌 실력파 다비치가 1위를 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할까요? 다비치도 매번 무대에서 미친 가창력을 보여주지만 타 아이돌 그룹에 의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해서 유난히 1위와는 인연이 없는 딱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지요. <뮤직뱅크> 후기를 보면 브아걸 팬들이나 대중도 다비치가 1위 한 것에 대해서 별 다른 의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비치 1위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 "받을 사람들이 받았다"하는 반응이지요.

브아걸은 그나마 이번 주 <인기가요>에서나 1위를 노려볼 만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포인트는 "1등"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것 같아요. 1등을 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브아걸은 이번 앨범을 통해서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을 단순한 걸그룹과 분리시켜 유일무이한 그룹으로 정립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브아걸

사실 브아걸도 원하기만 한다면 쉬운 곡으로 가서 1위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도 한때 후크송을 했던 적도 있고 대중이 원하는 곡을 한 적도 있습니다. "L.O.V.E", "어쩌다", "Abracadabra" 내지 "Sign"이 그러한 곡들에 속하겠지요.

헌데 최근 들어 브아걸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굳이 쉬운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르샤는 솔로곡으로 "삐리빠빠"로 활동했었는데요. 사실 삐리빠빠는 어느 정도 후크송의 면모를 보였지만,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렉트릭계열의 몽환적인 컨셉이 시도된 곡입니다. 흥행에서 재미는 못 봤지만 음악성과 도전정신은 인정받은 활동이었지요.

가인 역시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탱고 종목을 선택했지요. 그러나 가인은 열정적인 무대와 환상적인 라이브를 보여주면서 희소성의 탱고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것의 연장선일까요?

그룹으로서도 브아걸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곡 선택 면에서는 나르샤의 솔로와 비슷한 방식으로 채택한 것 같고, 라이브 면에서는 가인과 비슷한 행보를 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일단 타이틀곡과 관련해서 한 번에 확 끄는 노래는 아니었습니다. 노래가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노래였다는 것이지요. 사실 컴백 전 브아걸은 한국에서 들을 수 없던 멜로디를 들려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나네요. 후크송과는 확실히 달라서 여러 번 들어야 진가가 나오는 스타일의 곡을 선택한 것이지요. 결국 쉽게 다가가는 것보다는 독특한 방법으로 다가가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곡을 소화해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쉽게 가지 않았지요. 3집처럼 기계음을 깔아놓고 후크송의 멜로디와 연륜에서 나온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아니면 1집이나, 2집 때처럼 그냥 서서 발라드를 부를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나는 가수다> 열풍이 불면서 "댄스 곡"보다는 발라드 곡이 인정받는 상황에서, 어찌보면 그냥 본업인 발라드로 돌아와서 쉽게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브아걸은 퍼포먼스와 보컬을 다 보여주는, 다소 "무리해" 보이는 컨셉을 선택했습니다. 오죽하면 작곡가가 ‘너네 이거하고 쓰러질 거’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방송 3사와 행사를 뛰면서 이 무대를 소화해낸 나머지, 돌고래 창법은 격주로 해야 하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받는 상황입니다.

이게 바로 계속 발전하고 있는 브아걸의 모습이자 걸그룹의 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들이 도전하기 힘든 부분에 계속 도전하면서, 편하게 쉬운 대로 가는 게 아니라 힘들지만 정공법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브아걸은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브아걸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의 세계를 열다

처음 브아걸이 컴백했을 때 팬들 중 일부도 "왜 하필 댄스냐?" "발라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브아걸의 무대를 지켜볼수록 이 무대는 브아걸이 아니면 힘든 무대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댄스 안무나 복장 등이 잘못 소화하면 굉장히 저렴해 보이기도 하고 잘못하면 "노출로" 승부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브아걸에겐 연륜과 가창력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그것을 앞세우기 때문에 무대 자체가 일단 절제된 섹시미와 카리스마가 나오는 것입니다. 동시에 라이브가 완벽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돌과는 구분되는 무대입니다.

반면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도 브아걸처럼 댄스라이브를 소화하기는 힘듭니다.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도 노력하면 된다지만 현재 이 시점에서 그러한 가수들이 없지요. 결국 4집 무대는 브아걸을 정말 "춤 되고, 노래도 되는" 그룹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적어도 한 1~2년간은 브아걸의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그룹은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4집 무대는 그 점을 모두에게 각인시키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브아걸의 4집은 모든 걸그룹과 자신들을 차별화시키는 무대라는 것이지요.

비슷한 글을 지난주에 쓴 적이 있습니다만 다시 쓰는 이유는 이번 <뮤직뱅크>에서 브아걸이 1등을 하지 못하자 너무 "1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현상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사실 브아걸 자체도 "1등"에 좀 민감한 그룹이기는 했고 팬들도 그런 것은 알지만, "1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브아걸의 무대가 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1등이 아니면 부각이 안 되는 "1등만 기억하는" 나라이기는 합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브아걸이 <인기가요>에서 더 1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클지도 모르겠네요.

<인기가요>에서 1등을 했으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앨범을 통해서 브아걸이 계속 진보하는 모습, 그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모습, 더 나아가서 차별화된 퍼포먼스 등을 이미 달성했다는 점이라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브아걸 4집은 "시건방춤" 열풍을 일으킨 3집보다 더 발전된 앨범이고 더 뛰어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4집 활동에 브아걸이 계속 좋은 실력을 보여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고, <인기가요>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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