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오늘 홈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시즌 최종전을 치릅니다. 6월 이후 내내 추락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고졸 신인 임찬규가 10승을 향한 마지막 도전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64경기에 등판해 78.1이닝 동안 9승 5패 7세이브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LG의 가을 야구가 좌절된 현 시점에서 임찬규가 10승에 오르지 못할 경우 신인왕을 수상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승수가 아홉수에 묶인 채 최근 부진에 빠져 평균자책점이 치솟은 것 역시 불안 요인입니다. 하지만 임찬규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어 개막전 등판을 비롯해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2군으로 밀려나지 않은 올 시즌 유일한 신인이라는 점을 어필하며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 신인왕 수상에 한층 다가서게 됩니다. 임찬규가 10승 고지에 오르면 신인 투수의 10승은 2006년 류현진, 장원삼, 한기주 이후 5년 만에 처음입니다.

둘째, 오늘 경기를 통해 LG의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LG는 5위 두산에 1경기차로 뒤지며 한화와 함께 공동 6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만일 오늘 경기에서 두산이 패하고 LG가 승리하면 공동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LG가 패하고 한화가 승리한다면 7위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즉 오늘 단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5위, 6위, 7위로 한 시즌의 순위가 완전히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LG가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면 2007년 5위 이후 가장 좋은 순위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 오늘 6일 삼성전 선발 등판으로 10승에 도전하는 신인왕 후보 임찬규

셋째, LG가 승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삼성 오승환의 신기록의 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승환은 현재 47세이브로 단일 시즌 아시아 세이브 타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0월 1일 문학 SK전에서 47세이브를 거둔 이후 LG와의 3연전에서 신기록 달성을 노리고 있는 오승환이지만 어제까지 2연전에서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어제 경기에서는 7회초 삼성이 2:2 동점을 만들어 역전에 성공할 경우 곧바로 오승환을 투입시키기 위해 몸을 풀게 했지만 결국 LG 마운드가 삼성 타선에 실점하지 않아 무승부가 되어 오승환의 등판을 저지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 삼성이 경기 후반 앞서 세이브 요건이 충족될 경우 한국 시리즈를 대비할 겸 오승환이 조기에 등판해 평소보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넷째, LG와 삼성의 재계 라이벌 관계 때문입니다. 시즌 초부터 LG는 잠실 삼성전에서 대형 현수막을 외야에 내걸며 신입 사원들의 단체 응원으로 삼성을 자극했고 이에 삼성은 7월 27일 LG전에서 승리하자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덕아웃으로 내려와 선수단을 격려한 바 있습니다. LG가 삼성과의 맞대결에 인센티브를 내건다는 공공연한 이야기는 오래된 것입니다. 따라서 LG는 오늘 경기에서 기용할 수 있는 주전들을 모두 선발 출장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열성적인 LG팬들 때문입니다.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팬들은 꾸준히 야구장을 찾아 LG는 어제까지 1,176,354명의 관중을 동원했습니다.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숫자의 팬들이 야구장을 찾은 것입니다. 따라서 마지막 경기에 승리해 반 년 가까이 만날 수 없는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희망을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LG의 시즌 최종전 승리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페넌트 레이스 1위가 일찌감치 확정된 삼성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총동원해 한국 시리즈를 위한 예행연습을 대신하려 할 것입니다. 내일 선발로 낙점된 장원삼을 비롯해 삼성 선수들은 류중일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술한 오승환의 세이브 신기록뿐만 아니라 롯데 이대호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형우의 타점왕 타이틀도 걸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동료 배영섭의 신인왕 타이틀을 위해 라이벌 임찬규를 상대로 삼성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동계 훈련에서 선발 수업을 받지 않았고 시즌 중 혹사로 임찬규의 투구 수가 80개 정도로 제한되며 LG의 주축 타자들 중 상당수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점 역시 LG 승리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과연 LG가 오늘 최종전에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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