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는 분명히 전편들에 비해 덜 웃기다. 끊임없이 슬랩스틱과 과장된 코믹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점점 하이킥3는 시트콤이라 장르의 의미를 큰 동작으로 뒤집고 있다. 재미가 빠진 하이킥3에는 크고 작은 사회 풍자가 넘쳐난다. 개념으로 가득 찬 무한도전조차 빈도로 따지자면 하이킥3에는 따라오지 못한다. 단 하루도 풍자 혹은 풍자로 볼 수 있는 이슈 없이 지나는 법이 없다. 그런 하이킥3를 보고 있자면 PD수첩을 드라마화한 것인가 싶은 느낌을 받는다.

88만원 세대의 애환으로 문을 연 하이킥3의 풍자 혹은 사회고발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직접 거리로 나서 요구하는 행동과 실천을 보이고 있다. 2G 휴대폰 강제 종료 반대 시위부터 삭감된 복지예산 복구 청원 시위까지 다양하다. 그런 와중에도 안내상의 가족들은 여전히 슬랩스틱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어떤 이들은 아주 중대한 사회현상에 대한 간접적인 의도가 있다고 믿게 된다.

윤지석은 다락방을 수리해 수정에게 쓰라고 내주었다. 그런데 그 방을 본 종석은 내상에게 자신이 고3이라는 것을 내세워 뺏으려고 한다. 그러나 수정은 그럴 수 없다며 강하게 저항한다. 급기야 양쪽은 실력행사에 나섰으나 수정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차츰 종석의 무리에 지석과 종용까지 모두 합세하지만 결국 더 완강한 수정의 저항에 막혀 남자연합은 수정의 권리를 인정하고 만다.

하이킥3는 이를 안 씨들끼리의 싸움이라 고구려와 당나라의 안시성전투를 패러디해 안씨성싸움이라고 했지만 어떤 이들은 이 싸움을 보면서 용산사태나 한진중공업 김진숙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소 지나친 연상이기는 하지만 감독이 의도치 않은 것까지도 시청자가 상상케 할 정도로 하이킥은 사소한 것까지도 의미와 상징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드라마도 하지 못한 대단한 업적(?)을 쌓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세계는 젊은이들의 저항으로 뜨겁다. 그 힘은 아프리카의 오랜 독재를 종식시켰고, 도무지 시위와는 무관해 보이는 일본인조차 거리로 나서 정부를 비판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월가를 장악한 젊은이들은 좀비로 분장해 금융자본과 대기업의 부패에 항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학생들 역시 살인적인 고액 등록금에 저항해 도심 한복판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88만원세대를 좌절케 하는 천만 원의 등록금은 그 물대포보다 훨씬 더 아프기에 젊은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물러설 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복지예산의 대폭 삭감은 대학생들처럼 거리에 나서서 항의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굶주림으로 내몰고 있다. 4대강 예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복지예산의 삭감은 오갈 데 없는 노인, 어린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PD수첩을 비롯해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몇 번씩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고, 최근 초등학교 무료급식을 둘러싼 갈등 끝에 서울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벌어졌다.

하이킥3의 최고 매력적인 캐릭터인 윤계상은 독거노인을 진료하러 갔다가 복지예산 삭감이 가져온 심각한 문제를 알게 되고 결국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전날 2G 휴대폰 종료반대 시위에 동참해준 보답으로 김지원이 깜찍한 팻말을 만들어 윤계상을 찾는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짧은 동참이었지만 김지원은 시위로 빚진 거 시위로 갚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는 1+1 시위라는 여고생다운 깜찍한 말도 덧붙인다. 쇠고기 반대행동 속에서 시위를 축제로 바꿨던 상황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분명 윤계상과 김지원의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이 둘에게 러브라인이 그려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이 마음을 키워가는 방법이 아주 특별하다. 처음 만남부터 길 잃은 어린이를 돕는 것으로 시작되어 급기야 복지예산 원상복구라는 무거운 주제까지 동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착하고 건강하다. 그리고 지금껏 어떤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아주 신선하고 특별한 사랑법으로 서로에게 접근하고 있다. 하이킥3가 제안하는 이런 사랑법 각론은 PD수첩 복습이다. 우리는 요즘 영화 도가니를 통해 새삼 PD수첩의 중요함을 알게 됐다. 하이킥3는 시트콤을 넘어선 팩션콤이 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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