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웹툰 원작인 <스위트 홈>이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총 10부작으로 준비된 이 작품은 이응복 감독이 탐냈다는 점에서 제작 과정에서부터 화제였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으로 이어진 김은숙 작가와의 제작을 마치고 이응복 감독은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아닌 <스위트 홈>을 선택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크리처물이라는 점에서 과연 어떻게 표현됐을지 궁금한 부분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300억대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10부작임을 생각해보면 저렴하게 작업을 한 듯하다. 아무래도 괴물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트 제작비와 CG 등을 생각해보면 기본 TV 드라마 제작비와 비교해도 결코 고비용은 아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재개발을 앞둔 '그린홈'이라는 오래된 아파트로 한 소년이 이사해오며 모든 사건은 시작되었다. 아니 이미 진행 중인 사건 속으로 차현수(송강)가 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혼자 그곳으로 이사를 온 그가 하고 싶은 유일한 목표는 죽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고 홀로 남겨진 현수는 그렇게 한강이 보이는 쓰러져가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런 모습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낡고 허름한 아파트 옥상에서 발레를 하는 이은유(고민시)를 발견하며 모든 것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거칠기는 한 은유의 도발적인 행동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싫지도 않다. 1410호의 바로 위인 1510호에도 얼마 전 이사 온 이가 거주 중이다. 베이시스트인 윤지수(박규영)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 중이다.

일하러 가던 지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모차를 끄는 아주머니와 마주친다. 평범해 보였던 그 아주머니는 하지만 지수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유모차에 아이가 없었지만, 그는 아이 자랑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엘리베이터 타기를 주저하는 지수 앞에 같은 동에 사는 남자 정재헌(김남희)이 등장했다. 하느님만 찾는 재헌을 보고 지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국어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재헌은 일요일이라 교회를 가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 인연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도 못했지만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그저 그런 일상으로 흘러가던 어느 날 모든 것은 한순간에 뒤틀리기 시작했다. 쓰러져가던 그 낡은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옆집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다 들릴 정도로 낡은 그곳에서 옆집 여자가 벨을 누른다.

택배로 온 라면 상자가 엉망이 되어 피가 넘쳐나던 그 광경에 이어 그 여성이 변해가기 시작하는 과정을 목격한 현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스 기타 소리를 듣고 위층으로 올라간 이 괴물은 그렇게 지수를 타깃으로 삼았다.

괴물로 변한 후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여성을 막아내 준 것은 포교 활동을 하는 종교인 같았던 국어교사 재헌이었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시작된 괴물들과의 대결에서 아파트에 남겨진 이들은 버텨야 했다. 누군가에 의해 닫힌 문.

그건 그들을 지키려는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남겨진 이들이 그렇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두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아동 성범죄자를 잔인하게 제거하는 등 <스위트 홈>에는 일반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수준의 폭력도 다수 등장한다.

인간에 내재된 욕망이 괴물로 변하게 만든다. 은밀하게 진행 중이던 이 실험체가 어떻게 흘러들고 전 세계를 마비시켰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간에 의해 모든 것은 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스위트 룸>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디스토피아가 익숙하게 다가오는 코로나 시대를 생각해보면 <스위트 룸>은 더욱 강하게 몰입하도록 해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함께하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지금의 동지가 몇 분 후 괴물이 되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나고 파괴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이응복 감독 특유의 영상 질감이 맛깔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야기의 몰입을 이끄는 구성도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철저하게 시즌제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누군가는 아쉬움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실험을 주도한 자들이 누구이고, 그렇게 실험해 참여한 서이경(이시영)의 남편이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의아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을 보인 편상욱(이진욱)의 진짜 이야기는 시즌2나 되어야 볼 수 있다.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다. 괴물이 되었다고 모두 인간을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괴물이 되면 모두 죽인다. 그 차이 속에서 고뇌하는, 괴물화 되어가는 소년 현수의 갈등이 극 말미에 극대화되어 표출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다양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가고, 바깥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한 괴물들과 대결을 통해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극을 끌어갔다는 점에서 감독의 역할은 중요하게 다가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위트 홈>이 반갑고 고마웠던 것은 장르의 다양화를 실현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의 틀은 단순했다. 지금도 20%대의 시청률을 받는 작품들은 막장극이다.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 주시청층이 막장극을 이끌고 그렇게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지상파 드라마는 물론 케이블마저 함정 속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크리처 물'은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CJENM의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하고 넷플릭스에 공개된 <스위트 홈>의 도전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전 세계에 동시 공개 가능한 넷플릭스로 옮겨가는 과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음을 <스위트 홈>은 잘 보여주었다. 이 기획안이 과연 지상파 드라마 제작국에서 받아들여졌을까?

일본화되어가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도발은 메기와 같다. 하지만 '메기 효과'가 나지 않는 현실은 결국 국내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를 보여준다. 2021년 디즈니 플러스까지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이 시작되면 지상파와 케이블을 비롯한 플랫폼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탁월한 재능을 갖춘 뛰어난 인재들은 넘쳐난다. 그들을 제대로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 현실을 <스위트 홈>은 잘 보여주었다.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 누가 봐도 이해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들이 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시즌 2는 언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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