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방영 2회 만에 ‘논란 끝판왕’ 드라마로 등극한 tvN의 ‘철인왕후’는, CJ ENM 산하 스튜디오 드래곤과 YG 스튜디오 플렉스 및 크레이브웍스의 역사 인식과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뒤떨어지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2회 방영 분량 중 “조선왕조실록도 한낱 찌라시네?”란 대사는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자국 역사를 셀프 비하하는 문제적 대사로 CJ ENM의 필터링 시스템의 현실을 보여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선 제일의 기생집 ‘옥타정’은 작년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진 클럽 ‘옥타곤’ 실명과 기시감을 갖게 만든다. 거기에 신혜선이 연기하는 중전 김소용은 “오늘 내 옷고름을 풀 사람은 누구?”란 막말을 남긴다.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

‘철인왕후’가 빚은 논란 가운데서 가장 지적받을 만한 부분은 실존 인물의 생전 행적을 부정적으로 픽션화한 점이다. 실존 인물이 극 중 등장하면 해당 인물에 대해 역사 인식이 부족한 시청자 및 해외 시청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의 행적을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실’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CJ ENM 산하 스튜디오 드래곤과 제작한 YG 스튜디오 플렉스 및 크레이브웍스는 픽션에 실존 인물을 끌어들이며 이러한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방영되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통심의위에 항의성 민원이 빗발치는 요인 중 하나는 ‘철인왕후’의 역사 왜곡 때문이기도 하다.

극 중 신정왕후 조씨는 역사 속 실존 인물로 순원왕후의 며느리이자 철종의 형수다. 드라마에서 조연희가 연기하는 신정왕후 조씨는 역사 속 사실과 달리 미신을 신봉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실존 인물에 대해 드라마 작가와 제작진이 역사 속 사실과 달리 희화화한 점은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신정왕후 후손인 풍양 조씨 종친회는 ‘철인왕후’의 역사왜곡 논란에 “심히 유감이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생전 언행과는 다른 묘사를 하되 역사 왜곡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철인왕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이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다.

‘철인왕후’의 역사왜곡 못지않게 심각한 드라마는 하나 더 있다. 방탄소년단의 실명을 언급할 예정인 ‘유스’다. ‘유스’가 비난을 초래한 점은 픽션에 방탄소년단의 실명을 사용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진은 부친의 그늘에 갇힌 소년, 슈가는 살벌한 소문을 가진 소년 등으로 묘사되는 ‘유스’의 방탄소년단 실명 사용은, BTS 멤버들이 드라마의 설정대로 방탄소년단이 성장했을 것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인식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

‘유스’의 제작사 초록뱀미디어는 아미의 거센 반발에 지난 10월 촬영을 중단했다. 방탄소년단의 실명이 가명으로 대체되지 않고 원안대로 재촬영된다면 드라마 속 존속 살인과 방황, 성폭행과 사이코패스 성향 등의 부정적 묘사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실제 성장담과 착각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해져 ‘철인왕후’ 속 실존인물 왜곡이라는 바통을 고스란히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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