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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만원 검사 술접대 불기소’ KBS·SBS 메인뉴스 비판 실종[비평] KBS·SBS, 일반 뉴스서도 지적 없어… MBC·한겨레·서울신문 "제 식구 감싸기"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12.17 08:43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 1명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검사 2명은 ‘2시간 전 자리를 떠 수수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하지만 KBS·SBS 메인뉴스에선 검찰의 수사결과를 밝히는 보도만 나갔을 뿐 분석·비평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틀 연속 관련 보도를 한 MBC 뉴스데스크와 비교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 10월 16일 옥중 입장문에서 “변호사 ㄱ씨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남부지검에 따르면 술 접대는 지난해 7월 18일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서 벌어졌다. 술 접대 참여자는 김 회장과 변호사 ㄱ씨, 현직 검사 3명이다. 술 접대비는 총 536만 원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1회 100만 원 이상 금품 등을 수수하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산술적으로 5인 술자리에서 536만 원이 결제됐으니 검사 3명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서울남부지검의 검사 2명 불기소 관련 풍자 게시물

하지만 검찰은 검사 3명 중 1명만 기소했다. 술자리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는데 검사 2명은 밤 11시 이전 유흥업소를 떠났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밤 11시 이전 접대금액을 481만 원으로 계산했다. 11시 이후 밴드·접객원이 들어와 이 비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추산한 검사 2명의 접대 수수액은 96만 2천 원으로, 이들은 3만 8천 원 차이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이후 검찰의 술 접대 계산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수수액을 낮춰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술값 계산법이 기가 막히다. 차라리 검찰이 가진 차고 넘치는 수사권과 기법으로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각자가 마셨던 술잔 수와 먹었던 음식물의 분량을 계산하지 그랬나”라고 꼬집었다. 김 전 회장 역시 “검찰 수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했다. SNS에선 이번 계산법을 풍자하는 ‘99만 원 불기소 세트’ 사진이 돌았다.

지상파 메인뉴스는 이 소식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KBS·SBS는 메인뉴스에서 검찰 측 설명을 전했을 뿐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KBS '뉴스9'는 8일 <‘김봉현 술 접대’ 전 라임 수사팀장 기소…검사 2명은 불기소> 보도에서 검찰 발표를 소개하며 “함께 술 접대를 받았지만 먼저 자리를 뜬 검사 2명은 기소되지 않았다. 술자리를 떠난 뒤 발생한 비용을 제외하면 접대금액이 백만 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인데, 검찰은 이들에 대해 내부 징계는 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가 설명과 후속 보도는 없었다.

SBS 8뉴스는 8일 <"검사 룸살롱 술접대 있었다"…3명 중 1명만 기소, 왜?> 보도에서 검찰 수사 결과만을 소개했다. SBS 8뉴스는 11일 라임·우리은행 로비 의혹을 받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구속 소식을 전했지만 술 접대 계산 관련 비판은 하지 않았다.

KBS, SBS 8일자 관련 보도 갈무리

이러한 보도는 MBC와 비교된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9일 <'검사 술 접대' 석연찮은 계산법…침묵하는 검찰> 보도 소개 멘트에서 “형사 사건 피의자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검사들, 이번에도 '봐주기 수사'로 빠져나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검사들의 처벌 범위를 최소화하려고 수사팀이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법조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MBC는 “우리 조직에서 무관용이다. 대가성이 있든 수사 착수 전이든 우연히 얻어먹었든 간에”라는 윤석열 총장 발언을 소개한 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우려 앞에 공허해진 검찰총장의 다짐”이라고 평가했다.

KBS는 9일 오후 4시 방영된 ‘사사건건 플러스 3’에서 시사평론가와의 대담을 통해 술 접대 계산 방법에 대한 법리적 분석,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 등을 전했다. KBS의 분석과 비평이 담긴 분석 기사는 없었다. SBS는 9일 아침 인터넷 화제 뉴스를 살펴보는 ‘실시간 e뉴스’ 방송에서 관련 소식을 짤막하게 다뤘다.

메인뉴스는 방송을 대표하는 뉴스 프로그램이다. 메인뉴스 보도내용은 곧 방송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학자·연구진이 방송사 보도 분석을 할 때 메인뉴스를 대상으로 삼는 이유다. MBC 뉴스데스크가 검찰의 술 접대 계산방식을 이틀 연속 보도한 것은 MBC가 해당 사건을 엄중히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KBS·SBS는 이번 사건의 뉴스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겨레와 서울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검찰의 검사 2명 불기소 처분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9일 사설 <‘검사 3명 술 접대’ 확인하고도 1명만 기소한 검찰>에서 “봉사료가 기소와 불기소를 가른 건 실소를 부른다. 국민들의 상식에 비춰보면 대단히 부조리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의 이번 사건 처리는 검사 비위 문제를 이대로 검찰에 맡겨둬도 될지 더욱 깊은 의문을 품게 했다”며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9일 사설 <‘검사 3명 술 접대’ 확인하고도 1명만 기소한 검찰>, 서울신문 10일 사설 <‘술 접대 검사’ 봐준 검찰, 이래서 공수처가 필요하다>

서울신문은 10일 사설 <‘술 접대 검사’ 봐준 검찰, 이래서 공수처가 필요하다>에서 “밤 11시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먼저 자리를 뜬 2명의 검사에 대해 접객원 봉사료와 밴드 비용 부분을 빼주는 희한한 셈법이 동원됐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1인당 접대 금액이 100만 원 미만이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김영란법 규정을 맞추려고 봉사료와 밴드 비용까지 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기소 독점권을 쥔 검찰의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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