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멘탈이 나약하며 개인주의에 물든 LG 선수들 때문에 박종훈 감독이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라고 변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단 감독이 선수들의 멘탈을 2년 동안이나 끌어올리지 못했다면 그것은 바로 리더십의 부재, 즉 감독의 무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프로야구단의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고 길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네 번에 걸친 ‘또 4강 탈락 LG, 누가 책임져야하나’ 연재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박종훈 감독은 조급증에 휘말려 선발 로테이션을 앞당기고 선수들을 혹사시키면서도 정작 성적은 얻지 못했습니다.

만일 타자가 조급증으로 인해 빠른 카운트에서 나쁜 볼에 헛스윙을 일삼다 범타로 물러나면 멘탈이 나약한 타자라고 비판받을 것이며 투수가 조급증으로 인해 성급한 승부를 일삼다 난타당하면 멘탈이 나약한 투수라고 비판받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팀 운영에 있어 조급증에 휘말려 선수 혹사를 일삼은 박종훈 감독의 멘탈 역시 나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종훈 감독
박종훈 감독이 조급증에 휘말린 것은 LG 감독 취임 당시 7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좌절이라는 부담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박종훈 감독이 그 같은 부담을 모른 채 LG 감독에 취임했을 리도 없습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은 박종훈 감독뿐만 아니라 8개 구단의 모든 감독이 짊어져야 하는 필연적 숙명입니다.

게다가 박종훈 감독에게 요구되었던 목표가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것이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구단과 팬들이 요구한 목표는 4강입니다. 8개 구단 중 중간만 가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우승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단에서는 4강 진출을 위해 거액을 들여 여론의 비난을 사면서도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고 뛰어난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년 동안 유지한 검정색 원정 유니폼의 전통을 버리면서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의 결과물은 2년 연속 4강 좌절이었습니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아래로 전가하지 않지만 박종훈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나약한 멘탈을 노출했습니다. 부상에서 재활 중인 작은 이병규에게는 ‘1군에 올라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멘탈을 질타했고 혹사에 시달린 포수 조인성이 부진에 빠지자 ‘프로는 결과로써 말한다’며 2군행을 지시했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선수들의 동기 의식을 끌어내야 할 위치에 서있는 감독이 단지 채찍만을 휘두르며 선수들을 찍어 누르는데 급급했던 것입니다. 만일 멘탈이 강한 감독이었다면 성적에 대한 압박을 선수들에게 전가하지 않으며 하루살이처럼 급급해하지 않고 중심을 지켜 장기적인 비전으로 팀을 이끌었을 것입니다.

3개월 내내 부진에 허우적거리며 추락한 LG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소위 ‘청문회’ 사건 때 박종훈 감독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보면 리더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8월 14일 잠실 롯데전에서 LG가 4:1로 무기력하게 패배하자 분노한 LG팬들은 야구장 중앙 출입문을 막아선 채 박종훈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팬들은 박종훈 감독이 얼굴을 직접 내밀고 ‘죄송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프런트 직원이 대신 나서 성난 팬들을 달래야 했습니다. 조직의 리더로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줄행랑을 친 박종훈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결국 사흘 뒤인 8월 18일 두산전에서 LG가 다시 패하자 재차 ‘청문회’가 소집되었고 박종훈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팬들 앞에 나와 사과하며 선전을 다짐했지만 인내심 강한 LG팬들의 마음은 이미 돌아앉은 뒤였습니다. ‘청문회’ 사건을 통해 노출된 박종훈 감독의 나약한 멘탈은 리더십 부재를 입증하며 자신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정적인 화근이 되었습니다.

▲ 9월 21일 잠실 넥센전 7회초에 내걸린 박종훈 감독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
박종훈 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로 대변되는 성적이 아닙니다. 10승 투수 3명과 뛰어난 면면의 타자들을 가지고도 4강은커녕 7위로 추락한 운영 능력의 부재가 문제입니다. 선수들을 혹사시키면서도 성적은 나오지 않았으며 LG에서 가장 나약한 멘탈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박종훈 감독이 LG를 이끈 지난 2년은 ‘근성’도, ‘팀웍’도 없었으며 ‘승리’도 없었습니다. ‘혼’도, ‘창’도 ‘통’도 없었습니다. 무색무취의 재미없는 야구, 2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옹고집 야구가 반복되었을 뿐입니다. 학습 효과를 지니지 못한 감독으로 인해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LG는 각종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되며 비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박종훈 감독이 LG라는 기업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입니다. 프런트와 모기업 차원에서는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 이미지만 나빠졌으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입니다. 박종훈 감독이 조인성에게 언급했듯이 프로답게 자신이 야기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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