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웨이 일본 예고편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가 나와 큰 논란이 됐다. 제작사인 CJ E&M은 한일 동시 개봉을 하는 관계로 마케팅 역시 양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몰랐다는 것으로 용서될 수 있는 작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온오프 라인을 통해 해당 장면은 영구 보존될 수밖에 없고, 한국이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일본 극우파들에게는 호재를 제공한 결과 역시 남는다.
설혹 영화사의 관례가 그렇다 하더라도 한일 양국의 특수한 상황을 머리에 늘 담아두고 있었다면 양해를 구해서라도 사전에 검토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독도에 대한 사명과 애정 아니라 자기 영화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했다면 이런 불쾌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지치지 않고 노력해왔던 것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에 대해서 단순히 실수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는 최근 문제가 된 런닝맨 역시도 마찬가지다. 런닝맨은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만리장성의 총 길이를 고구려까지 연장시킨 것을 방송 자막에 내보내 물의를 일으켰다. 런닝맨 역시 잘못을 인지하고 곧바로 지면사과를 했지만 역시나 해당 방송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 중국의 동북공정에 부역하게 된 셈이다.
무한도전이 독도문제와 동북공정을 경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가적 이슈에 대해 느슨해진 여론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독도와 동북공정은 일본과 중국이 정치적으로 도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진행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한 시기에만 뜨겁게 달궈질 이슈가 아니다. 이런 급박하고도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영화나 티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더 긴장해야 한다. 무한도전처럼 하지 못할망정 일본이나 중국에 이용될 수 있는 태만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단순한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그 실수로 인해 수백억 원을 들인 영화가 흥행에 참패할 수도 있으니 우선 큰일이고, 일본의 독도 야욕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용될 수 있으니 두고두고 나라에 폐가 남게 되어 더 심각한 일이다. 적어도 독도와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실수를 실수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티비,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뼈저린 각성을 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