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이 자신의 임기 보장을 위해 <미디어포커스>를 동원했다"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KBS 기자협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심 의원은 정연주 사장이 기자들을 동원해 자신의 임기 보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주장했으나 심 의원이 과거 기자였던 시절에는 사장이 기자를 동원해 보도방향을 정권의 코드를 맞추는 일이 가능했을 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며 "KBS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을 공개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최근 인사 파행과 관련된 KBS의 독보적인 특종과 비판적 보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정연주 사장 지시'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끌어들이고, 이명박 정부에 코드를 맞추지 않고 기자로서의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KBS 기자들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인가"라며 "정 사장 사퇴를 위해 KBS 기자들을 억지로 엮어내려는 비겁한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심 의원이 공개사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정 사장의 임기에 대해 정치 공세를 하려면 말리지 않겠지만 KBS 기자들의 건강한 비판과 기자정신을 왜곡해 편협하게 주장하지 말라"고 밝혔다.

▲ KBS '미디어포커스'
앞서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정연주 사장이 사퇴 0순위"라며 "정 사장이 내년 말까지 남은 임기 보장을 주장하는데 KBS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정연주 사장은 자신의 사퇴 압박이 계속되자 지난 1월에 자기의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를 동원해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는 자사 이기주의를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전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KBS 기자협회가 낸 성명 전문이다.

KBS 기자는 동원되지 않는다!

지난 13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정연주 KBS 사장이 기자들을 동원해 자신의 임기 보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대운하 논란, 방통위원장 임명 등과 관련된 KBS 보도가 이른바 정 사장의 코드에 따라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KBS 보도의 신뢰성을 훼손하려는 근거 없는 모략이다. KBS 기자들의 자존심과 명예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정 사장 사퇴를 위해 KBS 기자들을 억지로 엮어내려는 비겁한 정치 공세다.

최근 인사 파행과 관련된 KBS의 독보적인 특종과 비판적 보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정연주 사장 지시’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또 끌어들인 것인가? 이명박 정부에 코드를 맞추지 않고 기자로서의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KBS 기자들에 대한 불만을 에둘려 표현한 것인가.

심재철 의원이 과거 기자였던 시절에는 사장이 기자를 동원해 보도방향을 정권의 코드를 맞추는 일이 가능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적어도 KBS 기자들은 다르다.

KBS도 과거 군사 정부 시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던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을 정착시키기 위해 KBS 기자들은 몸부림 쳐 왔다. 신뢰도 1위 언론사라는 성적표는 KBS 기자들의 노력에 대한 국민의 지지이며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KBS 보도본부 기자들이 취재하고 제작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보도본부 내부의 독립적인 기획과 취재, 제작을 통해 방송된다. 국민에 대한 양질의 정보 서비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등 저널리즘의 기본이 모든 보도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 경영진은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한다. 외부의 정치 권력, 경제 권력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KBS 기자들이 지금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있을 때는 말이다.

심 의원에게 요구한다. 정 사장이 KBS 기자들을 동원했다는 망언으로 KBS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공개 사죄하라!

우리는 심 의원이 공개사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에게도 경고한다. 정 사장의 임기에 대해 정치 공세를 하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KBS 기자들의 건강한 비판과 기자정신을 왜곡해 편협하게 주장하지 말라. KBS 기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망발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

2008년 3월 17일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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