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LG-두산 7회말 2사. 두산 오재원이 빈볼성 투구에 마운드로 가다 LG 이택근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G가 두산과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까지 7:4로 완패하며 3연전을 모두 내줬습니다. 3연전 동안 LG 투수진은 두산에 27점을 헌납하며 경기 당 9점씩 내줬습니다. 반면 LG 타선은 3경기 도합 6점밖에 뽑지 못했는데 경기 당 평균 득점이 2점에 그쳤습니다. LG가 3연전에 얻은 점수를 한 경기에 몰아서 뽑았어도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5연패의 LG는 시즌 처음으로 7위로 급전직하했습니다.

투수들은 실점을 할 수 있으며 타자들이 득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비에서 실책을 연발하고 주루에서 본헤드 플레이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이는 선수들이 집중력을 상실했다는 의미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대패하며 벤치 클리어링까지 겪었음을 감안하면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으나 실책 2개와 주루에서의 본헤드 플레이로 LG는 자멸했습니다.

1회말 1사 1, 3루에서 최준석의 3루 땅볼로 선취점을 내준 것은 타구가 느렸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루수 백창수가 1루에 악송구해 타자 주자 최준석을 2루로 진루시켜 추가 실점의 화근을 제공했습니다. 만일 백창수가 악송구를 하지 않아 타자 주자 최준석을 1루에만 묶었으면 양의지의 안타에 추가 실점해 2:0으로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LG는 1회말 2실점한 이후 역전은커녕 동점조차 만들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4회말에는 5:1로 벌어진 가운데 한희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지만 1루에 견제 악송구로 3루 주자 김재호의 득점을 허용했습니다. 김재호의 득점 이전에 이미 승부는 기울었지만 한희의 견제 악송구는 팀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혔고 지켜보는 관중들마저 부끄럽게 만드는 실점이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한희의 실책이지만 포구에 실패해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한 1루수 이택근의 수비도 아쉽습니다. 이택근은 올 시즌 타격에서도 불만스럽지만 1루수 수비도 실망스럽습니다.

이택근의 잘못은 뒤이은 5회초에도 이어졌습니다. 5회초 무사 상황에서 1루에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양영동의 직선타에 2루로 향하다 주루사해 더블 아웃의 빌미를 제공한 것입니다. 6:2로 뒤진 채 5회초 시작되었으나 선두 타자 이대형의 뜻밖의 홈런과 이택근의 출루로 LG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나 이택근이 타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2루로 향하는 바람에 더블 아웃이 되어 루상에 주자가 모두 사라지면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양영동이 범타로 물러나도 이택근이 1루에 남아 있었다면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어 추격의 불씨를 남길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택근은 수비와 주루에서 각각 실수를 범했습니다.

조인성, 박용택, 이진영 등 주축 타자들이 결장했기에 LG의 타선 약화가 패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두산 역시 김동주, 이종욱, 손시헌 등 주축 타자들이 결장했기에 LG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상황이 낫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연전 내내 두산의 타선에 완전히 압도당했다는 점에서 승부욕과 집중력을 완전히 상실한 LG 선수단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축 타자들이 상당수 제외되었으면 몇 남지 않은 기존의 주축 타자들이 제몫을 다해줘야 했지만 정성훈은 3회초 2사 만루에서 2루수 땅볼, 8회초 1사 1, 2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나 팀의 완패에 일조했습니다.

LG는 두산과의 올 시즌 맞대결을 7승 12패로 마무리했습니다. 5월까지 상대전적에서 5승 3패로 앞서갔으나 이후 맞대결에서 연패를 당하며 열세로 마무리한 것은 올 시즌 LG의 전반적인 시즌 흐름과 궤를 같이 합니다. 평균 자책점 5점대의 중간 계투 요원 이현승은 LG전 8경기에 등판해 9.1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으며 4홀드 1세이브를 챙겼습니다. 9.1이닝 무실점이라는 것은 산술적으로 이현승이 선발 등판하면 LG를 상대로 완투 완봉승을 따낼 수 있다는 의미로 LG 타선이 얼마나 두산전에서 빈타에 허덕였는지 단적으로 입증합니다. LG는 하위권 팀인 한화, 두산, 넥센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모두 패배했습니다. 한때 1위에도 올랐으나 시즌 막바지에 7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인 셈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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