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승수 칼럼]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 부분은 여러 언론의 취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당사자인 윤석열 검찰총장도 만난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서울중앙지검이 조선일보 방씨 일가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에 대해 수사ㆍ공소유지를 한 것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니 비밀회동 자체가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다.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외부인사와의 교류를 금지한 조항(제14조)과 사건관계인과의 사적 접촉을 금지한 조항(제15조) 위반이다. 그 자체로도 징계사유인 것이다.

회동의 시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2017년 5월~2019년 6월)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회동은 그 전후의 소통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냥 뜬금없이 갑자기 만났다가 그걸로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회동의 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측근이나 제3자를 통해 미리 얘기가 다 되었거나, 사안이 다 정리된 다음에 만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회동’이라는 것은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후에, 방상훈 사장 측과 이뤄진 모든 소통을 포함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이 사안을 좀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회동의 필요성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회동의 효과는 어떠했는지를 봐야 한다.

뉴스타파가 지난 7월 24일 보도한 '윤석열-방상훈 비밀회동' 보도 화면 갈무리

윤석열-방상훈 회동의 필요성은?

우선 이 회동의 필요성을 윤석열 총장과 방상훈 사장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만날 필요성이 있었을까?

답은 ‘있었다’이다. 윤석열은 어느 순간부터 검찰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것도 서열을 뛰어넘은 인사였으므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가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은 약점이 많았다. 윤석열 총장의 장모,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뿐만 아니라,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검사와 엮여 있는 사건도 있었다. 윤대진 검사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가 해외도피까지 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은 건이 있었다.

이 건과 관련해서 윤석열 총장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언론의 포화를 받으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 입장에서는 거대족벌언론이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입장에서는 만남의 필요성이 있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방상훈 사장과 경제공동체 관계에 있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관련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ㆍ공소유지를 하고 있었다. 방용훈 사장의 아들, 딸이 어머니(고 이미란씨)를 폭행하고 학대해서 자살에 이르게 한 충격적인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던 것이다.

이 건은 광범위한 수사를 했던 경찰이 공동존속상해죄가 인정된다면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했는데, 검찰이 강요죄로 바꿔서 기소를 했던 사건이었다. 공동존속상해는 징역15년 이하인데, 강요죄는 징역 5년 이하이므로 ‘봐주기 기소’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 사건의 지휘라인에 윤석열(서울중앙지검장)-윤대진(1차장)이 있었다.

이 석연치않은 사건은 조선일보 방씨 일가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아들, 딸의 어머니 학대라는 사건 자체도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그 배후에는 방용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방씨일가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방용훈에게 문제가 생기면, 조선일보 지배구조에도 혼선이 올 수 있었다. 방용훈은 조선일보 4대주주로 조선일보 주식 10.5%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동의 효과는?

이렇게 양쪽이 만남의 필요성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만남의 효과는 어땠을까? 먼저 전제할 것은, 이후에 진행된 과정이 이 만남의 효과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수사·조사권을 가진 국가기관이 진상을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드러난 경과만 보면 이렇다. 우선 윤석열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총장이 임명된 다음날인 2019년 7월 17일 여러 언론들이 비판적인 사설을 쏟아냈지만,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윤석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당일 기사에서도 윤석열 총장 임명 소식을 전달하는 정도였다. 그 이전에도 윤석열 총장에 대한 결사반대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방용훈 사장의 아들, 딸 사건은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아마 공동존속상해로 기소됐다면, 집행유예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외에도 조선일보 방씨일가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해 왔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회동의 효과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의심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윤석열-방상훈 비밀회동건은 그 진상을 철저하게 밝힐 필요가 있는 건이다. 양측의 만남은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양측이 각자 필요성을 가지고 있었던 만남이다. 그 필요성은 헌법질서와 법치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필요성이다. 검찰과 거대족벌언론이 서로 잘 봐주는 나라는 ‘법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원칙이 무너진 나라이고, 힘이 법위에 군림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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