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2>는 9월 1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동안은 아이돌의 재발견과 실력검증 쪽으로 기울어졌다면, 이제는 아이돌이 아니지만 나가수에는 아직 나가지 못한 가수들을 찾아 그들을 통해 옛날 선배들의 좋은 노래들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으로요.

실제로 규현-효린-지오가 하차한 이후 아이돌이 등장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약간 뜬금없이 애프터스쿨의 레이나가 <불후의 명곡2>의 게스트로 합류했습니다. 사실 알고 보니 원래 레이나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임정희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자리를 대신 메운 것이지요. 레이나는 허각을 제외하고는 가장 신인가수로서, 홀로 아이돌로 앉아있었습니다. 레이나에게는 4번째로 노래 부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여기에 정말 출연하고 싶었어요"

레이나가 <불후의 명곡2> 인터뷰에서 한 첫 마디입니다. 레이나는 "피 토하듯이 열심히 노래 다 부르는데 카메라는 유이 언니 잡고 이럴 때는 속상했어요"라고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잘못 받아들여 "유이 디스다"라고 하는데 이는 유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걸그룹 메인보컬이 센터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사실 어느 그룹의 메인보컬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고민에 빠진 것이지요. 노래를 누가하고 있건 상관없이 카메라는 거의 센터만 잡아주거든요. 슈퍼주니어 무대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게 규현-려욱-예성이 아닌 시원과 동해인 것처럼요.

게다가 모 기관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애프터스쿨이 보컬이 가장 약한 그룹이라고 하는 바람에 졸지에 노래를 잘하는 레이나까지 같이 가창력이 저평가된 일도 겪었습니다. 또한 더 도움이 안 되게 애프터스쿨의 곡들은 "너 때문에 나아~~~~" 내지 "오오오오우아와~ 예~~~~" 로 고음을 지르는 방향 이외에 레이나의 가창력을 보여줄 수가 없었지요.

유닛활동에서도 레이나가 가장 많은 부분을 소화해내지만 정말 주목은 리지-나나가 받으니 이래저래 속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겠지요. 태연처럼 솔로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가는 예능에서는 노래 대신 예능감을 요구하니까요.

그러니 규현과 같은 동료 아이돌이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해서 편견을 깨고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레이나도 입과 몸이 근질근질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대중에게 "나도 노래 잘할 수 있다"라는 레이나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열망이 강했지요. 그러므로 레이나에게 <불후의 명곡2>는 정말 간절한 방송이었을 겁니다.

뚜껑을 열어본 레이나의 가창력은?

애프터스쿨을 지켜본 제가 볼 때 레이나의 가창력은 괜찮았었습니다. 사실 레이나의 가창력을 볼 기회조차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는 있었지요. 그러나 이번에 뚜껑을 열어본 레이나의 가창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일단 좋았던 것은 감정몰입이 잘 묻어나왔다는 점이에요. 감정이입인지 레이나의 절박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알고싶어요"를 부르는 레이나는 제스쳐나 이런 것이 과하지 않았고 표정에서 절박함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무대매너나 쇼맨십보다는 노래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나름 파워도 있고 고음부분에서도 시원하게 올라갔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해보면 솔로로 나와도 충분한 실력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애프터스쿨 안에서 저평가받기는 아까운 실력이었다는 것이지요.

"아쉽다.... 아쉬울 뿐..."

레이나는 <불후의 명곡2>을 마친 후에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레이나의 무대는 아쉬운 무대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역시 아이돌"이라면서 무조건 깎아내렸지만 전 그것만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단 레이나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떨려보였고 긴장한 게 많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서서도 긴장을 풀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도 긴장을 다 풀지 못해서인지 그냥 "잘했어...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정도로 표현할 만큼 자신의 무대에 만족하지 못했던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고음을 지를 때 티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음 이탈 현상을 살짝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특별히 방해는 되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레이나는 왜 이렇게 긴장해 있었을까요?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출연자 중 인피니트 남우현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아이돌이었다는 게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비교적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민경, 남우현 중 첫 타자였던 레이나는 부담이 컸을 것 같네요. 허각은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슈스케를 통해서 "서바이벌 무대"에 익숙해져 있고, 이제 <불후의 명곡2>의 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어서 다른 케이스이구요.

그리고 레이나는 아마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다른 멤버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 노래를 했을 겁니다. 출연시기도 아쉽긴 했습니다. 2기 때인 효린-지오-규현과 함께 나왔다면 이미 알고 있는 동료들과 활동하는 것이기에 긴장도 많이 하지 않았을 텐데, 대부분 다 대선배들이고 앞서서 대결을 한 홍경민 역시 레이나에게는 대선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곡 선택에서도 하필 한국 여자가수 중에 최고의 디바라고 할 수 있는 이선희의 노래였다는 점도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도 있구요.

그래서 레이나의 무대가 아쉬웠습니다. 긴장을 너무해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았거든요. 사실 방송에서도 김구라와 동료들이 "레이나가 긴장해서 실수를 많이 했다"라고 할 정도였거든요.

냉정하게 말해서 레이나의 무대는 가장 뛰어난 무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레이나는 이번 방송을 통해서 자신이 8명 사이에서 묻혀 있기에는 아까운 실력파 아이돌 중 하나라는 것은 확실하게 증명했습니다. 만약 레이나가 고정을 한다면 더 좋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첫 무대라서 너무 긴장한 것이 전체적으로 무대를 아쉽게 만들었거든요.

물론 스페셜 게스트여서 레이나가 계속 나올 수 없을 것 같지만, 왜 진작 레이나를 <불후의 명곡2>로 내보내지 않았는지 아쉽기만 할 뿐입니다. 오는 13일에 레이나는 "오렌지캬라멜"로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오렌지 카랴멜의 노래는 레이나의 가창력을 보여줄 수 없는 노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표현처럼 중독성 있는 노래로 컴백할 것 같네요.

하지만 <불후의 명곡2>를 보니 레이나가 단지 오렌지캬라멜과 애프터스쿨 안에서 그냥 고음만 지르기에는 너무나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소속사가 조금 더 신경을 써줘서 솔로 앨범을 싱글이라도 내주든지 아니면 정아 + 이영이와 묶어서 3인조 발라드 그룹을 시켜주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조금은 부족한 무대였지만, 여태껏 그냥 애프터스쿨 안에서 묻혀있던 레이나가 솔로로 활동하기엔 충분한 실력을 보여준 "레이나의 재발견" 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