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강 탈락의 가장 큰 책임은 역시 사령탑 박종훈 감독에 있습니다. 두산 2군 감독 시절 화수분 야구의 주역으로 명성을 얻으며 지난 시즌을 앞두고 덕 아웃 라이벌 LG의 감독으로 취임했으나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2년간 마무리 훈련과 동계 훈련을 그 어떤 팀보다 장기간 실시했습니다. ‘LG 선수들은 훈련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며 게으르다’는 세간의 평을 일신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습니다. 하지만 LG 선수들의 타격, 주루, 수비에서의 기본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타자들은 성급한 타격으로 기회를 날렸고 어이없는 주루사가 속출했으며 내외야 할 것 없이 실책을 연발했습니다. 장기간의 훈련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 LG트윈스 일본 전지훈련 << LG트윈스 제공>>
휴식 없이 강행된 장기간의 훈련으로 인해 선수들의 체력은 시즌 중반 이후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유례없는 잦은 우천 취소도 LG 선수들의 체력을 되살리지 못했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며 연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닌 것처럼 단지 훈련만 많이 한다고 팀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최근 2년 간 LG가 입증했습니다.

외야수 출신의 감독답게 가장 중요한 투수 운용에 대해서는 인터뷰에서 스스로 부족을 인정할 정도로 무지했습니다. 시즌 초반 리그 에이스급 호투로 승승장구하던 박현준을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으로 로테이션을 앞당긴 것으로도 모자라 불펜으로도 투입해 2번에 걸쳐 어깨 부상을 입도록 했습니다. 제2선발 주키치 역시 불펜으로 투입시키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도록 하며 구위 저하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재계약이 확실시되는 주키치이지만 과연 내년 시즌에도 올해와 같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선발 투수 혹사는, 그것도 풀타임 선발 첫해라는 점에서 최근 국내 프로야구의 추세에서 매우 드문 일입니다.

▲ LG 박종훈 감독이 포수 조인성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펜진 운용 역시 마구잡이였습니다. 고졸 신인 임찬규는 패전 처리에서 마무리와 셋업맨, 롱 릴리프를 거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선발 등판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투수의 모든 보직을 한 시즌 동안에 모두 경험하는 것입니다. 2경기 당 1경기 꼴인 63경기에 등판해 73.2이닝을 소화하며 혹사당한 임찬규는 9월 중순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으나 ‘혹사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최근 3경기에서 도합 2이닝을 던지며 무려 8실점으로 난타당해 평균자책점이 3.79까지 치솟았습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동계 훈련부터 제대로 된 선발 수업을 받지 않은 임찬규가 시즌 10승을 채우며 신인왕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앞으로 2번에 걸쳐 선발 투입이 예고되었다는 점입니다. 과연 임찬규가 내년 시즌에도 부상 없이 멀쩡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스럽습니다.

혹사당한 것은 이들뿐만 아닙니다. 이상열은 75경기에 등판,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으며 김선규와 한희도 구위가 올라왔다 싶으면 승패와 무관하게 마구잡이로 반복 투입되며 연투했습니다. 7월 31일 LG로 이적한 마무리 송신영을 제외하면 LG의 불펜 투수는 이상열, 김선규, 한희, 임찬규가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즉 승리를 위해 앞서가는 경기에서 투입하는 필승 계투조와 승부가 갈려 상대에게 넘어간 경기에서 등판하는 패전조의 구분 없이 ‘쓰는 투수만 계속 썼다’는 의미입니다. 패전조 등판을 통해 젊은 투수에게 부담 없이 경험을 쌓도록 하는 ‘육성’이라는 단어는 박종훈 감독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만 34세의 유일한 좌완 불펜 이상열이 혹사와 나이로 인해 내년에 정상 가동될 수 없다면 LG의 좌완 불펜은 완전한 공석이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종훈 감독은 LG의 성적 부진의 원인을 4, 5선발이 취약했기 때문이라 진단했습니다. 박종훈 감독의 진단은 한참 어긋난 것입니다. 4, 5선발이 등판할 때마다 승리를 따낼 수 있다면 그것은 4, 5선발이 아닐 것입니다. 반년 동안 133경기를 벌이는 페넌트 레이스에서 시즌을 장기적으로 보고 4, 5선발을 적시에 투입해 투구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며 1, 2, 3선발에 돌아가는 과부하를 줄여야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은 1, 2, 3선발만 로테이션을 앞당겨 주구장창 기용해 부상과 구위 저하로 나가떨어지도록 했으며 4, 5선발은 띄엄띄엄 등판시켜 투구 감각을 상실하도록 했습니다. 박종훈 감독이 4, 5선발을 탓하는 것은 1, 2, 3선발을 혹사시킨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것입니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 역시 잘못될 수밖에 없습니다. LG의 추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박종훈 감독의 과오는 투수 운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계속)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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