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SK와의 홈경기에서 역전패하면서 LG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를 확정지었습니다.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는 KBO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LG가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조목조목 따져봐야 합니다.

LG가 6월 중순 이후 급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타격 부진에 있습니다. 집중력 부족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모아놓고도 불러들이지 못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무사 혹은 1사 3루의 절호의 득점 기회에서 적시타는커녕 희생타도 나오지 않아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안타는 산발했고 잔루는 남발했습니다. 진루타를 기록하거나 볼넷을 얻으며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LG 타자들은 제구가 되지 않는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줄여주기 위해 약속이라도 한 듯 빠른 카운트에서 성급하게 휘둘러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는 ‘이적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결코 타 팀에 뒤지지 않는 타자들이 하나같이 슬럼프에 시달렸습니다. 국가 대표급 외야수 이진영과 이택근은 3할을 넘기는커녕 3할에 한참 못 미치는 타율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중거리 타자로 평가받는 두 선수가 합작한 홈런의 개수가 고작 5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두 선수가 각각 때린 홈런의 숫자는 작은 이병규가 26경기에서 기록한 홈런 4개에도 못 미칩니다. 조인성과 박용택은 시즌 초반 반짝하다 중반 이후 추락했습니다. LG의 4강 탈락이 확실시되자 박용택은 부담을 덜은 듯 무의미한 3할을 향해 타율을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상하위 타선을 이끌어야 했던 이대형과 오지환 역시 작년만 못합니다. 이병규와 정성훈만이 기복 없이 고군분투했을 뿐입니다.

서용빈 타격 코치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1군 타격 코치로 선임되었을 때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3달이 넘도록 LG 타선이 침체에 빠지며 이름값조차 하지 못했지만 서용빈 코치는 아무런 처방도 제시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LG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4년 데뷔 당시 주전 1루수를 꿰차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되며 각광을 받았지만 선수로서의 역량과 코치로서의 역량을 다른 것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서용빈 코치가 타격 코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1군이 아닌 곳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격 부진과 함께 LG의 발목을 잡은 또 하나의 주범은 바로 수비 불안입니다. LG의 실책은 87개로 팀 최다 실책 3위입니다. 부상과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인해 전 경기를 붙박이 출장하지 않은 박경수가 17개의 실책으로 최다 실책 3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으며 정성훈은 12개의 실책으로 8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9월 21일 넥센과의 잠실 경기에서 4회초 2사 후 지석훈의 뜬공을 잡지 못해 2루타로 만들어 준 뒤 하늘을 탓하는 오지환
놀라운 것은 부상으로 55경기밖에 출장하지 않은 오지환이 실책 9개로 13위에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 27개로 최다 실책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올해도 약점인 수비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오지환이 올 시즌 133경기에 모두 출장했을 경우 실책의 개수가 리그 최다 수준인 20개를 돌파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경기 종반 승부처에서 실책을 범해 팀의 패배로 직결되는 오지환의 엉성한 수비는 올해도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오지환의 대안으로 기용되었던 윤진호 역시 7개의 실책을 범해 번번이 팀을 어려움에 빠뜨렸습니다. 타 팀에서는 당연시되는, 타격은 약해도 수비는 안정적인 전문 수비 요원이 LG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처럼 내야수들이 많은 실책을 범한 것에 2년 동안 LG의 수비 코치였던 염경엽 수비 코치의 책임이 작지 않습니다. 수비야 말로 야구에서 많은 훈련을 통해 가장 많이 개선될 수 있으며 타고난 재능보다 후천적인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 2년 동안 그 어떤 팀보다 기나긴 동계 훈련 동안 수비 훈련을 어떻게 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과거 김재박이나 유지현과 같은 훌륭한 유격수들이 센스 넘치는 수비로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던 모습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LG의 내야수들은 기본적인 포구와 송구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해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범했습니다. 기본기에 취약한 선수라면 프로로서 자격조차 없습니다. 염경엽 코치는 스카우터 시절 외국인 선수 선발에 뛰어난 공을 인정받았지만 수비 코치는 어울리지 않는 보직임이 LG 1군 수비 코치로서의 2년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계속)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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