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형제들>이지난주부터 조금은 착한 드라마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난주 전까지만 해도 짜증날 정도로 너무 막장스러웠거든요. 인터뷰 기사 등을 보면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여태껏 <오작교 형제들>에서 보여준 모습은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희망했던 "훈훈한 가족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모습뿐이었거든요.

막장 드라마였던 <오작교 형제들>을 그나마 정상적으로 돌려놓으면서 어느 정도 따뜻한 모습도 보여주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백자은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지요. 박복자 (김자옥)의 마음도 이해는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행동은 너무 못됐는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진실한 자은이가 돌려놓은 것이지요.

사실 백자은과 박복자는 철천지 원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복자에게 자은이는 굴러들어온 돌이 아무것도 안하고 농장을 먹으려 하는 귀찮은 존재이고, 자은이에게 복자는 각서를 뺏어간 나쁜 아줌마이거든요. 이런 원수 같았던 사람들이 결국 한 집에 살고 같이 일하면서 정이 들게 되지요.

한 가지 양심은 있었던지라 가족들의 제안에 따라 자은이를 내쫓는 대신, 그냥 일을 시키기로 결심한 복자의 결정으로 자은이는 열심히 일을 쫓아다니지요. 자은이 역시 갈 데도 없고, 어떻게든 이렇게 해서 다시 농장을 되찾아보려는 마음으로 오기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허나 아무래도 사람이 같이 붙어다니다 보면 정이 쌓이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자은이는 욕심 많게만 보였던 복자가 왜 그리 농장에 집착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복자에게 농장은 단순히 재산이 아니었습니다. 다섯 번째 아들이라고 할 정도로 복자에게 농장은 재산 이상의 것이었지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농장을 가꾸는 복자를 보면서 자은이는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지금의 오작교 농원이 다 복자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지난 두 에피소드에서 복자는 자은이를 서서히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자은이가 정말 불쌍한 아이라는 것을요. 익숙하지 않는 농장일에 결국 생리통까지 겪게 되며 쓰러진 자은을 일단 집으로 들여온 뒤, 그녀는 자은이의 건강을 체크해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복자는 자은이의 복부가 굉장히 차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으니 당연히 찰 수밖에요.

결국 자식을 둔 부모의 본능에 자은이의 배를 쓰다듬어 주며 온기를 전해줍니다. 자은이는 마음속에 있는 진심어린 한 마디를 꺼내지요."아줌마..... 아줌마 손이 너무 따뜻해요... 꼭 엄마손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복자는 눈빛이 바뀝니다. 그렇게 미워하던 자은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자은이가 정말 측은해 보인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자은이는 친엄마를 잃은 후에 두 명 더, 총 세 명의 엄마를 지녔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엄마의 손길을 받고 자라보지 못했어요. 특히 세 번째 엄마인 정윤숙은 자은이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요. 따뜻한 손길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었던 불쌍한 자은이입니다. 아무리 아빠하고 친해도 아빠는 남자이기에 여자로서 하지 못할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자은이에게 비록 원수 같은 아줌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서 배를 만져주고 온기를 전해준다는 건 상당히 특별한 일이며 그리웠던 손길이었습니다.

자신의 엄마, 아빠도 해줄 수 없는 일은 원수같이 티격태격 하는 아줌마가 해준 그 순간에는 자은이에게 복자는 원수도 아줌마도 아닌 엄마 같아 보였던 것이지요. 복자는 괜히 약해지지 않으려고 "내가 왜 니 엄마야!"하면서 손을 빼지만, 금세 다시 자은이의 배를 손으로 만져주며 따뜻하게 해줍니다.

자은이는 잠이 들고 복자는 다시 자은이를 바라봅니다. 복자의 시선에는 이미 자은이에 대한 미움이 많이 빠진 상태였지요. 그러한 상태에서 본 자은이는 예쁘기 짝이 없는 여자아이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복자는 자은이를 위해 전복죽까지 끓여주며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날 할머니와 복자와 함께 일하던 자은이. 어느덧 친해졌는지 할머니가 복자를 야단치자 자은이는 복자의 편을 들며 복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요. 일하던 도중 이웃집 사료에는 어떠한 특별한 것이 있나 알아보던 중 둘은 들키게 되고, 자은이는 복자를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복자는 자은이를 때리는 옆집 아줌마와 한바탕하며 싸움을 벌입니다.

결국 도망친 자은이와 복자. 한참 웃다가 자은이의 머리가 헝클어진 것을 발견한 복자는 결국 자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신이 자은이에게 못할 짓을 시켰다면서, 자신 때문에 자은이가 맞은 것에 대해서 미안해합니다.

두 개로 갈라선 복자의 마음

그러다 자은이는 또 하나의 진실된 말을 전합니다. 자신을 딸처럼 생각한다고 믿은 자은이는 복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자은이는 "아줌마, 죄송해요. 제 각서 훔쳐갔다고 의심하고 아줌마한테 나쁘다고 욕한 것이요." 라며 복자를 나쁘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덧붙여 자은이는 각서를 잃어버렸을 때, 정말 죽고 싶었고 죽을 만큼 복자가 미웠다고 털어놓지요. 그러면서 이제 "아줌마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에요"라고 복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지요.

그러자 복자의 눈빛이 다시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은이에 대한 미움의 눈빛은 아니었어요. 눈빛에서 두 가지를 볼 수가 있었지요.
1) 이렇게 착한 자은이를 못살게 굴면서 각서까지 훔쳐서 이 아이의 인생을 망친 것에 대한 미안함
2) 각서를 훔친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알았을 때 자은이의 마음이 어떨 것인가 하는 불안감

결국 복자는 자은이의 사과를 받지 않고 터벅터벅 길을 걸어가고 그것도 모르는 자은이는
복자를 졸졸 쫓아갑니다.

아마도 작가는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아무리 악랄한 인간이라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는 점과,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기본적으로 모성애 같은 게 내재할 거라는 점입니다. 또한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과연 자은이와 복자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필요한 장면들을 마련했구요. 마음이 괴로운 복자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앞으로 <오작교 형제들>의 관건이 되겠지요. 50회로 기획된 작품이면 아직도 초반부인데 문제가 이렇게 빨리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흘러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유이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착한 자은이의 캐릭터를 통해서 호감도도 쌓아나가고, 좋은 연기를 펼쳐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기도 하구요. 유이의 커다란 눈이 선한 인상과 잘 어우러져 착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유이에게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소중한 드라마가 될 것 같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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