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25일 총파업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주요 신문사들이 “코로나19 위기 속 집회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다수 신문사가 총파업 자제를 당부했지만 각론에서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노조로서 마땅히 주장할 만한 내용”이라며 전략적 차원에서의 총파업 중단을 제안했다. 동아·중앙일보는 “노조 이기주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6월 30일 국회에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해고자·실직자 기업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정안을 '노동개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파업 시 생산·주요 업무 시설 점거 금지,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조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ILO 핵심협약과는 관계가 없다. 민주노총은 해당 조항이 통과되면 노동삼권 중 하나인 단체행동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5일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산발적으로 기자회견·선전전을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및 대정부,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에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일부 보도를 두고 "'왜 이 시점에?'라고 묻지 말고 왜 이 시점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하며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가 돌아보기 바란다"면서 "정부는 노동개악법을 철회하고 국회는 ILO 핵심협약을 즉각 비준하라. ILO 핵심취지에 맞도록 비준이 발효되는 1년의 기간 동안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국제기준에 맞도록 국내의 관련된 법을 개정하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코로나 위기 속 민주노총 집회, 공감 얻기 어렵다> 사설

주요 신문사는 24일 사설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겨레는 <코로나 위기 속 민주노총 집회, 공감 얻기 어렵다> 사설에서 전략적 파업 연기를 제안했다. 민주노총의 주장이 정당하지만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번 요구는 노조로서 마땅히 주장할 만한 내용”이라면서 “문제는 시점이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고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때와 하필 시기가 맞물려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런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하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정당한 싸움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뒤로 미루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방역에 협조하는 것이 약자와의 연대이자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대신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와 전태일 3법 제·개정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하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고 썼다.

한겨레는 민주노총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한겨레는 “‘사업장 점거 제한’은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어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축소할 거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면서 “‘전태일 3법’은 시대착오적인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인데도, 정부와 여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정부·여당도 집회 자제만 당부할 게 아니라 민주노총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중앙일보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두고 ‘노조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경제난과 코로나 3차 유행 덮쳤는데 총파업 집회 연다는 민노총> 사설에서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최악인데 노조의 요구가 100% 다 관철되지 않는다고 총파업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책임한 노조 이기주의로 지적받아 마땅하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해 추진하는 이 개정안은 해고자·실직자의 노조 활동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노조 편향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민노총은 집회를 철회하기는커녕 어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무실 등 전국 10여 곳의 민주당 사무실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민노총이 전국 집회를 강행한다면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노조 이익만 고집하는 특권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경제난과 코로나 3차 유행 덮쳤는데 총파업 집회 연다는 민노총> 사설, 중앙일보 <민주노총은 명분 없는 25일 집회 취소하라>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은 명분 없는 25일 집회 취소하라> 사설에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노조의 이익만 앞세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단순 파업도 아니고 전국에서 집회까지 연다고 하니 어느 누가 공감하겠는가”라면서 “도심 집회는 감염자 폭증을 부르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게 뻔하다. 지금처럼 3차 유행이 목전인 상황에서 전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집회를 강행할 명분은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진보단체 집회에 미온적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일일 확진자가 100여 명이던 8월 (정부는) 보수단체 집회 때 불심검문도 모자라 통신기지국까지 추적해 명단을 파악했다”면서 “정부·여당은 똑같은 잣대를 갖고 25일 집회에 대처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여 지난 14일 집회 때처럼 고무줄 방역 기준으로 느슨하게 대응해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기 한다는 의구심이 나와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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