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언론중재위원회 운영위원회가 권오근 현 사무총장 연임 임명동의제 투표를 진행하기로 23일 결정했다. 투표 방식은 기존 ‘공개 투표’에서 ‘비공개 투표’로 바뀐다. “비밀 투표를 통해 중재위원들의 소신투표를 보장해야 한다”는 언론중재위 노동조합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현재 언론중재위 사측과 노동조합은 사무총장 연임 문제를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권오근 사무총장 연임 임명동의제’ 투표는 12월 열리는 총회에서 진행된다. 투표권자는 중재위원 90명이다. 운영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 관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시간적 한계 때문에 선관위 관리가 어렵다는 내부 논의 결과가 나왔다.

언론중재위는 중재부장 1인, 사측 추천인사 1인, 노동조합 추천인사 1인, 외부인사 1인 등으로 꾸려진 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비밀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사무처가 직접 기명 투표용지·이메일을 접수해 사실상 공개 투표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 꾸려질 투표관리위는 사무처에 최종 결과만 통보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사진=미디어스)

노동조합이 사무총장 임명동의제 투표 방식을 제안한 배경에는 사무총장 연임과 관련된 내홍이 있다.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위원장은 중재위원회(총회) 동의를 받아 사무총장을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연임 제한은 없다. 하지만 언론중재위 사무총장은 2011년부터 관행적으로 단임제를 이어왔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사무총장 단임제 관행'을 깨고 권 사무총장 연임을 추진 중이다.

사무총장 연임 움직임이 나타나자 노동조합은 지난달 임시총회에서 "사무총장은 내부승진·단임제를 원칙으로 한다. 사무총장 후보는 조직운영계획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구성원에게도 공유해 평가받도록 한다"는 내용의 안건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67%가 참여한 투표에서 76%가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

노동조합은 17일 성명에서 “구성원 투표와 관련해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이 본부장·실장 회의에서 노조 투표 문항을 문제 삼았으며, 사무총장이 노조 임시총회 전 노조위원장을 만나 승진을 제안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부당노동행위가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다음날 언론중재위 팀장급 직원 15인은 공동 성명에서 사무총장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현 사무총장은 지난 3년 동안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로 직원들을 대했다”면서 “현 사무총장은 취임 이전부터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단임제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임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자신의 입장을 뒤집고 연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중재위는 18일 공식해명문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다”고 했다. 언론중재위는 “사무총장은 노조 임시총회 안건으로 임기 관련 논의가 진행될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한 상태였다”면서 “사무총장 임기 관련 논의와 승진 인사 제안을 결부시키는 것은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다. 사무총장은 여성 간부 비중에 대한 인사 방향 정도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중재위는 “현행법이 사무총장의 임기와 관련 연임을 제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투표를 통해) 이를 강제하려는 것은 합법적 임명 절차에 대한 인사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노무사의 자문 의견을 받았다”면서 “앞선 두 전임 총장만이 3년의 임기를 마쳤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암묵적으로 단임제를 이어왔다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했다.

공식해명문이 나온 후 노동조합은 “사측은 진실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투표가 인사권 침해라는) 노무사 자문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측은 노동조합에 “노무사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건전한 소통 관계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려고 노무전문 변호사에게 ‘(사무총장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오근 언론중재위 사무총장 (사진=언론중재위원회)

이와 관련해 권 사무총장은 2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권 사무총장은 “노무법인 두 곳에 의뢰해 ‘부당노동행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을 받았다”면서 “노조위원장을 회유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언론중재위 여성 간부 비율이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승진 관련 발언은) 차장급 여성 직원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권 사무총장은 구성원들의 연임 반대 입장에 대해 “2011년 이전 사무총장이 연임할 때 내부 반발은 없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조직을) 더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구성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방법이 필요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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