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LG가 상대의 연속 실책에 힘입어 8회말 역전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어제 패전을 기록한 한희는 오늘 2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뒀습니다.

▲ LG 박용택 ⓒ연합뉴스
LG의 승인은 모처럼 제몫을 다한 중심 타선의 활약입니다. 4번 및 5번 타자로 출장한 박용택과 이병규는 나란히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습니다. 3:0으로 뒤진 4회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2타점은 박용택과 이병규의 연속 적시타로 만들어졌으며 8회말 역전은 1사 1루에서 이병규의 좌전 안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올 시즌 주자를 모아놓고도 중심 타선이 불러들이지 못해 득점력이 저하된 것이 LG의 9년 연속 4강 탈락의 가장 큰 원인인데 SK와의 주말 2연전에서 4번 타자로 출장해 5안타를 몰아치는 때늦은 부활로 3할 타율을 넘보는 박용택이 아쉬울 뿐입니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선발 박현준은 퀄리티 스타트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즌 초반에 비해 구위는 다소 떨어졌으나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나 위기관리 능력은 확실히 궤도에 올랐습니다. 약점은 경기 초반 제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경기 초반 제구가 되지 않아 투구수가 늘어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완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부상으로 이탈한 에이스 봉중근의 자리를 올 시즌에는 박현준이 대체한 셈인데 경기 초반 제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봉중근의 약점까지 박현준이 물려받은 듯해 아쉽습니다.

어깨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바 있으며 지난 9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된 이후 보름만의 선발 등판이었는데 내년 시즌을 감안해 박현준의 선발 등판은 올 시즌에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3승의 박현준이 남은 경기에서 무리를 한다면 2경기에 선발 등판할 수 있으나 15승을 채운다는 보장도 없으며 다승왕은 이미 멀어졌습니다. 4강 탈락이 확정된 시즌 막판까지 무리하며 선발 등판한 봉중근이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음을 감안하면 박현준의 등판은 마감하거나 1경기로 최소화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경기는 승리했으나 3회초 1사 2, 3루에서 이호준과 승부하지 않고 만루 작전을 선택한 것은 복기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9회초 1사 1, 3루에서 홍명찬을 거르고 최동수와 승부하는 만루 작전을 선택한 것이 결승점 헌납과 패배로 직결되었는데 오늘도 이호준을 거르고 박정권을 선택한 것이 3실점으로 직결되어 LG는 내내 끌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호준이 어제 안타 없이 2타석 만에 대타로 교체되는 등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단 1점도 내주지 않기 위해 이호준을 내보냈으나 박정권의 내야 땅볼로 1실점, 2사 후 박진만의 적시타로 2실점하며 걸러 내보낸 이호준마저 득점했습니다. 만일 1사 2, 3루에서 1점 정도는 내주겠다는 원칙 하에 이호준과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면 과연 3실점이나 했을지 의문입니다.

박종훈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LG의 공격 시에는 희생 번트를 시도하고 수비 시에는 만루 작전이나 내야수들의 전진 수비로 1점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시즌 내내 극단적인 스몰볼을 추구하면서도 실패를 야기한 박종훈 감독이 만일 선 굵은 빅볼을 추구했다면 페넌트 레이스의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LG의 역전은 8회말 SK 수비의 연속 실책에 힘입은 것이지만 SK 이만수 감독 대행의 경기를 읽은 눈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8회말 1사 2, 3루에서 LG는 윤진호를 대신해 윤상균을 대타로 기용했는데 만일 SK가 만루 작전을 선택해 윤상균을 걸렀다면 LG에서는 1사 만루에서 정병곤을 대신해 대타로 내보낼 타자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윤상균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 것이 SK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으나 이만수 감독 대행은 정면 승부를 선택했고 결과는 LG의 결승 득점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윤상균이 시원한 적시타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윤상균을 대신해 야수 엔트리에 남은 양영동이나 유강남이 타석에 들어섰다면 상대 실책을 유발하는 내야 땅볼을 과연 만들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윤상균에 대한 SK의 정면 승부 선택은 LG의 승인이 되었습니다.

LG는 올 시즌 11승 8패로 SK전을 마무리했습니다. SK전에서의 세 번의 결정적인 역전패가 LG의 4강 탈락의 화근이 되었으나 2007년 이후에는 가장 좋은 상대 전적으로 마무리한 셈입니다. 만일 LG에 정상적인 운영을 할 줄 아는 감독이 새로 부임하고 SK가 이만수 감독 대행을 감독으로 승격시키면 내년 시즌 LG는 SK를 상대로 5할 이상의 승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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