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달 말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특별사면'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형 확정으로 재수감되기 전부터 별다른 취재나 사실도 없이 '특사조건을 갖췄다', '대통령 결단이 남았다' 등 군불을 땠던 언론은 이제 "연말 특사에 MB 이름 없다"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20일 <[단독]연말 특사에 MB 이름 없다… 한명숙·이석기도 제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 등 정치권 인사의 연말연시 특별 사면·복권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여권 고위 인사가 19일 전했다"고 보도했다.
여권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에 "아직 청와대 내에서는 특사의 ‘ㅌ’자도 언급된 적이 없다"며 "연말·연시에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복권이 단행될 거라는 전망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각에서 법무부가 검토한다는 사면 대상자 선별 작업은 대통령 결단을 전제로 한, 말 그대로 사전작업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여권 인사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굳이 특사를 단행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으로선 전직 대통령은 물론, 여권 인사에 대한 특사도 청와대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동아일보는 기사 <신년 특사 준비… 한명숙-이석기 포함될까 관심>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2021년 신년 특별사면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의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포함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형 확정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대법원에서 올해 안에 박 전 대통령의 형을 확정할 경우 여야가 요구해 온 정치인에 대해 일괄 사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지난 18일 법무부가 특별사면 대상자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어진 후속보도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 전 대통령 형 확정 직후부터 특별사면 군불을 때왔다. 국정농단,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횡령·뇌물수수 등 중대 범죄 사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국민통합이라는 '정치적 대의'만 앞세우면 '형 확정'이라는 조건 하에 곧바로 사면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다.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 징역을 확정한 지난달 29일, 중앙일보는 <"다스는 MB것" 이명박 징역 17년 확정… "법치주의 무너졌다" 반발>에서 "형(刑)이 확정돼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특별사면'의 조건도 갖추게 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에겐 암울한 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판결로 형이 확정돼 '대통령 특별사면'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형량이 너무 낮다'며 대법원에 재상고를 한 상태다. 대법원이 검찰의 재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평일 뉴스브리핑 서비스인 [뉴스픽] 코너의 제목을 <[뉴스픽]이명박 전 대통령 17년 확정, 사면조건 갖춰졌다>로 꼽았다.
다음날 중앙일보는 <특별사면 요건 마련된 MB… "박근혜 빼고 그만 될 리 없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정봉주 전 의원(열린민주당)을 사면한 것 외에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한 신년 특사에선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신지호·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사면·복권됐다"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자마자 특별사면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때 정치권에선 사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요건을 갖춘 이날, 정치권에선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41년생인 이 전 대통령이 17년의 징역을 다 살 수 있겠냐. 특별사면밖에 방법이 없는데, 이 정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통화내용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만기 출소 땐 90대에 나온다>에서 "수의를 입은 두 전직 대통령은 언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까"라며 가석방 가능성과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특별사면 사례 등을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가석방 허가율이 93.7%라면서 "이보다 더 빠른 방법도 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실제로 1997년 4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각각 징역 12년과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으나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 됐다"며 "이들이 실제로 수감 생활을 한 건 2년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반란·내란·비자금 혐의로 구속돼 형을 확정 받은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 대상으로만 조명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기사 <"생각 없다" 2년뒤 "가슴 아파"… '前대통령 사면' 주목받는 文>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단행한 3번의 특별사면을 통해 조심스레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내다본다"면서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넓혀놓은 기준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한상균 전 위원장 사면의 경우 청와대는 '사회 통합'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 역시 전직 대통령 사면에 적용될 있는 명분"이라고 했다.
3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전직 대통령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전체 재판이 다 끝나면 문재인 대통령께서 통 크게 사면"이라고 한 발언을 꼽아 <하태경 "나라 얼굴이었던 분… 전직 대통령 통 큰 사면 부탁">기사를 냈다.
이 외에도 조선일보 <MB 세번째 수감, 연금도 박탈… 野 "대통합 차원 결단을>(10월 30일), 동아일보 <大法 “다스 실소유주는 이명박”… 사면-가석방 없으면 95세 출소>(10월 30일), 문화일보 <[시론]박근혜·이명박 사면의 정치학>(10월 30일), 한국경제 <'사면조건' 갖춘 이명박…정치적 결단 불가피해진 文대통령>(10월 29일) 등의 관련 기사가 대동소이한 내용들로 보도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자금 349억 원 횡령과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67억 원을 포함한 111억 원의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2018년 4월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횡령·국고손실·뇌물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뇌물 수수액이 더 높게 책정돼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여원이 선고됐다.
1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 취소를 결정하면서 수감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취소에 대한 재항고를 통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다시 풀려났다. 대법원이 형량을 확정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다시 구속돼 실형을 살게 됐다.